[36] 담양의 마이산, 역암 절벽 품은 천년 고찰, 금성산 연동사 [앵+글로 본 남도 세상]

김덕일 2026. 1. 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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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사지 지장보살상

담양 금성산성을 오르기 위해 지층의 시간이 누적된 연동사지를 지나면서, 나는 여기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것을 새삼 인식하게 된다. 전북 진안 마이산의 기암괴석은 익히 알려졌지만, 전남 담양에도 마이산 못지않은 역암 지형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바로 금성산(603m) 중턱, 거대한 자갈 바위 절벽 아래 자리한 연동사다.

금성산은 중생대 자갈들이 뭉쳐진 역암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랜 세월 풍화 작용으로 바위 표면에 벌집처럼 구멍이 뚫린 '타포니 현상'이 나타나는데, 마이산과 같은 지질학적 특징을 공유한다. 이 신비로운 바위 동굴을 법당으로 삼은 사찰이 연동사다.
연등사

# 400년 만의 부활, 슬픈 전설을 품는다

《세종실록 지리지》에 의하면 연동사는 11세기 이전부터 존재했던 고찰이다. 고려 문종 때 이영간이 이곳에서 수학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사찰 이름 '연동(煙洞)'에는 애잔한 역사가 담겨 있다. 정유재란 당시 금성산성 전투에서 희생된 이들을 기리기 위해 피운 향불 연기가 온 산을 뒤덮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한다.

전란 후 폐허로 남았던 연동사지는 400년간 잊혔다가 1990년대 초 복원 불사를 시작해 현재의 모습을 되찾았다.
연동사지 삼층석탑

# 자연이 조각한 법당, 전우치의 수행처

연동사의 백미는 단연 동굴 법당이다. 인공 지붕 없이 거대한 역암 절벽이 천장과 벽을 이루는 천연 공간이다. 벽면에는 수많은 자갈이 박힌 역암의 질감이 고스란히 드러나 지질학적 가치도 높다.

조선의 전설적인 도사 전우치가 이곳에서 도술을 닦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며, 이영간을 비롯한 큰 인물들이 개별 공부했던 명당으로 알려져 있다. 촛불과 향불이 거친 암벽을 비추는 몽환적인 분위기 속에서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천연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연등사 동굴법당
연등사 역암층

# 하늘을 지붕 삼은 노천법당

동굴을 나서면 하늘을 지붕 삼은 노천법당이 펼쳐진다. 담백한 고려시대 미감이 그대로 남아 있는 공간이다.

거대한 암벽 아래에는 연동사지 지장보살입상(문화유산자료 제188호)이 서 있다. 높이 약 3m의 불상은 투박하면서도 온화한 서민적 얼굴로 지옥 중생을 구제하려는 자비심을 담고 있다. 옆으로는 백제계 석탑 양식을 계승한 연동사지 삼층석탑(문화유산자료 제200호)이 소박하게 서 있다. 지붕돌의 경쾌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탑이다.

거대한 역암 절벽 아래 석탑과 보살상이 나란히 선 모습은 연동사에서만 볼 수 있는 압도적인 경관이다. 아래에서 위로 카메라를 향하면 더욱 위엄 있는 장면을 담을 수 있다.

금성산성을 오르기 전, 거대한 자갈 암벽의 기운을 느끼며 잠시 명상에 잠겨보는 것은 어떨까. 담양의 숨은 마이산, 연동사에서 천년의 세월과 자연의 신비를 만날 수 있다.

김덕일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김덕일 작가

주소: 전남 담양군 금성면 하성길 33-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