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ETF 뷔페' … 꼭 맛봐야 할 4가지

문일호 기자(ttr15@mk.co.kr) 2026. 1. 1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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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반도체 ETF 4종

인기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를 요즘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인공지능(AI)은 요리사(셰프)다. 맛깔스러운 요리를 내놓기 위해선 신선한 재료가 필요하다. 이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D램 반도체가 이런 음식 재료다. HBM은 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할 정도로 이 세계의 핵심 부품이다.

더 높은 수준의 요리를 위해 셰프의 손이 바빠질수록 재료(D램)는 더 많이 필요하다. 대표 수혜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20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AI 요리사들이 너도나도 D램을 찾다 보니 지난 분기에 삼성은 D램 가격을 무려 60% 인상했다. 이달 SK하이닉스도 역대급 실적을 발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삼전닉스) 합산 주가가 100만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두 주식 주당 가격을 더하면 25만원대였다. 미국 대표 D램 업체 마이크론은 1년 새 주가가 3배 이상 폭등했다. 전 세계 반도체 주식이 '붉은 말'처럼 질주하고 있다. 투자자의 포트폴리오에 '삼전닉스'와 같은 반도체 주식은 이제 필수다. 반도체 주식 비중이 낮거나 아예 없는 투자자들은 심각한 '포모'(기회 상실 우려)를 겪고 있다. 당분간 반도체 비중에 따른 수익률 양극화는 지속될 전망이다.

그 비중이 문제다.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위주의 미국 시장 지수 '나스닥100' 시가총액에서 반도체주 비중은 약 27%. 포트폴리오에 이 정도는 있어야 시장 수익률을 쫓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글로벌 반도체주는 고점 신호도 보낸다. 최근 주가 급등락에 따른 변동성은 피할 수 없는 리스크다.

따라서 상장지수펀드(ETF) 형태로 분산 투자·분할 매수하며 비중을 끌어올리는 방식이 '마음 편한 투자'의 정석이다. 올 들어 미국과 한국의 반도체 ETF를 중심으로 글로벌 분산 투자하는 것이 각광받고 있다. 한미 반도체 ETF와 중국 ETF는 주가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경향이 있어 함께 투자하는 것이 유리하다.

황호봉 제니스그룹 파트너스 대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예상 실적 기준으로 주가수익비율(PER)이 각각 10~11배, 7~8배 수준으로 저가 메리트가 있다"며 "HBM의 경우 올해 두 업체의 수주가 사실상 끝나 향후 추가 메모리 실적 반영이 상대적으로 큰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좋고, 이들을 담고 있는 ETF에도 많은 돈이 몰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와 여의도 증권가에선 개별 종목의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글로벌 분산 투자를 하기 위해 4대 ETF에 주목하고 있다. 전체 포트폴리오 중 27%가량을 SMH(VanEck Semiconductor ETF), TIGER 반도체TOP10, ACE 구글밸류체인액티브,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등으로 섞어 장기 투자하는 방식이다. 현금 흐름이 중요한 사람들은 여기에 배당주를 추가해 투자해야 한다.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을 담고 있는 SMH는 포트폴리오의 핵심 자산(코어)으로 가장 많이 추천된다. 글로벌 반도체 관련 ETF 중 덩치가 가장 크다. ETF체크에 따르면 SMH의 시총은 약 58조원이다. 2011년 12월에 출시됐으며 투자자들이 부담해야 할 실부담비용률은 연 0.35%다. 작년 12월 마지막 주에 약 7000억원의 돈이 몰렸다. 전체 글로벌 주식형 ETF(3354개) 중 1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 같은 인기는 종목을 보면 알 수 있다. AI 시대 필수적인 전 세계 반도체 회사들을 골고루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어서다.

그래픽처리장치(GPU)로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전체 비중의 약 21%다. 그다음으로 대만 TSMC(10.6%), 브로드컴(8.2%), 마이크론(5.4%), ASML(5.2%) 등이 따른다. ASML은 반도체를 찍어내는 '노광 장비'를 만든다.

AI가 확장되며 반도체가 많이 필요해졌으니 반도체를 만드는 장비 수요도 덩달아 뛸 수밖에 없어 실적 우상향이 당분간 보장된다.

SMH가 보유하고 있는 글로벌 주식은 25곳이다. 엔비디아 비중이 높아 작년엔 K반도체 ETF보다 수익률이 낮았다. 또 배당 매력은 거의 없다. 최근 1년 기준 배당수익률은 0.29%이며 3년 전보다 배당금은 삭감됐다. ETF 소속 기업들이 주주 환원보다는 재투자를 통해 주가 상승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SMH와 같은 해외 상장 ETF는 연금저축펀드 등 절세 계좌에 담을 수 없다. 포트폴리오 중 일부는 국내 상장 ETF에 투자해 세금을 아껴 실질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새해부터 '실적 축포'를 쓰고 있는 삼전닉스의 강력한 실적에 기대 수익률을 높이고 싶으면 TIGER 반도체TOP10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TIGER 반도체TOP10은 최근 1년 주가가 2배 이상 급등했다. 그도 그럴 것이 SK하이닉스(31.7%)와 삼성전자(25.2%) 합산 비중이 ETF 가치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AI 시대 D램 수요 폭증이 계속된다면 이 ETF의 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D램 부족 현상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100조원(에프앤가이드 기준)에 달할 전망이다. 이익이 1년 새 144%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

상위 주요 종목으로는 한미반도체(14.8%), 리노공업(6.0%), 이오테크닉스(4.9%)가 포진돼 있다.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는 '공생관계'다. SK하이닉스는 AI 가속기의 성능을 좌우하는 HBM을 만들고, 한미반도체는 HBM을 만들 때 꼭 필요한 '패키징(조립) 공정 장비'를 판매한다.

최근 구글 중심의 빅테크 맞춤형 칩 생태계가 주목받고 여기에 돈이 몰리고 있다. SMH가 엔비디아 중심이어서 이런 투자 리스크를 낮추려면 ACE 구글밸류체인액티브 ETF가 안성맞춤이다. 구글(20.5%)과 브로드컴(14.3%) 위주로 16곳의 글로벌 주식에 투자한다. 구글은 새해 벽두부터 애플을 밀어내고 글로벌 시총 2위에 등극할 정도로 기세가 좋다.

삼전닉스도 다소 낮은 비중으로 담고 있다. 반도체TOP10과 중복된다. SMH와 함께 투자 시 브로드컴도 중복된다. ETF끼리 섞어서 투자 리스크를 낮출 땐 서로 겹치는 종목이 적을수록 좋다.

그러나 일각에선 브로드컴은 중복될수록 좋다는 의견도 있다. AI 거품 위기 시 오히려 '방어막' 역할도 가능하다. 이 종합 반도체 회사는 AI 연관성이 높은 맞춤형 칩(ASIC) 설계뿐만 아니라 네트워킹 주요 제품, 서버용 반도체, 스마트폰 통신 칩 등도 만들어 사업 구조가 분산돼 있다.

모든 반도체 주식을 ETF 형태로 담고 싶으면 국내 상장 중국 반도체주 ETF를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된다. SMH는 반도체 설계와 장비, K반도체 ETF는 메모리 위주로 소재·부품·장비 중심이다. 중국 반도체 ETF를 섞으면 중국의 파운드리와 후공정, 로컬 장비 등 한미 반도체주에 없는 공정을 담을 수 있어 분산 효과가 극대화된다.

절세 계좌에 담을 수 있는 국내 상장 중국 ETF로는 TIGER 차이나반도체FACTSET 시총이 가장 크다. 1000억원이 넘어 유동성 리스크가 낮으며 25개 종목을 담고 있다. 한국과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가 흔들릴 때 되레 중국 반도체 회사들은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연간 실부담비용률이 구글밸류체인 ETF와 함께 1%가량으로 높은 것이 단점이다. 비용도 복리로 불어나기 때문이다. 주요 보유 종목으론 나우라테크놀로지(NAURA·북방화창)와 기가디바이스가 있다. 나우라는 반도체 웨이퍼를 깎고 얇게 입혀 씻는 등 칩을 만드는 과정에 쓰이는 제조 장비를 만든다. 기가디바이스는 스마트폰이나 가전 제품에 들어가는 메모리 칩을 설계·판매한다.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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