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기술을 만나다, K관광 판을 확 바꾸는 '관광 어벤처스' 5인방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6. 1. 11.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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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 관광혁신 기업 28社 선정
AI기술로 '의미' 남기는 플랫폼 돋보여
K-관광산업 뉴 패러다임 제시해 호평
엑스크루 이미지.

"'어디'를 가느냐가 아닙니다. 여행은 '누구'와 '무엇'을 하느냐의 싸움입니다."

여행의 판이 뒤집히고 있다. 핫스폿에서 사진 한 장 달랑 찍고 오는 '관람형 여행'은 옛말이다. 내 취향을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인공지능(AI) 가이드, 현지인과 땀 흘리며 달리는 액티비티, 심지어 한국어를 배우러 오는 유학형 여행까지. 바야흐로 '초개인화'와 '특수목적관광(SIT)'의 시대다.

판을 뒤엎은 'K관광 국가대표' 주역들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관광산업 혁신 기업 28개사'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여행의 공식을 바꾸고 있는 '관광 어벤처스' 5인방을 만났다. 2026년 한 해 여행 트렌드가 궁금하시다고? 그렇다면 볼 것 없다. 이들 기업의 행보를 주목하시라.

'내 폰 속 여행 가이드'…울룰루&스냅팟

여행 계획 짜다가 밤새운 적 있다면 주목. 돌연변이 관광 스타트업 쌍포가 이 고민을 한 방에 날려준다. 투캅스처럼 호흡이 잘 맞는 두 벤처는 울룰루와 스냅팟. 사명까지 독특한 이 벤처들은 AI를 통해 내 스마트폰 사진첩을 분석해 '나보다 더 나를 잘 아는' 여행을 제안한다.

먼저 울루루(Uluru). 울루루가 수상한 상은 예비관광벤처 부문 사장상이다. 울룰루는 접근법부터 남다르다. 류준우 대표는 "스마트폰 사진 속 위도·경도·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사용자의 여행 성향과 취향을 파악한다"고 운을 뗐다. 게다가 맛집이나 취미를 단순히 추천하는 수준도 아니다. 낚시, 테니스, 바이크 등 나와 '코드'가 맞는 호스트와 동행을 연결까지 해줄 정도. 서비스 출시 단 3개월 만에 테마별 경험 크리에이터 400명과 파트너십을 맺었을 정도다. 류 대표는 "여행은 장소보다 '사람'으로 기억된다는 점에 주목했다"며 "단순 패키지가 아닌 관계와 몰입도 높은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증샷'에 목숨 거는 MZ세대를 겨냥한 '스냅팟'도 잠재력이 있다. 혁신바우처 부문 사장상을 수상한 이 벤처는 찍션 서비스를 민다. 관광객이 축제나 명소에서 지정된 포즈로 사진 미션을 수행하면 리워드를 주는 방식이다. '찍션' 서비스 하나로 사진 데이터 300건을 확보하고 특허와 상표권까지 따냈다. 올해 퀀텀점프를 앞둔 김성철 대표는 "관광객은 게임하듯 즐기고, 지자체는 초상권·저작권 걱정 없는 홍보용 사진 데이터를 확보하는 '일석이조'의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엑스크루를 통해 만난 친구들과 여행을 즐기고 있는 여행족들.

'호텔 콕' 지루해? 땀 흘리는 여행을 팝니다

두루뭉술한 패키지에 질리셨다면 잠깐. 명확한 타깃을 공략해 팬덤을 만든 서비스가 뜨고 있다. 엑스크루와 원더윅스컴퍼니 두 곳이 주인공. 지역관광기업지원센터 부문 사장상을 거머쥔 '엑스크루(xCrew)'는 '(같이) 땀 흘리는 여행'을 판다. 이용자 수만 무려 92만명. '엑스크루'는 전 세계 2만5000명의 크루장(가이드)과 함께 러닝, 등산 등을 즐기는 글로벌 투어 플랫폼이다. 곽상준 대표는 "내국인과 외국인이 함께 땀 흘리며 친구가 되는 것이 진짜 로컬 여행의 묘미"라고 말한다. 이미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샌프란시스코 등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

원더윅스는 사장상을 따낸 다크호스다. 아이디어도 반갑다. 인구 소멸 위기를 겪는 지역에 스타트업의 혁신 아이디어를 수혈해 활력을 '충전(Battery)'하자는 의미의 'BETTER里(배터리)' 사업이다. 배터리의 '리'는 마을(里)과 마을의 연결이다.

비결은 '동심(童心)' 잡기. 이들은 육아 앱 '맘맘'을 통해 노키즈존에 지친 부모들에게 지역 내 '키즈 프렌들리(Yes Kids)' 여행지만 쏙쏙 골라 연결해준다. 결과는 대박. 갈 곳 잃은 가족 여행객이 지역으로 몰려들며 불과 1년 새 월 이용자(MAU) 100만명을 돌파했다. 매출 27억6000만원에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80억원에 달한다. 억 소리 나는 성장세와 함께 죽어가던 지역 상권까지 살려냈으니, 그야말로 '상생의 정석'이다.

"BTS 노래 듣다 한글 배우러 왔어요"

K팝, K드라마에 이은 또 한 번의 돌풍, 'K에듀' 차례다. 관광 글로벌 챌린지 프로그램 부문 사장상을 받은 '북아이피스'는 누적 투자유치액 104억원이라는 묵직한 체급을 자랑한다.

저작권 걱정 없는 정식 교육 콘텐츠 플랫폼 '쏠북'을 기반으로 '에듀투어' 코스로 관광 틈새를 공략한다. 윤미선·김관백 공동대표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권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대학 탐방, 모의시험 등 실질적인 교육 기회와 관광을 묶어 제공하는 게 사업의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불법 복제 교재가 아닌 정식 콘텐츠로 한국어를 배우고, 자연스럽게 한국 관광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똑똑한'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한국관광공사가 민다

K관광 어벤저스 뒤에는 한국관광공사가 버티고 있다. 관광 스타트업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될 수 있게 든든하게 뒤를 받치는 역할이다.

양경수 한국관광공사 관광산업본부장 직무대리는 "올해는 특히 대기업과 손잡고 기술을 검증하는 실증화 사업과 해외 기업과의 오픈이노베이션에 특히 공을 많이 들였다"고 말한다.

내친김에 한국관광공사는 2026년은 더 많은 관광 어벤저스의 라인업을 선보일 계획이다. 양경수 관광산업본부장 직무대리는 "관광공사가 지역과 기업, 그리고 글로벌 시장을 잇는 단단한 '연결 고리'가 돼주겠다"면서 "우리 관광벤처들이 유니콘 기업으로 우뚝 서는 그날까지 가장 든든한 러닝메이트로서 함께 뛰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신익수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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