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타기 수법’의 위험한 탈선…법의 허점 파고드는 음주운전자들 [정락인의 사건 속으로]

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2026. 1. 1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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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 직후 ‘추가 음주’ 사례 빈번…도주 후 뒤늦게 자수 꼼수도
‘김호중 방지법’으로 처벌 강화됐지만, 법망의 빈틈은 남아

(시사저널=정락인 탐사저널 사건전문기자)

오래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술을 마신 후 운전 중 음주 사고나 음주 단속에 대처하는 방법'이 떠돌았다. 여러 방법이 제시됐지만 공통된 결론은 하나다. 일단 근처 편의점이나 슈퍼로 달려가 다짜고짜 술을 사서 들이켜라는 것이다.

실제 이 방법으로 '면허 정지'를 피했다는 사례가 종종 올라왔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A씨는 몇 년 전 술을 마신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가다 가벼운 접촉 사고를 냈다. 그는 온라인에서 봤던 내용을 떠올리고 곧장 편의점으로 뛰어가서 "오늘 기분이 너무 나쁘다"며 소주 한 병을 그대로 마셨다고 한다.

A씨는 곧이어 현장에 출동한 경찰의 음주 측정을 통해 '면허 정지' 수준의 혈중알코올농도가 검출됐다. 경찰은 사고 전 '음주운전'을 추궁했으나, A씨는 "사고 후 마셨다"고 우겨 결국 면허 정지를 피했다는 것이다. 사고 후 A씨가 편의점으로 가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화면과 편의점주의 증언이 나와 '사고 후 음주'가 인정됐기 때문이다. A씨와 비슷한 사례는 온라인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A씨처럼 음주운전 단속 직후나 사고 발생 후, 단속 전의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인하기 어렵게 만들 목적으로 술을 추가로 마시는 행위를 일명 '술타기 수법'이라고 한다. 

ⓒChatGPT 생성이미지

수사기관 막대한 시간과 인력 투입…공권력 낭비 초래

이 수법은 이미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문제는 술타기 수법이 널리 퍼지면서 이를 응용한 수법까지 등장했다는 것이다. 추가 음주에 더해 추가 음주를 가장하는 수법으로 진화한 것이다. 

B씨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벌금형의 약식명령을 받자 정식 재판을 신청했다. 그는 재판에서 '운전 후 음주 측정 전에 지인과 추가로 술을 더 마셨다'는 지인의 사실확인서를 냈다가 조작으로 드러나 실형을 선고받았다. 

C씨는 음주 상태에서 주차된 차량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고 도주했다가 지인을 증인으로 내세워 '사고 후 술을 마셨다'는 증언을 조작하려다 들통나 역시 실형이 선고됐다. B씨와 C씨의 경우는 추가 범행이 드러난 경우에 해당하지만, 실제로 이런 방법들이 공공연하게 악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술타기 수법의 대표적인 사례는 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사건이다. 김씨는 2024년 5월9일 오후 11시40분쯤, 술을 마신 상태에서 자신의 승용차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고를 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편도 1차로 직진 차로에서 중앙선을 넘어 마주 서있던 택시와 추돌한 것이다. 김씨는 사고를 수습하기는커녕 곧바로 도주한 후 경기도의 한 호텔 인근으로 이동해 맥주 4캔을 구입해 마셨다.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막기 위해 술타기 수법을 악용한 것이다. 사고 후 17시간 만에 경찰에 출두한 그는 음주운전 기준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3% 미만의 음성 판정을 받았다. 결국 술자리에서 나와 비틀거리는 모습이 CCTV 영상에 찍혔지만 김씨에게 음주운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사고를 낸 지 시간이 꽤 지나 음주 측정을 한 데다 현장에서 도망친 뒤 술을 더 마셔 사고 시점의 정확한 음주 수치를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소속사 대표와 김씨 등이 매니저에게 거짓 자수를 시켜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하고, 차량 블랙박스 기록을 없애는 등 조직적인 은폐를 시도한 것이 드러나 형사처벌을 받았다. 김씨는 징역 2년6개월이 선고돼 구속 수감됐다.

김호중 사건 이후 술타기 수법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여론의 공분을 샀다. 문제는 형사법의 대원칙상 추가 음주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검사가 증명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인 한계와 더불어 얼마든지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했다. 또 정직하게 단속에 응한 사람보다 교묘하게 도주해 술을 더 마신 사람이 법적 처벌을 면하거나 가벼운 처벌을 받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기도 했다. 사고 당시의 음주 상태를 입증하기 위해 수사기관의 막대한 시간과 인력 투입 등 공권력 낭비도 초래했다.

음주운전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씨가 2024년 5월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음주운전은 '무죄', 음주 측정 방해죄만 '유죄' 생길 수도

그러자 검찰은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에 대한 형사처벌 규정 신설을 법무부에 건의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지면서 도로교통법 제44조 제5항을 신설하고 '음주 측정 방해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이 2024년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지난해 6월4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일명 '김호중 방지법'이다.

이에 따라 술타기 수법으로 적발된 운전자는 음주 측정 거부자와 동일한 수준의 1년 이상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음주 측정 거부와 동일하게 운전면허가 취소되는 행정처분도 뒤따른다.

이전에는 사고 후 도주해 술을 더 마시면 운전 당시의 정확한 혈중알코올농도를 입증하기 어려워 처벌을 피할 수 있었으나, 추가된 음주 행위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그렇다고 이것이 술타기 수법의 완전한 근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전히 법망을 빠져나갈 구멍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개정안에는 '음주 측정을 곤란하게 할 목적'으로 한 추가 음주 행위를 처벌한다고 명시돼 있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법규상 처벌을 위해서는 '방해 목적'의 고의성을 검사가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 판례상 형사 재판에서는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돼야 하는데, 피고인이 "너무 당황하고 괴로워서 술을 마셨다"거나 "사고가 난 줄 모르고 평소 습관대로 마셨다"고 주장할 경우 그 목적성을 완벽하게 입증하는 것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목적성 입증에 실패하면 음주 측정 방해죄를 적용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사고 당시 진짜 혈중알코올농도를 확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 술타기 행위 자체는 처벌 가능하지만 정작 사고 당시의 음주 수치를 확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운전자가 사고를 낸 후 도주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술을 더 마시면, 사고 당시와 사고 후에 마신 술이 섞이게 된다. 이러면 위드마크 공식(음주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를 계산하는 방법)을 적용하더라도 운전 당시의 정확한 수치를 산출하는 것이 매우 복잡해진다. 

이렇게 되면 수치가 특정되지 않아 음주운전 혐의 자체는 무죄가 나오고, 음주 측정 방해죄만 유죄가 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음주 측정 방해죄로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받더라도 '음주운전' 그 자체에 대한 처벌을 피할 수 있는 꼼수가 완전히 차단된 것은 아닌 셈이다. 

법이 강화되면서 사고 후 도주한 운전자가 즉시 자수하지 않고, 알코올이 분해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뒤늦게 나타나는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이 경우 술타기를 했는지 알기 쉽지 않다. 피의자가 뒤늦게 나타나 "사고 후에 마셨다"고 주장하면 수사기관은 이를 반박할 과학적 증거를 찾기 위해 상당한 공권력을 낭비해야 한다.

음주 측정 방해죄로 기소되더라도 사고 당시 음주 수치가 입증되지 않으면, 면허 구제 행정소송에서 운전자가 승소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처럼 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법 적용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부도 이를 보완하기 위한 법안을 계속 마련하고 있다. 올해 10월24일부터는 최근 5년 내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은 2년의 결격 기간이 지난 뒤 면허를 재취득할 경우 음주운전 방지 장치를 차량에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술에 취한 상태에서는 시동 자체가 걸리지 않아 상습 운전자의 음주운전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모든 운전자가 해당되지 않아 틈새가 있다. 

술이 아닌 의약품이나 향정신성 물질을 이용해 측정치를 교란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오는 4월부터는 '약물운전 측정 불응죄'를 신설해 약물 운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되지만 실제 단속이나 감정 기술이 알코올만큼 정교하지 않아 법망을 빠져나갈 우려가 있다. 경찰도 음주운전자의 꼼수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정밀 감정 기술을 고도화하는 것이다. 

이전에는 위드마크 공식에 의해 판단했으나 지금은 음주운전 사고 피의자의 사고 전 CCTV, 카드 결제 내역과 사고 후 음주량을 대조해 운전 당시 수치를 역추산하는 과학 수사기법을 적극 활용해 위드마크 공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피의자의 고의성 입증과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산출의 기술적 한계가 여전히 법 집행의 실효성을 제약하는 요소로 남아있다. 

서울 종로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들이 2025년 11월19일 안국역 인근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시행하고 있다.ⓒ시사저널 임준선

美, '사법방해'로 간주…日은 주변인까지 처벌

미국이나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술타기 수법을 음주 측정을 방해하고 사법체계를 기만하는 행위로 판단해 엄격하게 처벌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별로 차이가 있지만, 사고 후 고의로 술을 마시는 행위를 '증거인멸'이나 '사법방해'로 간주한다.

음주운전 혐의와는 별개로 증거를 조작하거나 은닉하려 한 행위에 대해 강력한 형사처벌을 내린다. 특히 경찰의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한 것에 대해 매우 단호하며, 캘리포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측정 거부만으로도 초범부터 의무 구류와 최소 1년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음주 측정 방해죄'를 신설했으나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사법 시스템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광범위한 증거인멸 법리를 적용해 왔던 것이다. 

일본은 음주운전에 대해 가장 엄격한 국가 중 하나다. 술타기 수법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까지 처벌한다. 사고 후 술을 마시는 등 측정을 방해하면 '위험운전치사상죄'의 가중 사유로 보거나, 죄질이 나쁜 경우 실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술타기 수법을 악용한 운전자뿐만 아니라 '음주운전 방조죄'를 적용해 술을 권한 사람, 동승한 사람, 차량 제공자까지 모두 처벌한다. 음주운전 사망 사고 최고 형량이 약 8년 내외인 우리나라에 비해 일본은 경합범 적용 시 최대 30년까지 선고 가능하다.

우리나라도 최근 법 개정을 통해 처벌 수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렸으나, 미국처럼 사법방해 자체를 엄중히 다스리는 문화나 일본처럼 주변인까지 처벌하는 사회적 압박 시스템 측면에서는 여전히 억제력이 약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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