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상사라면 외우자…‘잘했다, 부탁해, 괜찮아’

한겨레 2026. 1. 1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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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 16
목동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는 모습. 필자 제공

봄에 있을 마라톤 훈련을 시작한 지 1달째이다. 달리는 속도가 빨라지고, 훈련 강도가 높아졌다. 이전보다 숨도 가쁘고, 빠른 속도를 유지하느라 다리가 쫓아가기 바쁘다. 12월25일 새벽 5시 목동 운동장에서 변속주로 달렸다. 마라톤 3시간10분 이내 완주 목표인 싱글 그룹 기준, km당 4분30초 페이스로 400m, 다시 km당 4분45초로 400m를 이어서 20회 반복하며 1만6000m를 달리는 프로그램이다.

“8번 째 질주 들어갑니다!”

‘지금도 버거운데, 끝까지 지속할 수 있을까?’

‘날씨도 너무 추운데, 무리하는 거 아닌가?’

훈련의 절반쯤 오니, 몸이 고된 느낌이 들며 마음에 고비가 오는 것 같다.

시작하기 전에는 앞으로 얼마나 힘들지 무섭고 긴장이 된다. 막상 달리기 시작하면 긴장과 떨림은 사라지는데 1번, 2번, 3번…회수가 반복되며 속도를 높이는 구간에 버겁고 힘든 느낌이 든다.

멈추지 않게 하는 마법의 말 “잘하고 있어”

“2분 2초! 잘하고 있어요. 호흡 편안하게 하고, 몸에 힘 빼고, 지금 속도 좋으니까 그대로만 가요.” 트랙 0m 지점에서 랩 시간을 체크하고 달리는 모습을 점검하던 조장이 격려한다.

“그렇지! 그렇게, 지금 좋아요! 그대로!” “몸에 힘 빼고, 가볍게, 통통통통” 저 멀리서 감독님도 외친다.

‘막상 어려울 것 같았는데 그래도 벌써 절반이나 왔구나.’

‘그래, 해보자. 하다가 정 힘들면 그 때 멈추면 되지, 그만둘 핑계를 먼저 찾지 말자.’

스읍 휴우, 숨을 들이 쉬고 내쉬며 자세를 가다듬고 다시 마음을 정렬한다. 지금 잘하고 있다는 조장과 감독님의 말이 마음에 와닿으니 지속할 동기부여가 된다.

“화이팅!”

“이번 한 번만 더 해보자.”

“같이 갑시다.”

서로를 향한 격려를 전한다. 열 맞추어 함께 달리면서 앞 옆 뒤 사람 숨소리가 들리고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고된 느낌을 이겨내며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느끼는 힘듦과 두려움, 긴장, 성취감과 좌절감을 상대도 함께 느끼고 있다. 상대에 대한 격려와 응원은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목동종합운동장에서 훈련하는 모습. 필자 제공

“이런 일도 대처 못하면 대체 어떻게 일하자는 거야?”

“자네는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고 있나?”

“우리 부서는 자네가 문제야.”

부장님을 대할 때마다 막다른 코너에 몰리는 느낌이에요. 사무실에서 부장님 목소리가 조금만 높아지면, ‘내가 뭐 또 잘못했나?’ 움츠러들어요. 회사에서 치이고 지쳐서 집에 가면 가족들과 또 부딪히고. 그만두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요.”

민현씨는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의미가 느껴지지 않으면, 더 이상 힘든 것을 지속할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이해와 격려는 후배를 일하게 한다

“표정이 한결 밝아지셨네요.”

“잠도 잘 자고 마음이 편해졌어요. 성과도 이전보다 좋지만, 무엇보다 갑갑하고 억울하던 느낌이 없어졌어요. 새로 부임한 팀장님은 업무에 관해 대화가 통해요. 실질적으로 업무를 파악하고 지시가 명확해요. 미심쩍은 부분은 언제든 상의하고 팀장님이 놓치는 부분이나 제 의견을 편하게 말할 수 있어요.”

재웅씨는 업무에 대해 고충을 실질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팀장을 믿을 수 있어서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고, 일이 많아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수현님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셨나요?”

“선생님, 신규 상품 출시로 정말 바쁘거든요. 그런데 저, 요즘 잘 지내요. 부서 이동 후 처음 맡는 일도 많고 버겁긴 한데, 마음이 편해요. 이전 부서에서는 ‘이걸 왜 내가 해야 하지?’하는 거부감이 먼저 들곤 했었는데, 지금은 ‘어렵긴 하지만, 해보자, 할 수 있다’ 하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과 어떤 점들이 달라지셨는지요? 수현님 마음에 무엇이 도움이 되셨나요?”

“지금 부서에서는 선임들이 뭐 조금만 잘해도 칭찬해주시고, 어려워해도 격려해주세요. ‘잘했다. 이거 정말 힘든 업무인데. 잘 부탁할게.’ ‘괜찮다. 아직 업무 파악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럴거다. 언제든 물어보고 도움 요청해.’”

“그런 선임들의 이해와 격려가 수현님 마음에 어떻게 도움이 되었나요?”

“안도감이 들고 ‘어 나 그래도 잘하고 있나 봐, 나 괜찮은 사람인가 봐’ 자신감이 붙더라구요. 그래서 힘내서 더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요.”

공감과 이해는 신뢰를 낳는다

운동 선수들도 이해와 소통이 바탕이 될 때 지도자를 믿고 따른다. 기록과 순위에 대한 압박감, 부상에 대한 걱정을 공감하고 선수들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다. 무엇이 힘들고 어떨 때 불안했는지 절감하기에 실질적으로 내면을 헤아릴 수 있다. 자기 마음처럼 무섭고 힘든 것을 피하고 싶은 심리를 이해한다. 또, 힘든 것을 이겨내고 목표를 성취할 때의 보상과 만족감, 무엇이 어떻게 동기부여가 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통해 선수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있기에, 일방적이거나 강압적이지 않게 된다.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지도하게 되고 선수들은 그런 지도자를 믿고 훈련에 적극적으로 임한다. 훈련 프로그램이 어렵든 쉽든, 지도자가 해당 시점에 필요한 강도를 고안하고 제시한 것을 알기 때문이다.

신입부터 3년차 5년차 10년차를 겪어온 선임은 후임을 이해한다. 나는 그 시절 어땠는지 자신을 바탕으로 상대를 알기에 배려할 수 있다. 선생님은 자기 학생 시절을 통해 현재 가르치는 학생들을 이해하고, 엄마 아빠는 어린 시절을 통해 지금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 베테랑 운전자도 초보 시절이 있기에, 운전이 미숙한 사람을 이해하고 인내할 수 있다. 경험을 통해 자기 마음을 이해하고 있기에 상대 마음을 이해하고 배려하고 격려할 수 있다. 실질적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격려와 조언은 상대의 마음을 울리고 힘든 것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을 낼 수 있게 한다.

※이 글의 상담 사례로 등장하는 이름은 모두 가명이며, 실제 상담 경험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 마라톤 하는 정신과 의사 김세희의 ‘마인드 업’은?

김세희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는 세계 6대 메이저 베를린·보스턴·도쿄·시카고·런던·뉴 마라톤을 포함해 50여 차례 국내외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했다. 최고 기록은 2024년 서울국제마라톤에서 세운 3시간7분30초다. 현재 삼성서초사옥 마음건강클리닉에서 사내 임직원을 진료하고 있으며 대한 육상연맹 이사를 맡고 있다.

마음이 속상하고 힘들 때,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까? 스스로 마음을 보듬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답은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을 알아차리고 이해하는 데 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필자는 마라톤을 하면서 마음에 일어나는 생각과 느낌을 성찰하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내면을 풍요롭게 유지할 수 있었다. 지금도 새벽마다 달리며 지친 이들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있다. 20년간 달리기와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통해 깨달은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본다.
김세희 |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임상교수·‘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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