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이 수도권의 에너지 식민지인가”···충청 전역으로 번지는 초고압 송전선로 반발
주민·환경단체 “동의 없는 노선 철회해야”
금산서는 1년 가까이 법정 다툼 진행중

수도권 전력수급 안정 등을 명분으로 추진되는 한국전력공사의 ‘송전선로 건설 사업’을 둘러싼 갈등이 충청권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충남 금산에서 시작된 반발 여론이 대전과 세종, 충남 공주 등으로 번지며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의 연대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주민들은 “대전·세종·충남을 수도권을 위한 에너지 식민지로 전락시키는 사업”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11일 대전환경운동연합 등에 따르면 신계룡~북천안 34만5000볼트(V) 송전선로 노선이 대전 서구 2개 동과 유성구 5개 동 일대를 지나는 경과대역으로 확정됐다.
정부는 전북 정읍에서 충남 계룡을 거쳐 천안까지 34만5000V급 고압 송전선로 건설을 추진 중이다. 전북 서남권과 전남 신안 해상풍력 등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함이다. 이렇게 보내진 전력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에 집중 공급될 예정이다.
경로상 송전선로는 대전과 세종을 관통하게 된다. 고압 송전선로는 대표적인 기피시설이다. 지역에서는 쓰지도 않을 전력을 이송하기 위해 고압 송전선로를 떠안아야할 대전·세종·충남 전역에서는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세종 금남·장군 지역 주민 100여명과 전의·전동·장군 지역 주민 150여명은 최근 한전 세종지사와 세종시청 앞에서 잇따라 반대 집회를 열고 “주민 동의 없는 노선 결정은 원천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전환경운동연합과 대전충남녹색연합 등 지역 환경단체들은 “이번 송전선로 건설은 수도권만을 위한 에너지 식민지화 사업”이라며 “정부는 노선을 전면 재검토하고 주민 갈등만 키우는 입지선정위원회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종시의회도 지난 12월 ‘신계룡~북천안 송전선로 건설사업 전면 재검토 및 송·변전망 관련 제도 개선 촉구 결의안’을 의결했다. 임채성 세종시의회 의장은 “초고압 송전선로는 주민 삶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주민의 안전과 권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주에서도 대책위를 구성하는 등 반발이 일고 있다. 공주시 우성·반포면 등 6개 읍·면·동 주민 400여명은 지난달 29일 우성면 농업회관에 모여 ‘공주시송전선로백지화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사업 전면 중단을 요구했다. 대책위는 “지역사회와 단 한 번의 제대로 된 협의도 없이 추진되는 일방통행식 사업”이라고 했다.

정치권도 가세하고 있다. 무소속 김종민 의원 등은 ‘안전 대책 없는 초고압 송전선로 반대’를 내걸고 주민들과 연대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국회 차원의 공동 대응 체계 구축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당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및 송전탑 건설 반대 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금산에서는 한전과 1년 가까이 법정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송전(탑)선로 금산군 경유 대책위원회’는 한전의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해 ‘입지선정위원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고, 대전지법은 지난해 2월 이를 인용했다. 법원이 한전의 입지 선정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지만, 같은해 7월 열린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해당 사안은 현재 본안 소송이 진행 중이다.
박범석 대책위원장은 “법원의 첫 인용 판결 이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결국 인용 결정이 취소된 것은 아쉬운 점”이라며 “한전이 여전히 지역 주민들의 의견 수렴 없이 주민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만큼 본안 소송에서 반드시 승소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의 기자 justi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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