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성장” 전망한 정부…‘반도체·대기업 편중’ 한계 지적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수출이 더 증가하고, 관련 설비투자도 늘어날 거란 기대에 따른 전망치다. 하지만 경제성장이 반도체·대기업으로 편중되면서 ‘케이(K)자형 성장’(산업별·계층별 성장 속도가 달라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한국의 실질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지난해 성장률 추정치(1.0%)보다 두 배로 높은 2.0%로 내다봤다. 한국은행·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치(1.8%)보다 높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추정(2.1%)보단 조금 낮은 수치다.
성장을 견인하는 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반도체다. 정부는 내수 중심으로 성장세가 회복할 거라면서 반도체 슈퍼사이클로 설비투자가 2.1%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도체 덕에 수출도 역대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해 반도체 수출(1734억달러)이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전체 수출액(7079억달러) 증가세를 이끌었는데, 올해도 수출이 4.2% 증가하며 이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재경부는 “미국 관세영향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교역은 둔화하겠으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조로 수출 증가세가 지속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산업·기업 규모에 따른 양극화 우려가 크다. 현재 한국경제는 반도체가 포함된 정보기술(IT)과 비정보기술의 성장 속도 차이가 현격하다. 한은 통계를 보면, 2024년 정보기술부문 국내총생산은 2000년 대비 8.82배 커졌지만 같은 기간 비정보기술부문은 2.14배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보기술부문의 성장기여율도 2000~2010년대 11.6%에서 2020~2024년 30.5%까지 증가했다. 산업 재편에 따른 불가피한 흐름이라고는 하나, 아이티부문 기업·종사자와 여기 속하지 않는 이들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간 생산성·임금 격차, 지역 간 격차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지금 한국은 이른바 ‘케이(K)자형 성장’이라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외형과 지표만 보면 우리 경제는 분명히 지난해보다 나아지겠지만, 다수의 국민은 변화를 체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정부는 양극화 극복 차원에서 중소기업·취약계층·지방을 아우른 ‘지방주도성장’, ‘모두의 성장’ 정책 기조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재생에너지자립도시(RE100 산단) 내 창업기업에 10년간 소득·법인세 100% 감면 △5극3특 성장엔진 보조금 도입 △저소득 근로가구 소득보전을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 개선 △지역별 세제지원 차등 방안 마련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다만 정책 실효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국민성장펀드 등 본격적인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정보기술분야와 달리, 지역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한국경제는 반도체 외에는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는 상태”라며 “비정보기술업의 생산성 향상과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선 정부지원책과 불필요한 규제개혁, 산업재편 과정에서 밀려난 계층의 생활안정을 지원하는 대책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등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을 언급했지만 이를 보충할 재원에 대한 고민은 빠졌다는 비판도 있다. 강병구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성장 관련 정책들을 제시하면서 다양한 세제 혜택을 언급했지만, 재원 마련 측면의 대책은 상당히 취약하다. 경제성장전략에 포함된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선 세수확충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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