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스쳐 가는 관광지’에서 ‘머무는 도시’로…방문객 5000만 명 시대 열었다
외국인 관광객 17% 증가…글로벌 관광도시 경쟁력 회복 속 교통·정주 과제 남아

경주 황리단길에서 만난 한 관광객(30대·서울시)은 "예전엔 낮에 불국사만 보고 떠났는데, 요즘은 한옥 스테이에서 머물며 밤늦게까지 야경을 즐긴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주가 '잠시 들르는 곳'에서 '머무는 관광지'로 체질 개선에 성공하며 관광객 5000만 명 시대를 열었다.
11일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지난해 경주 황리단길과 대릉원 일원을 찾은 방문객은 872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95만 명(12%)이 증가한 수치로, 경주 관광의 핵심 엔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야경 명소인 동궁과 월지 역시 162만 명이 다녀가며 꾸준한 인기를 증명했다.
주목할 점은 외지인 방문객 총수다. 지난해 경주를 찾은 외지인은 총 5020만 명으로, 전년(4709만 명)보다 300만 명 이상 늘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138만 명을 기록, 1년 만에 17%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점은 경주가 글로벌 관광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회복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수직 상승의 배경에는 경주시의 전략적인 환경 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시는 그간 황리단길과 경주역사유적지구를 잇는 보행로를 정비하고, 단순 관람 위주에서 벗어나 체험과 야간 경관 중심의 콘텐츠를 확충해 왔다.
현장에서 만난 한 상인은 "야간 조명이 정비된 이후 저녁 식사 후 산책하는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어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사적지와 상권이 결합한 체류형 모델이 안착하면서 '반나절 관광'이 '1박 2일' 이상의 일정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번 지표는 향후 경주시가 추진할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와 글로벌 마케팅의 든든한 기초 자료가 될 전망이다. 다만, 급증하는 관광객에 따른 교통 정체 해결과 지역 주민의 정주권 보호는 여전한 과제로 남는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머물고 다시 찾는 도시로의 전환 노력이 현장에서 체감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광 트렌드에 발맞춘 콘텐츠 개선을 통해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