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암 치료의 목표가 ‘생존’에서 ‘삶의 질’로 바뀌고 있다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2026. 1. 1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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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 정상 조직을 보호하고 암세포만 공격하는 방향으로 진화

(시사저널=노진섭 의학전문기자)

암 치료의 풍경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종양을 제거하거나 암세포를 강하게 공격하는 데서 나아가, 정밀하게 암세포를 공격하면서도 정상 조직은 보호하며 치료 이후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는가가 치료의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술은 개복수술에서 복강경과 로봇수술, 내시경 수술로 진화하며 침습을 최소화했고, 영상 유도 기술을 통해 종양의 경계와 전이 가능성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항암치료는 세포독성 항암제 중심에서 벗어나, 유전자 변이를 표적으로 한 표적항암제와 항체약물 접합체, 면역항암제, 이중·삼중항체로 확장되며 환자 맞춤형 치료로 발전하고 있다. 

방사선치료도 예외는 아니다. 적응 방사선치료와 MR유도 방사선치료, 저분할 방사선치료, 입자 방사선치료와 초고선량률 방사선치료까지 등장하며, 방사선을 종양에 정확히 전달하고 정상 조직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보하고 있다. 한상욱 대한암학회장(아주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은 "우리나라는 국가 암 검진으로 조기 진단 비율이 높아 암 발생률은 높게 나타나지만, 수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의 발전에 힘입어 암 치료 성적은 세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암 치료는 앞으로 단순히 생명 연장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고려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사선치료는 양성자나 중입자 등 입자 방사선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사진은 세브란스병원이 치료에 사용하는 중입자 치료기 ⓒ시사저널 이종현

형광 염료를 사용한 정밀 수술로 발전 

암 치료에서 수술은 기본이다. 의사가 눈으로 종양을 보고 확실하게 제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절개 범위가 넓어 환자에게 부담이 크고 회복에 시간이 걸리며, 수술 흉터로 인한 미용상 문제도 남을 수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복강경 수술이 개발됐다. 복강경 수술은 복부에 작은 구멍을 내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삽입해 내부를 확대해 보며 시행하는 방식으로, 현재 위암·대장암·담낭암·전립선암 등 여러 암종에서 활용되고 있다. 절개를 최소화하고 기구의 조작성은 정교해지면서 출혈과 합병증이 줄었고, 통증 감소와 함께 회복 속도와 수술 후 삶의 질도 개선됐다.

다만 복강경 수술은 2차원 화면과 제한된 기구 움직임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2000년대 이후 로봇수술이 도입되면서 수술 정밀도는 한 단계 높아졌다. 초기에는 전립선암 등 일부 암종에 국한됐지만, 로봇 성능이 발전하면서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암 수술은 종양을 더 정확히 제거하고 전이 여부를 정밀하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ICG(인도시아닌그린) 영상 유도 수술이다. 의료용 형광 염료인 ICG를 주입한 뒤 근적외선 카메라로 관찰하면 혈류와 림프 흐름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 종양 경계와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 기법은 로봇수술이나 복강경 수술과 결합해 수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한 분야는 항암치료다. 20~30년 전만 해도 항암치료는 세포독성 항암제를 이용해 암세포를 얼마나 강하게 공격하느냐가 핵심이었다. 세포독성 항암제는 부작용이 있음에도 여전히 항암치료의 중요한 축이다. 그러나 암세포와 정상 조직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근본적 한계는 남아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이용한 표적항암제가 등장하면서 항암치료는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표적항암제는 유전자 변이나 단백질 과발현 등을 탐지해 암만 공격한다. 예컨대 폐암에서는 EGFR·ALK·ROS1 돌연변이를, 유방암에서는 HER2 과발현 여부를 진단해 이를 타깃으로 한 표적항암제가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표적항암제는 앞으로 항체약물 접합체(ADC)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ADC는 암세포를 인식하는 항체에 항암약물을 결합한 치료제로, 항체가 암세포에 결합해 내부로 들어가면 항암약물이 방출된다. 이를 통해 정상 조직 손상은 줄이면서 암세포에는 강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유방암과 폐암에서는 HER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한 ADC가 새로운 치료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위암과 식도위접합부암에서는 Claudin 18.2를 표적으로 한 ADC가 진료 현장에 확산되고 있다. 이들 단백질은 일부 암세포에서 발현·노출되는 특징을 보인다. 

현재 10종 이상의 ADC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아 사용 중이거나, 여러 암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김동완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폐암에서 HER2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한 치료제가 최근 승인돼 사용 중이며, 의미 있는 치료 효과를 보인다. 앞으로 수년간 항체 기반 항암제는 더욱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 환자의 암세포 분자 구조를 분석하면 이에 맞는 항체를 설계할 수 있다. 여기에 항암약물을 결합한 ADC는 환자 특성에 맞춘 개인 맞춤형 치료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사진은 식물에서 유래한 물질을 기반으로 만든 항암제다. 최근에는 이런 항암제를 항체에 결합해 암세포 내부로 직접 전달하는 방식으로 항암치료가 발전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암세포 내부에 항암제 투입하는 ADC

항암치료의 또 다른 축으로 부상한 것이 면역항암제다. 면역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기보다 면역체계가 암세포를 인식해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치료제다. 암세포는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려고 면역 반응에 일종의 '브레이크'를 걸어두는데, 면역항암제는 이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 결과 면역세포가 다시 활성화돼 암세포를 공격한다. 면역항암제는 폐암·간암·방광암 등 다양한 암종에 활용되고 있다. 

항암치료는 이중항체와 삼중항체 등장으로 또 한번 발전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하나의 항체가 두 개 또는 세 개의 서로 다른 표적에 동시에 결합하도록 인위적으로 설계한 항체로, 현재 다양한 암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한마디로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직접 연결하는 항체다. 김동완 교수는 "이중항체는 한쪽은 암세포에, 다른 한쪽은 면역세포에 결합하도록 설계됐다.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직접 연결해 항암 효과를 높인다. 삼중항체는 여기에 하나의 표적을 더 추가해, 면역세포를 더욱 효과적으로 끌어들이거나 면역 반응을 한층 강화하도록 고안됐다. 실제로 소세포폐암 치료에서 이중항체 기반 면역항암제가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던 환자에게서도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근 면역항암제는 재발·전이암을 넘어 초기 단계의 암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으며, 수술 전후 잔존 암세포를 제거하는 보조 치료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에 따라 면역항암제는 말기 암에 국한되지 않고, 완치를 목표로 한 치료 전략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김혜련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ADC는 면역항암치료 이후의 치료 전략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시간이 지나 다시 암이 진행하는 경우, ADC는 다시 한번 정밀하게 공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이 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면역항암제와 ADC를 병합하는 치료 전략도 여러 암종에서 활발히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면역항암제가 면역 환경을 활성화하고, ADC가 암세포를 정밀하게 공격해 치료 효과를 보완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선치료는 정밀도를 높여 치료 기간을 단축하고 정상 조직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진화 중이다. 과거에는 방사선 세기를 높여 치료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지만, 이로 인한 정상 조직의 손상이 큰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방사선 세기를 무작정 높이기보다, 정확도를 높여 정상 조직의 피해를 줄이는 전략으로 치료 방향이 전환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대표적인 예가 적응 방사선치료와 MR유도 방사선치료다. 적응 방사선치료는 치료 중 종양 크기나 위치, 체형 변화 등을 반영해 방사선 조사 계획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두경부암·전립선암·폐암·복부 골반 종양 등에 활용된다. MR유도 방사선치료는 실시간 MRI(자기공명영상)를 보며 종양과 주변 장기 위치에 맞춰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식으로, 장기 위치 변화가 잦은 췌장암·간암·전립선암 등에 특히 유용하다.

이런 정밀도 향상을 바탕으로 방사선치료는 치료 기간을 단축하는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저분할 방사선치료는 1회 조사량을 늘려 전체 치료 횟수를 줄인다. 전립선암과 유방암·폐암·간암·췌장암 등에 활용되며 고령이거나 전신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 정위체부 방사선치료(SBRT)는 종양을 정밀하게 겨냥해 고선량 방사선을 짧은 기간에 조사하는 치료법이다. 수술이 어려운 초기 폐암과 간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에 효과적인 대안으로 사용된다. 

일반적인 방사선치료가 25회 이상 시행되는 것과 달리, 저분할 방사선치료는 20회 이하, SBRT는 5회 이하로 치료 횟수를 줄일 수 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SBRT는 전이가 제한돼 소수의 병변만 존재하는 경우에 유용한 치료법으로, 국소 병변을 효과적으로 제어해 전신 치료의 효과를 유지하거나 치료 전략을 전환하는 시점을 조절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처럼 방사선치료는 더 이상 단순한 국소 치료에 머물지 않고, 전신 치료와 결합하는 방향으로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입자·FLASH로 진화하는 방사선치료

또 방사선치료는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는 방식이 입자 방사선치료다. 기존 방사선치료에 사용되는 X선과 감마선은 광자 방사선으로, 종양 앞뒤의 정상 조직에도 방사선이 피해를 줄 수 있다. 반면 양성자와 중입자는 질량을 지닌 입자 방사선이다. 입자 방사선치료는 목표 지점에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방출해 정상 조직에 대한 불필요한 방사선 노출을 줄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국립암센터가 양성자 치료를, 세브란스병원이 중입자 치료를 하고 있다. 이익재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암 치료의 목표는 단순히 생존 기간을 연장하는 데서 벗어나, 치료 과정에서 삶의 질을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방사선을 종양에 정밀하게 전달하는 기술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앞으로는 정상 조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보호하느냐가 방사선치료 기술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입자 방사선치료는 치료 효과뿐 아니라, 치료 이후 삶의 질과 장기 기능 보존까지 함께 고려한 치료법이다. 금웅섭 교수는 "앞으로 입자 방사선치료는 고정밀 영상 기술과 적응 방사선치료, 저분할 전략과 결합해 임상에서 가장 정밀한 방사선치료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발전은 방사선치료를 면역·표적 치료와 결합해 설계하는 정밀 암 치료 플랫폼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초고선량률 방사선치료(FLASH)도 정상 조직을 최대한 보호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기존 방사선치료가 보통 수 분에 걸쳐 방사선을 조사하는 방식이라면, FLASH는 매우 높은 선량의 방사선을 마이크로초 또는 밀리초 단위의 극히 짧은 시간에 조사한다. 이를 통해 치료 시간을 크게 줄이면서도 항암 효과는 유지하고, 정상 조직 손상은 감소시킬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주로 전이암 환자를 대상으로 FLASH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이익재 교수는 "방사선치료는 앞으로 광자 방사선 중심에서 입자 방사선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치료 효과뿐 아니라 정상 조직을 보호하는 가치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입자 방사선치료는 대형 가속기 등 설비 규모가 크고 비용 부담이 커, 도입과 확산에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그러나 앞으로 치료 시스템이 소형화·표준화되면, 입자 방사선치료의 접근성은 점차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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