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탓,

김의화 2026. 1. 11.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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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은겸/시인
전은겸/시인
이름 끝에 '경'字는 허다하다

은경, 민경, 진경, 기타 경경인데 내 이름은 은겸이다

사람들은 '은겸'을 '은겸'이라 부르지 않고

애들도 어른도 앞집도 뒷집도 모두 '은경'이라 부른다

그때마다 나는 또박또박 은겸이예요 은겸 말하면

모두 고갤 끄덕이며 아, 은경 한다

남녀노소 열이면 열 똑같아

"겸손할 겸이라고요"목소릴 높여야 그제야 아, '은겸'하고 불려지는

내 이름

겸손해야 하는데

겸손할 대로 겸손해져야 하는데

소릴 지르게 되는 겸손

누굴 탓할까

얼마 전

낮에 스티커 사러 문구점에 갔다가

매장이 어두컴컴해서 주인에게 어둡네요 했더니

주인이 손가락으로 내 얼굴을 찌르려 한다

아무리 내 이름에 겸손할 '겸'字가 들었어도

주인의 무례함에 소릴 빽 지르고 나왔다

밖에 나왔는데도 어둡다

그제야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다는 걸 알았다

누굴 탓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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