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되는 화폐 이야기] 33. 도깨비가 불러온 행운, 전통 해학이 세계를 매혹하다
‘돈 나와라 뚝딱’ 전래동화가 문화 IP 되는 순간
1g의 화폐 조각에 담긴 K-컬처의 다음 가능성
![부와 행운을 부르는 ‘도깨비방망이 돈키링’ [조폐공사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1/dt/20260111103904965fkuh.jpg)
2026년 새해를 기념해 한국조폐공사는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선, 매우 흥미로운 제품 하나를 선보였다. 바로 ‘도깨비방망이 돈키링’이다. 실제 화폐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활용해 만든 이 작은 키링은, 출시와 동시에 단순한 굿즈 이상의 문화적 메시지를 던졌다. “돈 나와라 뚝딱”이라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전래동화 속 주문이 새로운 문화콘텐츠의 하나로 탄생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흥행을 기록하면서, 한국의 전통 민속과 신화에 대한 글로벌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과거에는 박물관 유리창 너머에 박제된 ‘낡은 것’으로 치부되던 도깨비와 저승사자, 민화 속 영물들이 이제는 MZ세대를 비롯한 전 세계 대중에게 가장 ‘힙(Hip)’한 문화 코드로 부상했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도깨비와 저승사자 같은 전통적 존재들이 K팝의 세련된 감각을 입고 매력적인 서사의 주인공으로 거듭난 것이다.
변화의 트렌드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상품 브랜드인 ‘뮷즈(MU:DS)’의 성공이다. 2025년 상반기에만 11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뮷즈는 기념품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다. 특히 ‘케데헌’의 흥행 직후인 지난해 8월에는 월 매출이 전년 동월 대비 2.5배나 급증하며 단일 월에만 52억7600만 원이라는 기록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품절 대란을 일으킨 민화 속 까치 호랑이 배지를 비롯해 김홍도의 ‘평안감사향연도’ 속 취객 선비 변색 잔, 신라 금관을 재해석한 현대적 장신구, 백제 진묘수 디퓨저 등은 모두 공통된 성공 방정식을 공유한다. 그것은 바로 우리만의 깊은 서사와 문화적 정체성을 현대적인 디자인 문법으로 정교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외국인 관람객 비중이 한류 팬층을 중심으로 증가추세에 있으며, 까치 호랑이 배지나 갓 키링이 한류 팬들 사이에서 ‘행운의 부적’으로 통하며 머스트해브 아이템이 된 것은 전통의 현대화가 가진 강력한 힘을 증명한다.
![만원권과 오만원권 화폐부산물로 제작된 화폐굿즈 ‘도깨비방망이 돈키링’ 세트제품 [조폐공사 제공]](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1/11/dt/20260111103906338awgj.jpg)
그렇다면 왜 전 세계는 한국의 ‘도깨비’에 열광하는가?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서양의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서사 구조를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서양의 데몬(Demon)이나 오우거(Ogre)는 대개 선악 이분법 체계에서 절대적인 ‘악’의 위치를 점한다. 인간은 그들을 퇴치하거나 극복해야만 한다. 그러나 한국의 도깨비는 훨씬 입체적이고 인간적이다. 때로는 장난기로 인간을 골탕 먹이지만, 의리 있고 정직한 이에게는 금은보화를 선물한다. 그들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며 욕망과 해학, 풍자와 따뜻함이 뒤섞인 우리 민족의 페르소나와 같다.
이러한 양면성과 인간적 결함은 현대 대중문화가 갈망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의 본질이다. 마블(Marvel)의 ‘로키’나 DC(Detective Comics)의 ‘할리 퀸’처럼 선과 악의 경계에서 입체적인 매력을 뽐내는 안티 히어로들의 원형이 이미 우리 도깨비 서사 속에 수백 년 전부터 존재했던 셈이다. ‘케데헌’ 역시 이러한 전통 신화의 복합적인 세계관을 음악과 비주얼로 탁월하게 번역해냈기에 글로벌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다.
한국 전통문화의 성공은 보편성과 특수성 사이의 절묘한 균형점에 달려 있다. 도깨비의 해학은 지극히 한국적이지만, 소원 성취를 향한 갈망은 전 인류의 공통분모다. 뮷즈의 기록적인 매출과 K-애니메이션의 세계 석권은 우리가 과거를 단순히 박제하거나 추억하는 데 머물지 않고, 그 서사를 현재의 언어로 ‘번역’하고 미래의 자산으로 ‘진화’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도깨비방망이의 주문은 현실이 되었다. 우리 고유의 이야기는 무형의 상상력을 넘어 실제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마법의 지팡이가 되었다. 1g의 화폐 조각이 담긴 작은 키링 하나에는 수천 년간 축적된 우리 민족의 문화적 상상력과 그것이 세계 무대에서 빛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응축되어 있다.
우리의 과제는 명확하다. 우리 안에 숨겨진 더 많은 ‘도깨비방망이’를 찾아내고, 그 속에 깃든 이야기를 더 세련되고 당당하게 세계에 소개하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찬란한 전통을 바탕으로 K-컬처의 다음 장을 여는 가장 강력한 열쇠가 될 것이다.

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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