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발령 냈더니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한 직원... 法 "해고는 과해"

박시온 2026. 1. 1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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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지방 발령을 따르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신고한 사원을 해고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 경영진이 사원에게 뚜렷한 인사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점이 근거가 됐다.

조윤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근로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명령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도록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불이행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고지해 인지시킨 후 처분을 내리는 것이 회사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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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천안으로 발령받자 이동 거부
'직내괴' 신고에 2차 발령 거부하자 해고
법원 "정당한 인사명령이나 해고는 과해
회사 경영진, 명확한 인사지시 없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회사의 지방 발령을 따르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까지 신고한 사원을 해고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회사 경영진이 사원에게 뚜렷한 인사 지시를 내리지 않았던 점이 근거가 됐다. 인사 조치 과정에서 회사의 명확한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1부(재판장 황의동 부장판사)는 A건설사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에서 지난달 항소 기각 판결을 내렸다. 1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이 그대로 인정됐다. 양측이 항소하지 않아 확정됐다. 

 서울천안 발령에 '직내괴' 신고

A사는 서울 본사에서 매니저로 근무하던 B씨에게 2023년 3월 천안 오피스텔의 현장 공무 담당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전보명령을 내렸다. B씨는 "시공 현장 경험이 없다"며 거부했고, 천안이 아닌 본사로 계속 출근했다. 회사는 같은 해 5월 천안 현장의 건축 담당 매니저로 재차 전보명령을 내렸다. 

당시 휴가 중이었던 B씨는 반발해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냈고, 유급휴가를 받아 같은 해 6월 중순까지 출근하지 않았다. A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인사명령을 거부하고 불이행했다'며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해고가 부당하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고, 2024년 중노위는 "징계사유는 정당하나 해고는 가혹하다"며 구제를 인용했다. 양측은 소송전에 돌입했다. 

서울행정법원 3부(재판장 최수진 부장판사)는 작년 1월 중노위 판단이 맞다고 판결했다. 인사명령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A사는 업무 특성상 전국 각지에 건설 현장이 있고, 매년 100건의 전보 발령을 한다"며 "첫 전보 당시 B씨 외 23명도 경남 남해군, 울산 등 전국 현장으로 전보됐다"고 했다. 

B씨가 특별히 불이익을 입지도 않았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임금, 수당, 직급 등 근로조건에서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긴 했지만 B씨의 주거지가 강남구란 점을 고려하면 출퇴근이나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까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경영진 면담에 유급휴가... 法 "책임 돌리기 어려워"

다만 법원은 B씨에 대한 해고는 과하다고 봤다. A사의 소통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사 경영진은 첫 전보명령 후 B씨와 면담을 가졌는데, 이 때 경영진은 '어떤 업무를 희망하느냐', '현장 발령이 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 등의 이야기를 했을 뿐 천안으로 출근하라는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다.

B씨는 이후에도 회사와 세 차례 면담을 가졌고, 그새 회사는 다른 사원을 천안 현장으로 전보했다. 재판부는 이를 두고 "B씨 입장에서는 1차 전보가 확정된 것이 아니고, 협상이 진행 중인 상태라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다"며 "B씨가 첫 전보를 따르지 않은 걸 B씨 책임으로 돌리긴 어렵다"고 했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두번째 전보명령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B씨는 당일 휴가 중이었으므로 천안 출근이 어려웠고, 별다른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은 채 이뤄진 2차 전보를 즉시 따르지 않은 데에는 참작할 사정이 있다"고 했다. 또 애초에 A사가 유급휴가를 줬던 만큼, 출근 의무 자체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당한 징계 과정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조윤지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근로자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명령 내용을 명확히 이해하도록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불이행했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고지해 인지시킨 후 처분을 내리는 것이 회사의 불확실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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