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제품은 없어요?"…위기의 홈플러스, 초라한 본점 매대 [르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6번 쪽에 가보세요. 거기에도 없으면 없는 거예요."
납품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과자 제품의 위치를 묻자 직원이 매대를 한 번 둘러본 뒤 이렇게 답했다.
특히 라면, 과자, 즉석식품, 생필품 코너에선 선반 일부가 비어 있거나 동일한 상품이 한 매대를 길게 차지했다.
한 직원은 "본점 상황이 이러니 다들 말은 안 해도 걱정이 크다"며 "매대 정리나 진열에 집중하고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고객, 직원 모두 "본점이 이런 상황인데 다른 점포는 어떻겠나" 우려

"6번 쪽에 가보세요. 거기에도 없으면 없는 거예요."
납품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과자 제품의 위치를 묻자 직원이 매대를 한 번 둘러본 뒤 이렇게 답했다. 지난 9일 찾은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강서점은 대형마트 업계 2위의 '본점'이란 상징성이 무색했다. 매장 곳곳에는 재고 공백을 감추려는 흔적이 엿보였다. 특히 라면, 과자, 즉석식품, 생필품 코너에선 선반 일부가 비어 있거나 동일한 상품이 한 매대를 길게 차지했다. 인기 브랜드 제품 납품이 원활치 않음에도 마치 매대가 채워진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보여주기식 진열'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이는 자금난 심화로 납품 대금 결제가 지연되면서 일부 제조사들이 공급을 줄이거나 중단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사들은 결제 상황을 지켜보며 홈플러스에 대한 공급 물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뷰티제품과 샴푸, 바디샤워, 치약 등 각종 생필품을 납품하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마찬가지다. 이 과정에서 특정 브랜드 제품은 매대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공급이 끊긴 업체들의 빈자리는 홈플러스 PB(자체 브랜드) 제품과 수입 상품으로 채워져 있었다. 과자와 유제품, 맥주 매대에서는 국산 주요 브랜드 대신 PB 제품이 전면에 배치돼 있었고 같은 상품을 여러 단으로 쌓아 올려 공간을 메운 흔적도 역력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직원은 "매대가 너무 비어 보이면 안 되기 때문에 계속 진열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직원들은 상품 진열과 재배치를 반복하며 매대 공백을 최소화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었다.

매장 안에서는 코너별로 온도 차도 뚜렷했다. 산지와 직접 계약을 맺어 비교적 수급이 원활한 채소·과일·정육 등 신선식품 코너에는 고객들이 몰려 있었지만, 라면과 과자, 생필품이 모여 있는 가공식품 코너는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50대 주부 김모 씨는 "신선식품은 늘 사던 게 있어서 왔는데 과자나 생필품은 없는 게 많아 그냥 다른 데서 사려고 한다"며 "본점인데도 이 정도면 다른 점포는 더 심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번에 장을 볼 수 있다'는 대형마트의 강점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매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불안감이 감돈다. 지난달 월급이 분할 지급되면서 회사의 자금 사정이 내부에까지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급여는 법적으로 최우선 변제 대상 채권에 해당하지만 이마저도 정상 지급이 어려워졌다는 점에서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 직원은 "본점 상황이 이러니 다들 말은 안 해도 걱정이 크다"며 "매대 정리나 진열에 집중하고 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고 했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을 통한 정상화를 언급해 왔지만 현장에서는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비용 절감과 인력 효율화 지침만 반복될 뿐 납품 정상화나 중장기 경영 전략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홈플러스 사태를 둘러싼 본격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 역시 사실상 멈춘 상태다.

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조세호, 수억 시계에 술집 접대까지"…'조폭 유착설' 사진 추가 폭로 - 머니투데이
- 손담비, 91평 집 '월세 1000만원' 밝혔다가…"시댁도 난리 났다" - 머니투데이
- "멈추지 못했다"…'저속노화' 정희원, 불륜 논란에 직접 입 열었다 - 머니투데이
- 돌연 자취 감췄던 배우…"인생 완전히 달라져" 6년째 휠체어 타는 근황 - 머니투데이
- '금수저' 이서진, 12월 '난방비 0원'…김광규 "집이 시베리아 같아" - 머니투데이
- 밤샘 진화에도 의성 산불, 230m 잔불...강풍에 애먹어 - 머니투데이
- 횡성서 제설작업 하던 트랙터 전복…50대 운전자 심정지 - 머니투데이
- 이제 막 40세 됐는데 짐 싼다…'역대급 실적' 은행들 속내는? - 머니투데이
- [단독]잇따른 수주 취소에..산업장관, 배터리 3사 CEO 긴급소집 - 머니투데이
- 박서진, 연예대상 '최우수상' 비결은 노팬티? "필승템은 빨간 팬티…"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