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지옥이 됐다… 중국 내전에 실타래처럼 얽힌 세계사
스티븐 플랫 '천국의 가을'

'하나님의 아들'은 어째서 바다 건너 '형제'들에게 버림받고 제국의 무딘 칼날에 스러졌는가. 미국의 중국학자 스티븐 플랫이 쓴 '천국의 가을'은 1851년부터 13년간 난징을 수도로 맹위를 떨쳤던 반란국 '태평천국'이 서구 열강을 등에 업은 청나라에 의해 멸망하게 된 역학을 추적한다.
책은 흥망성쇠를 단지 시간순으로 좇지 않는다. 저자는 "미국인에게 중국에서 벌어진 내전은 규모와 관계없이 중국에 국한된 사건이라고 오랫동안 잘못 이해됐다"는 관점에 기초해, 여러 인물의 시선에서 유럽과 미국이 당시 중국을 정치·경제·종교적 기회로 여기고 개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런 맥락에서,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에 맞선 한족 중심 종교결사체의 반란을 저자는 '내전'이라고 규정한다. 청나라를 승리로 이끈 증국번이 말년에 부패한 권력자 취급을 받다가 사후엔 '민족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최근에 와선 복권되고 있는 아이러니도 짚는다.
참상 면에서 청나라와 태평천국 간 전쟁이 국지적 사건으로 치부될 게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다. 포로로 붙잡힌 임산부가 제 손으로 자궁에서 태아를 빼내 절규하다가 숨진 일, 기근이 덮친 농촌에서 인육이 높은 가격에 거래된 기록 등을 통해 전쟁의 실체를 드러낸다.
미국 남북전쟁(약 60만 명)보다 30배 많은 사망자(2,000만~3,000만 명 추정)를 낳은 전쟁기는 극적이지만, 저자는 화려한 수사 없이 그 시기 각국의 의회 기록, 군 보고서, 편지, 보도 등에 근거해 서술한다. 이를 통해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오래된 격언을 세련되게 일깨운다.
저자는 "서양인이 청나라의 전복을 막음으로써 정상적이고 건강한 순리적 과정을 저지했다"는 이토 히로부미의 1909년 인터뷰에 동의하며 글을 맺는다. 태평천국 반란 평정에 공을 세운 오장경이 1882년 조선에서 임오군란을 진압하고 흥선대원군을 납치한 역사는 한국 독자에게 어딘지 쓴맛을 남긴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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