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김병기, '공천 헌금' 반환했다면 문제없나… "중요 변수 아냐"
뇌물 받은 뒤 돌려줬는데도 '유죄' 판결 다수
'금품 반환'보다는 '영득 의사 있었나'가 관건
"뇌물, 약속만 해도 처벌… 반환은 양형요소"

'공천 헌금' 파문이 더불어민주당을 강타했다. 사태의 중심인물은 당에서 제명된 강선우 무소속 의원과 당내 감찰 조사를 받게 된 김병기 전 민주당 원내대표, 이렇게 두 명이다. 우선 강 의원의 경우, 2022년 6·1 지방선거 두 달 전이었던 그해 4월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었던 그가 재선을 준비하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보좌관(지역구 사무국장)을 통해 1억 원을 수수했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었던 김 전 원내대표는 이를 알고도 묵인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게다가 그는 자신이 '주연'인 공천 헌금 사건에도 휘말려 있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서울 동작구의원 2명으로부터 측근 또는 아내를 통해 총 3,0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공통점은 양쪽 모두에서 관련자들이 '결과적으로 돈은 공여자에게 도로 건네졌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 의원은 "금품 전달 사실을 인지한 즉시 반환을 지시했고, 실제 반환됐다"고 주장했다. 김 시의원도 경찰에 낸 자술서에서 같은 취지로 진술했다. 김 전 원내대표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공여자인 구의원 2명은 각각 '2020년 3월 김 전 원내대표 측근에게 1,000만 원을 건넸다가 3개월 후 돌려받았다'거나 '2020년 1월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에게 2,000만 원을 전달했고, 같은 해 6월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이들 주장대로라면 금품 수수(인지) 시점부터 반환까지 적게는 '며칠'(강 의원 사건), 많게는 '3~5개월'(김 전 원내대표 사건)이라는 시간이 걸린 셈이다.
그런데 문제의 돈 전액이 반환됐다는 점만 입증하면 형사처벌을 피할 수 있을까. 또 '반환 시점'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갈릴 수도 있을까. 강 의원·김 의원 사건을 법적으로 따지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가깝지만, 현실적으로는 선거법 공소시효(당해 선거일 후 6개월) 때문에 △뇌물 수수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이 수사 기관에서 검토될 가능성이 크다. '금품 수수 후 반환' 구조인 뇌물죄 사건들에 대한 대법원 판례들을 살펴봤다.

법조계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뇌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돈을 받았을 땐 추후 반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뇌물죄의 보호법익이 '직무 행위의 불가 매수성'인 만큼, 나중에 돈을 전부 돌려줬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는 것이다. 한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뇌물을 받는 순간 뇌물죄의 보호법익은 이미 침해된다"며 "돈을 반환했다는 건 양형에 반영되는 요소일 뿐"이라고 말했다.
석 달 뒤 돌려줬어도 '영득 의사' 없었다면 무죄
실제로 뇌물 사건 재판에서 "되돌려줬다"는 피고인의 변론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배재욱 전 청와대 사정비서관은 1997년 진로그룹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지 넉 달 만에 전액을 반환했지만 징역 2년형을 확정받았다. 2015년 11월 수천만 원의 뇌물 수수 혐의로 기소된 이재홍 전 경기 파주시장도 "금품을 돌려줬다"고 주장했으나,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이 확정됐다.
직무 관련 금품을 받고도 처벌을 면한 사례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정말로 뇌물인 줄 모른 채 수수했고, 이를 인지한 뒤엔 적극적으로 반환하려 했다는 점이 인정되는 때다. 이런 경우엔 '금품 반환'이 몇 개월 후에 이뤄졌다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뇌물을 수수한다는 건 영득(취득해 자신의 소유로 만드는 것)의 의사로 받은 걸 말하는 것으로, 후일 기회를 보아서 반환할 의사로 일단 받아둔 데 불과하다면 뇌물 수수라고 할 수 없다"는 게 대법원 판례다.
이 같은 원칙은 1987년 강원 명주군청 공무원 뇌물 사건에서 정립됐다. 공무원 A씨는 지역 사업가 B씨로부터 현금 5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자리를 비운 사이 B씨가 A씨 책상 서랍에 놓고 간 돈이었다. A씨는 2, 3일 후에도 B씨를 만날 길이 없자, 주변에 이 사실을 알리고 부군수의 결재를 거쳐 그 돈을 '기탁금'으로 처리했다. 당시 B씨가 구청에 내야 할 '야영장 임대료' 체납금이 있었는데, 미리 체납금을 받은 셈 치자는 발상이었다.

하지만 B씨는 체납금 130만 원을 모두 납부했고, 이에 A씨는 B씨에게 현금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A씨가 '책상 서랍'을 통해 50만 원을 받은 지 3개월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항소심은 그에게 유죄를 선고했으나, 대법원은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금품을 받은 경위나 그 이후 대처 과정을 볼 때 A씨에겐 불법 영득 의사가 없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수 금품 기부·신고해 면책된 사례도
공여자에게 반환하는 대신, 해당 금품을 기부하거나 신고해 처벌을 피한 사례도 있다. 이광준 전 강원 춘천시장은 사업가 박모씨한테서 뇌물 4,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09년 3월 기소됐지만 1·2·3심에서 모두 '뇌물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씨가 '춘천 도시형 폐기물처리시설 공사'를 따낸 인물이어서 직무 관련성이 인정됐고, 금품을 주고받은 사실관계도 명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인 판결이었다.
그럼에도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이 전 시장이 금품을 받자마자 기부했다는 데 있다. 법정에서 이 전 시장은 실랑이 끝에 억지로 금품을 받았으며, "불우이웃 돕기에라도 사용하라" "시장이 알아서 좋은 일에 쓰든지, 춘천연극제에 갖다 주든지 하라"는 한 박씨 의사에 따라 기부를 했다고 주장했다. 돈은 박씨가 언급했던 곳에 실제 기부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금품 용처에 관해 피고인들 사이에 어느 정도 합의점에 도달했다고 보이며,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었다면 금품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 전 시장으로선) 상호 유대 관계를 유지해야 할 현실적 필요성이 있어 박씨의 금원 교부 제의를 면전에서 단호하게 거절하기가 어려웠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일반적 뇌물 사건에서 금품 반환은 유무죄 판단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근우 가천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득 의사가 쟁점이 되는 사건은 '편지인 줄 알고 받았는데 현금이었다'거나 '피고인에게 신체적 장애가 있어 금품을 주고 달아나는 공여자를 따라잡지 못했다'는 식의 아주 특수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공천 헌금 의혹에서처럼 주고받는 게 명확한 '갑을 관계'에선 "영득 의사가 없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는 뜻이다. 이 교수는 "뇌물죄는 '돈을 주겠다'는 약속만 해도 처벌하는 범죄"라며 "직무 관련 금품이라는 것을 알고 받았다면 '돌려줬다'는 주장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짚었다.

며칠 뒤 돌려줘도 '영득 의사' 있었다면 유죄
특히 금품을 단 며칠 만에 돌려줬다 해도, 특별한 이유 없이 반환을 미루거나 고민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발견된 경우엔 오히려 더 처벌을 피하기 힘들다. 이러한 주저함이 역으로 '금품을 취하려 했다'는 내심의 의사를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04년 인천 을왕동 건설 비리 사건으로 처벌받은 건축직 공무원 C씨 사례가 대표적이다. 금품 수수 이후에도 업자와 빈번하게 연락했다는 점이유죄 판결 이유로 작용한 사건이었다. 건축업자로부터 건축 허가 청탁과 함께 자기앞수표 3,000만 원을 받은 C씨는 재판에서 "수표를 쓰지도 않고 바로 되돌려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영득의 의사로 수표를 수수했다가 공무원으로서 고액의 수표를 사용하는 게 쉽지 않고,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반환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유죄를 확정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은 금품 수수 이후 공여자와 수시로 통화하면서도 이를 즉시 돌려주지 않고 열흘가량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2005년 부산국세청 뇌물 사건의 피고인도 뇌물을 반환하긴 했으나, '문제가 될까 봐 두려운 마음에 돌려준 것일 뿐 애초 영득 의사가 있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피하지 못했다. 공무원 이모씨는 민원인 D씨에게 세무조사 종결 청탁과 함께 1억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았다. 법정에서 그는 "이튿날 D씨에게 연락해 '돈을 다시 가져가라'고 했다"고 항변했다. D씨의 계속되는 청탁에 지쳐 '그럼 1,000만 원만 달라'는 의미로 손가락 1개를 들어보였는데 집에 와서 쇼핑백을 확인해 보니 1억 원이 들어 있었고, 생각도 못했던 거액에 두려움을 느껴 돌려줬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씨가 원했던 1,000만 원은 물론, '1억 원 전체에 대해 뇌물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다"며 "영득 의사로 뇌물을 수령한 이상, 그 액수가 예상보다 너무 많다는 이유를 들어 그후 반환했다 하더라도 뇌물죄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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