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AI 논란, '중국 라이센스'가 핵심 쟁점 부상

조성미 2026. 1. 1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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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론 코드·가중치 차용, 규정은 달랐다
정부 침묵 속 사업 초기 기준 재조명
환영사하는 배경훈 부총리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5.12.30 mjka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오지은 기자 = 국가대표 인공지능(AI) 모델을 키우겠다며 시작된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가 1차 선발전부터 격한 자격 논쟁에 휩싸였다.

참여 업체 간 '진흙탕 싸움' 양상으로까지 흐르고 있지만, 추진 주체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1차 선정 결과 발표 전까지 별도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정부가 독자 AI 모델 사업 초기에 내세운 목표와 추진 방향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과열 양상에도 입 닫은 과기부…사업 초기 규정 보니

1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과기정통부가 사업을 추진하며 국내 AI 업계에 배포한 사업 설명회 자료를 보면 정부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정의를 "해외 모델 미세조정(파인튜닝) 등으로 개발한 파생형 모델이 아닌 모델의 설계부터 사전학습 과정 등을 수행한 국산 모델"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타사 모델에 대한 라이센싱 이슈가 부재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라이센싱(특허사용 분쟁) 이슈 부재'란 쉽게 말해 국산 AI 모델을 개발하며 해외 AI의 기술력을 일부 차용했을 경우 기술 원천을 제공한 해외 AI 회사의 간섭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는 정부가 독자 AI 모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필연적이다.

챗GPT 충격 이후 미·중 빅테크 AI가 빠르게 기술력을 확장하면서 국내 AI 주권이 위협되던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표 AI'를 키워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

국내 AI 모델 기술력이 아직 변변치 않던 상황에서 이대로면 해외 AI에 잠식당할 것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해외 AI가 국내 시장을 잠식할 경우 라이센싱 비용, 즉 AI의 사용 대가를 어느 순간 급격히 올려 부를 가능성이 있고, 국방·의료 등 주요 분야에 해외 AI를 쓸 때 주권 침해 문제도 제기됐다.

과기정통부는 사업 설명회 자료에서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은 글로벌 AI 모델 의존으로 파생되는 기술·문화·국가적 종속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핵심 전략자산"이라고 정의했다.

'추론코드 쓴 업스테이지·SKT' VS '인코더·가중치 쓴 네이버'

'AI 독립'을 주창하며 시작된 이 사업이 1차 선정을 앞두고 참여 업체들 사이에서 원천 기술력이 있는지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빚어지고 있다.

업스테이지에서 시작된 '프롬 스크래치' 논란이 네이버를 넘어 SK텔레콤까지 이어졌는데 이들 기업의 해외 모델 활용 성격은 업스테이지·SKT와 네이버의 경우가 각각 다르다는 것이 AI 업계 중론이다.

업스테이지 부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업스테이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12.30 mjkang@yna.co.kr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이 중국 모델들에서 갖다 쓴 것은 '추론(인퍼런스) 코드'고 네이버클라우드는 비전 인코더와 가중치를 썼다.

이들의 중국 모델 차용에서 정부 판단 기준에 명시된 라이센싱 이슈가 있는지 이들 기업이 활용한 중국 AI 모델들의 라이센스 규정을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제기된다.

우선 추론 코드는 라이센싱에서 자유롭다는 것이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의 입장이다.

AI 모델을 하나의 완성된 제품이라고 비유한다면 추론 코드는 이미 완성된 제품을 누구나 오픈소스로 쓸 수 있도록 호환성과 편의성을 높인 유통 플랫폼이라며 AI 자체 기술력과는 상관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업스테이지는 중국 지푸AI를, SK텔레콤은 딥시크의 추론 코드를 각각 썼지만, 어디의 것을 썼느냐에 관련 없이 추론 코드는 '아파치 2.0' 라이센스에 좌우된다. 아파치 2.0 라이센스는 출처 표기만 하면 쓸 수 있도록 규정한다.

업스테이지는 소스코드 출처 표기를 하지 않았던 점이 최근 도마 위에 오른 뒤 표기를 추가했다.

SK텔레콤 부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SK텔레콤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2025.12.30 mjkang@yna.co.kr

한편, 네이버클라우드가 알리바바의 '큐웬 2.5-VL 32B' 비전 인코더와 가중치를 쓴 것은 '간섭'이 비교적 덜한 아파치 2.0 라이선스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나머지 4개 컨소시엄의 시각이다.

독자 AI 기준 담긴 해외 라이센싱 문제란…중국 규정 보니

알리바바의 큐웬 2.5 라이센스 규정을 보면 32B(매개변수 320억개)와 72B의 경우가 규정이 각각 다른 차등화 정책을 쓰고 있다.

네이버클라우드가 인코더를 차용한 32B의 경우 자유로운 활용을 보장하고 있지만 72B로 모델 등급이 올라가면 상황이 바뀐다.

규정은 72B 모델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다른 모델 또는 관련 서비스의 월간 활성 사용자(MAU)가 1억 명을 넘어서는 경우 알리바바에 라이센스를 요청해야 한다고 했다.

규정은 관련 준거법과 관할권으로 "계약과 관련된 모든 분쟁은 법률 충돌 원칙과 관계없이 중국 법률의 적용을 받으며 국제물품매매계약에 관한 유엔협약은 본 계약에 적용되지 않고 분쟁은 항저우시 인민법원이 전속 관할권을 가진다"고 명시했다.

네이버클라우드 부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네이버클라우드 부스를 체험하고 있다. 2025.12.30 mjkang@yna.co.kr

다른 중국 개발사인 지푸AI는 알리바바처럼 모델 크기에 따라 라이센스에 차등을 두지는 않는다.

다만 "라이센스는 중국 법률에 따라 규율되고 해석된다"며 관련 분쟁이 베이징 하이디안구 인민법원 관할에 따른다는 속지주의를 알리바바와 마찬가지로 채택하고 있다.

큐웬의 32B 모델에도 라이센스 조항이 강화될 가능성에 대해 네이버클라우드 관계자는 "자체 개발한 비전 인코더 기술인 VUclip이 있기 때문에 32B 모델에도 MAU 1억명 규정이 적용된다 해도 자체 기술로 바꾸면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경쟁 업체의 AI 개발자는 "독자 AI 모델로 채택돼 국민 일상이나 국가 주요 부분에 활용될 경우 중국 라이센스가 강화돼 갑자기 핵심 모듈을 바뀌는 상황이 되면 상당한 비효율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독자 AI 모델 프로젝트에서 선정된 AI를 '모두의 AI' 기조에 따라 국민 일상과 공공·산업 인공지능 전환(AX)에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과기정통부는 독자 AI 모델 평가 기준으로 'AI 개발 경험·추진체계 등 적절성'(40점), '모델 개발 전략의 우수성, 구체성, 효율적 자원활용 전략'(30점)과 함께 '대국민 AI 접근권 증진 지원 방안의 구체성, 우수성'(30점)을 설정하며 독자 AI 모델이 국내 전 분야의 AX 지원 등에 기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오는 15일께 5개 컨소시엄 가운데 전문가 평가를 거친 1차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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