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취직하려면…대학 간판 대신 ‘이것’ 갖춰라 [더테크웨이브]
닉 카티노 ‘딜(Deel)’ 총괄 인터뷰
‘인공지능(AI)의 공습’이 전 세계 노동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일부 테크 기업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AI가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실제 업무 현장에 도입되면서다.
글로벌 HR(인사) 플랫폼 딜(Deel)과 정보기술(IT) 시장조사업체 IDC가 22개국 5500여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조직의 70%는 이미 AI를 파일럿(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업무 현장에 전면 배치했다. 조사에 응답한 기업 리더 91%는 “AI 도입으로 인해 이미 직무의 역할이 바뀌었거나 일자리가 재편되고 있다”고 전했다.
AI를 쓰지 않는 자는 도태된다는 섬뜩한 경고는 요즘 채용 시장에서 불문율으로 통한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AI 생존’ 시대가 활짝 열린 셈이다.
AI를 중심으로 조직과 직무가 완전히 새롭게 정의되면서 ‘인재상’도 바뀌고 있다. 과거 채용 시장에서 일종의 기준점이 됐던 대학 학위와 간판(스펙)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그 빈자리는 ‘AI를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는가(AI Fluency)’라는 새로운 잣대가 채우는 모양새다.
각국 정부는 AI를 단순한 기술 혁신이 아닌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바라보고 있다. ‘안전한 규제’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 태세가 본격화한 것이다. 이에 기업들은 단순 업무를 AI에게 맡기며 신입 채용 문을 좁히는 대신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AI 협업 능력을 갖춘 경력직을 찾기 위해 국경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숙련된 AI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대비 50% 이상의 연봉 프리미엄을 제시하며 치열한 영입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전통적인 커리어 진입로였던 신입 채용(Entry-level Hiring) 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응답 기업의 66%가 신입 채용 둔화를 예고했다.

그는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구체화해 화제를 모은 ‘AI와 노동력의 미래(AI and the Future of the Workforce)’ 보고서를 총괄 집필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딜(Deel)은 온라인 글로벌 급여 및 HR 플랫폼이다. 우리는 기업들이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서 규정을 준수하며 팀을 채용, 관리, 지급할 수 있도록 돕는다. 현재 쇼피파이, 레딧, 프로 스포츠 팀과 같은 대기업부터 해외 확장을 원하는 소규모 기업까지 약 3만 5000여개 기업과 150만 명의 근로자를 지원하고 있다. 우리는 글로벌 급여, 컴플라이언스, HR의 교차점에 있기 때문에 업무 방식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가장 먼저 파악할 수 있다. 앤스로픽이나 허깅페이스 같은 선도적인 AI 기업들도 우리의 고객이다.
-노동 시장에서 AI 도입 속도를 어떻게 보고 있나. 데이터에서 발견한 가장 놀라운 변화는.
=한마디로 빠르다. 최근 IDC와 함께 22개국 5500명의 리더를 설문조사했는데, 70%의 조직이 이미 파일럿(실험) 단계를 넘어 실제 배포 단계에 들어갔다고 답했다. 또한 91%는 이미 AI로 인해 직무 규칙이나 세부 사항이 변경되었거나 일부 일자리 대체가 있었다고 답했다. 특히 리더 3명 중 2명은 엔트리 레벨(신입) 채용이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딜 플랫폼 내부 데이터로 보면, AI 관련 직무 공고가 40% 증가했고, AI 직함이 포함된 일자리는 2023년 이후 3배 늘었다.
-AI 시대에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찾는 인재상이 있을까. 핵심 역량은 어떻게 변했나.
=몇 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 신입 채용이 둔화되고 있다. 이는 잠재적인 경고 신호다. 둘째, 일자리가 이미 재설계되고 있다. 셋째, AI 튜터, AI 트레이너, 프롬프트 엔지니어 같은 완전히 새로운 ‘AI 네이티브’ 직군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기업 3곳 중 2곳이 직원의 AI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도 인력 재교육에 적극적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AI 인재’를 어떻게 정의하는가.
=학위보다는 AI 기술과 지식, 경험을 바탕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부트캠프나 실무 경험을 통해 AI 유창성(fluency)을 갖춘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딜 플랫폼에서 AI 관련 직무 채용의 42%가 25~34세의 젊은 층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AI 유창성과 경험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태어나는 세대는 대학에서 저널리즘 대신 컴퓨터 공학을 전공해야 할까.
=정답은 모르겠지만, 어떤 전공을 하든 메시지는 분명하다. AI를 사용하지 않으면 뒤처진다(If you‘re not using AI, you’re losing)는 것이다. 읽기나 쓰기, 파워포인트 활용 능력처럼 AI 활용 능력도 기본 소양이 돼야 한다.
=지난 100년은 자동화가, 지난 50년은 글로벌 무역이 일자리를 변화시켰다. AI는 향후 10년 동안 일자리를 재설계할 것이다. 예전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AI는 향후 수십 년간 지정학적, 거시경제적 이슈의 핵심이 될 것이다. 불안감은 있겠지만, 기술은 결국 인간의 삶을 더 낫게 만들고 일자리의 본질을 개선할 것이라 믿는다. 직업은 사라지기보다 변화할 것이고, 새로운 유형의 직업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감소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점을 찾아야 할까.
=정책 보고서를 통해 세 가지를 제언했다. 첫째, 학교와 공공 부문에서 AI 문해력 교육을 강화해 누구나 기본 기술로 갖추게 해야 한다. 둘째, 근로자의 재교육(Reskilling/Upskilling)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책임감 있는 AI 사용을 위한 안전장치(Guardrails)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 전 세계 기업의 22%만이 공식적인 내부 AI 정책을 가지고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에 민감한 데이터가 흐르는 상황에서 이는 매우 낮은 수치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해고가 어렵다. 이런 경직된 노동 시장에서 AI 자동화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해고가 어려운 환경(at-will employment가 아닌 환경)이라면 기업들은 ‘비관적인 감원’보다는 ‘생산성 향상’ 쪽에 더 집중할 것이다. AI에게 단순 반복 업무를 맡기고, 인력은 더 복잡하고 고부가가치 프로젝트에 집중하게 함으로써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개인적인 질문이다. 기자들이 미래에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AI가 작문 등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지만, 기자의 경험, 관계(relationship), 개인 브랜드는 복제할 수 없다. 오늘 우리가 만나서 맺은 네트워크 같은 인간적 연결은 AI로 대체 불가능하다. 과거 용광로 제철소의 노동자나 암실의 사진사가 사라진 것처럼 직업의 ‘형태’는 변하겠지만, 여전히 낙관적으로 본다.
=2025년은 AI 정책의 기조가 바뀐 해다.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AI 안전’보다는 ‘AI 우위(AI Advantage)’를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는 곧 경제 정책이자 AI 인재 쟁탈전으로 이어진다. 한국 데이터만 봐도 기업의 68%가 AI 인재에게 일반 기술직보다 25% 더 높은 연봉을 줄 의향이 있다고 답했고, 25%의 기업은 50% 더 주겠다고 했다. AI 정책이 곧 경제 정책이 되고 있다.
-원격 근무와 AI가 결합하면서 국가 경계가 없는 ‘크로스 보더’ 고용이 새로운 트렌드가 될까.
=이미 일어나고 있다. 기업은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채용한다. 특히 동아시아(중국, 일본, 한국)가 주요 인재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 기업의 76%가 한·중·일에서 인재를 찾고 있다. 또한 원활한 협업을 위해 비슷한 시간대의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하다.
-인재들이 미국 빅테크로 쏠리는 현상은 계속될까.
=두 가지 역학이 있다. 기업은 인재가 있는 곳에 채용을 하기도 하지만, 글로벌 고객과 가까이 있기 위해 현지 채용을 늘리기도 한다. 또한 미국의 이민 정책이 까다로워지면서, 기업들이 우수한 인재를 미국으로 데려오는 대신 그들이 있는 본국에서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기업은 국경과 상관없이 최고의 인재를 뽑을 것이다.

=5년 전에는 없던 새로운 직군이다. 이들은 딜 AI가 고객에게 정확한 컴플라이언스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내부 데이터를 분류하고 목록화하며 정확성을 테스트한다. 과거 도서관 사서가 책을 분류하고 정리했듯, 디지털 시대에 데이터를 정리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사서’라는 명칭이 자연스럽게 붙었다. 우리 회사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직군 중 하나다.
-AI 전환을 맞아 딜(Deel)이 집중하고 있는 새로운 제품이나 전략적 우선순위는 무엇인가.
=내부적으로 AI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고객을 위한 외부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고객이 전 세계 어디서든 채용할 때 우리 제품과 현지 고용 법규를 더 잘 이해하도록 AI를 활용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육아휴직 규정은?”, “이 나라의 평균 연봉은?” 같은 질문에 딜 AI가 즉각 답변해 준다. 최근에는 ‘딜 AI 워크포스(Deel AI Workforce)’를 런칭했다. 이는 기업이 HR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에이전트와 워크플로우를 생성하여 단순 반복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는 허브다.
딜(Deel)은 기업이 전 세계 어디서나 인재를 채용하고, 급여를 지급하며, 팀을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글로벌 HR 및 급여(Payroll) 플랫폼이다. 창업 6년 만에 연간 반복 매출(ARR) 10억 달러(약 1조 3000억원)를 돌파하며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에는 해외 인력을 채용하려면 해당 국가에 법인을 설립하거나 복잡한 현지 노동법, 세금 문제를 일일이 해결해야 했다. 딜은 이같이 복잡한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해결해주며 주목받았다. 현재 쇼피파이(Shopify), 레딧(Reddit), 나이키(Nike) 등 전 세계 3만 5000개 이상의 기업이 딜을 사용한다. 딜 플랫폼을 통해 관리되는 근로자는 약 150만 명에 달한다.
=챗GPT와 제미나이(Gemini)의 파워 유저다. 챗GPT로 음성 받아쓰기를 해 이메일 초안을 쓰고, 제미나이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사진 생성 기능을 활용한다
-중요한 의사결정도 AI에게 맡기나.
=조언은 구하지만, 결정은 인간이 한다(Human in the loop). 많은 기업들이 그렇듯, AI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도 최종 판단은 인간의 몫이다.
-‘에이전트 대 에이전트(Agent-to-Agent)’ 경제, 즉 AI끼리 소통하고 인간이 배제되는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그 방향으로 빠르게 가고 있다고 본다. 챗GPT가 내 대신 이메일을 보내거나 캘린더를 관리하는 식의 ‘행동(Action)’을 하는 에이전트 시대가 오고 있다. 오픈AI가 내년에 소비자용 제품을 내놓는다는 소식도 있다. 하지만 인간은 늘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하고 싶어 하기에, 일자리는 사라지기보다 새로운 형태로 계속 생겨날 것이다.
-딜에 합류하고 가장 보람 찼던 프로젝트가 있나.
=미국 상무부와 파트너십을 맺고 ‘Select USA’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들의 투자를 지원한 것이다. 정책 입안자들에게 딜을 소개하고, 글로벌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한 것이 즐거웠다.
-향후 10년 개인적인 목표가 있나.
=딜이 상장 기업이 되고 누구나 아는 이름이 되는 것. 개인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지하실 리모델링을 끝내는 것이다. 챗GPT에게 “손가락 안 다치고 원형 톱 쓰는 법”을 물어가며 작업 중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딜(Deel)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고, 반대로 해외 기업의 한국 투자를 돕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시장이며, 앞으로도 투자를 지속해 성공 사례를 더 많이 만들고 싶다.

그의 이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워싱턴 DC(Capitol Hill)’와 ‘실리콘밸리’를 모두 경험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국 상원(Senate)과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에서 입법 보좌관 및 참모로 활동했다. 딜(Deel)에 합류하기 전 그는 글로벌 송금 핀테크 기업 와이즈(Wise)에서 일했다. 이곳에서 미주 지역 정책 및 캠페인 총괄을 거쳐 글로벌 정책·지속가능성 총괄을 역임했다.
2023년 11월 딜(Deel)에 합류한 그는 현재 AI와 HR이 결합된 새로운 노동 시장의 규칙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그는 최근 발간된 ‘딜 정책 보고서: AI와 노동력의 미래(AI and the Future of the Workforce)’의 저자로서, AI가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과 기업의 대응 전략을 구체화했다.
카티노 총괄은 2025년 1월부터 비영리 무역 협회인 GEIO(Global Employment Innovation Organization)의 이사회 멤버로 선임돼 글로벌 고용 생태계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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