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강풍 속에 번진 불길, 의성 비봉리 산불 3시간의 사투
주민 274명 대피·헬기 14대·진화 인력 873명 투입
자연이 건넨 뜻밖의 진화 신호…“눈발이 멈춰 세웠다”

10일 오후 3시 15분, 경북 의성군 의성읍 비봉리 산135-1번지 일대. 해발 150미터 야산 정상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날 의성 지역에는 강한 바람이 불어 산불이 발생하기에 최악의 기상 조건이었다.

오후 4시 10분, 의성군은 오로리·팔성리·비봉리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평온했던 오후가 순식간에 긴급 상황으로 바뀌었다. 주민들은 각자의 마을회관으로, 일부는 의성체육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팔성1리 14명, 오로리1리 15명, 오로리2리 6명, 그리고 의성읍 믿음의집 입소자 37명을 포함한 72명이 체육관으로 향했다. 나머지 202명은 마을회관으로 분산 대피했다. 총 274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야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오후 5시 50분께 의성군 의성읍 체육관 대피소를 찾아 대피한 주민들에게 현장 진화 상황을 설명하며 곧 불길이 잡힐 것이라고 했다. 이후 이 지사는 곧바로 산불 현장으로 이동해 "가용 자원을 총동원하라. 인명피해만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지시했다.

그리고 오후 늦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 것이다. 헬기가 철수한 뒤 내린 눈은 불길의 확산을 억제했다. 자연이 건넨 구원의 손길이었다. 오후 6시 30분, 산불 발생 약 3시간여 만에 주불이 진화됐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피해 면적과 정확한 발화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다.
오로리 주민 A씨는 "팔성리 일대 자두밭 인근 귀농 주택에서 불을 태우다 산불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주민들 사이에 떠도는 이야기일 뿐, 관계 당국은 발화 경위와 원인을 공식 조사 중이다.
의성군은 산불 발생 지역 일대에 대해 입산 통제를 유지하고 있다. 잔불 재발 가능성에 대비해 야간 감시와 순찰도 계속되고 있다. 진화는 됐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 산불은 강풍이라는 최악의 조건 속에서 발생했지만, 신속한 대응과 자연의 도움으로 큰 피해 없이 진화됐다. 그러나 274명의 주민이 집을 떠나야 했고, 873명의 인력이 3시간 동안 불길과 싸워야 했다는 사실은 산불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일깨운다. 건조한 날씨와 강풍이 계속되는 겨울철, 작은 불씨 하나가 얼마나 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