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계약을 20일 안에 끝내자고? '1일 1논란' MLB 커미셔너, 또 헛소리하다 비난 자초...맨날 구단주 편만 드네

배지헌 기자 2026. 1. 1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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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20일 사이 계약 집중 강제 제안
-"마케팅 기회" vs "선수 목 조르는 수법"
-이미 세 차례 거부당한 '낡은 카드' 재탕
FA 계약에 마감기한을 둘 수 있다? 맨프레드 커미셔너 발언이 또 논란이다(사진=나노바나나 생성 이미지)

[더게이트]

FA 계약을 전부 20일 안에 끝내라고?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가 또다시 선수들에게는 불리하고 구단주들에게만 유리한 설익은 아이디어를 꺼내 들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8일(한국시간) 뉴욕 라디오 방송 'WFAN'에 출연한 맨프레드는 "FA 계약 데드라인에 대해 더 많은 대화가 있을 것"이라며 올해 말 노사협상에서 이 안건을 다시 제안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2월 1일부터 20일 사이, 단 20일 안에 모든 FA 계약을 끝내자는 것이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아니다. 리그 사무국은 2017년, 2019년, 2022년 노사협상에서 세 차례나 같은 제안을 했다. 선수노조는 매번 거부했다. 맨프레드는 이미 모두가 답을 아는 문제를 또 꺼낸 셈이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사진=MLB.com)

'마케팅 기회'라는 그럴듯한 포장

맨프레드의 논리는 이렇다. 만약 12월 1일부터 20일 사이에 메이저리그 FA 계약이 집중되면 어떨까. NFL 플레이오프가 시작되기 전이고 NBA는 시즌 초반이라 야구가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시즌권 판매에 매우 중요한 비수기 몇 주를 장악할 좋은 기회"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겉으론 그럴듯하다. 팬들 중에도 FA 시장이 질질 끄는 걸 답답해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올겨울만 해도 카일 터커, 보 비솃, 알렉스 브레그먼, 코디 벨린저, 프램버 발데스 등 스타급 선수들이 아직도 팀을 찾지 못했다. 그새 스프링 트레이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데드라인이 생기면 구단들은 여유를 부릴 수 있다. 선수는 시한에 쫓긴다. 협상력은 무너진다. 결국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보다 낮은 금액에 계약할 수밖에 없다. 20일이라는 촉박한 시간 안에 최선의 조건을 찾기란 불가능하다.

애슬레틱스 외야수 브렌트 루커는 맨프레드의 발언이 알려진 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렸다. "가장 반선수적인 발상이다." 그는 팬들을 향해서도 물었다. "선수가 12월 1일에 계약하든 2월 1일에 계약하든 팬 경험에 무슨 차이가 있나. 두 달이 팬 경험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나." 맨프레드가 '팬을 위한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정작 팬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악마 에이전트' 스콧 보라스는 더 직설적이었다. "데드라인의 유일한 목적은 경쟁을 제한하고 선수들의 진짜 시장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라스는 벨린저, 브레그먼, 레인저 수아레스 등 아직 팀을 찾지 못한 빅네임 선수들을 대리한다.

그는 "구단주들은 경쟁팀의 변화에 대응할 시간을 원한다"며 "그래서 1월 말, 2월, 3월에 중요한 계약이 많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겨울만 해도 벨린저는 3월 직전에 컵스와 재계약했다. 블레이크 스넬, 조던 몽고메리, 맷 채프먼은 3월이 되어서야 팀을 찾았다. 그래도 정규시즌 팀에 합류하고 활약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토니 클라크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한발 더 나갔다. 그는 성명을 통해 "FA 시장은 경쟁이 활발할 때 번영한다"며 "구단주들이 진심으로 FA 시장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여러 방법이 있다. 하지만 진짜 의도가 중단 없는 시즌 연속 기록을 쌓아온 시스템 자체를 날려버리려는 것이라면, 자멸적 오판이 될 것"이라 경고했다.

'중단 없는 시즌 연속 기록을 날려버린다'는 표현은 곧 파업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클라크는 이미 2019년 협상 당시에도 데드라인 제안을 "선수들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이번에도 답은 같다는 뜻이다.

와서먼 에이전시 야구부문 대표 조엘 울프는 45일 내로 계약 시한을 두는 일본 선수 포스팅 시스템을 예로 들어 "이 시스템의 뛰어난 효율성을 모든 FA에게 적용할 방법이 있다면 관심이 있다"면서도 "계약하지 못한 FA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좋은 답을 아직 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데드라인까지 팀을 못 찾은 선수는 어떻게 되나. 울프는 "MLB 구단들은 항상 시스템을 악용해 선수단의 상당 부분을 짓밟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지적했다. 결국 데드라인이 생기면 구단들이 이를 이용해 선수들을 압박할 것이라는 우려다.
연봉 상한제 도입을 둘러싼 MLB와 선수노조의 대립이 커지고 있다(사진=MLB.com)

구단주 편만 드는 커미셔너

맨프레드는 이런 선수들의 우려를 일축하며 "신빙성을 두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구단과 에이전시) 양쪽 모두 이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며 "규칙이 뭐든 간에 결과는 똑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연 그럴까. 데드라인이 생기면 FA 시장의 권력 구도는 완전히 바뀐다. 지금은 선수가 시간을 갖고 최고 조건을 찾을 수 있다. 구단들은 경쟁팀의 움직임을 보며 뒤늦게라도 뛰어든다. 하지만 데드라인이 생기면 선수들은 마감 시한에 쫓겨 서둘러야 한다. 구단들은 느긋하게 기다리면 된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 아이디어'가 아니다. 선수 협상력을 억누르는 제도적 장치다. 맨프레드가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는 1980년대부터 구단 측 변호사로 일했다. 1994년 파업 당시에도 구단 편에 섰다. 그가 어느 편에 있는지는 알기 어렵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맨프레드와 구단주들이 샐러리캡 도입도 노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월 맨프레드는 "팬들이 샐러리캡 부재를 우려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며 필요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7월엔 필라델피아 라커룸을 방문해 샐러리캡 옹호 발언을 하려다가 브라이스 하퍼와 정면 충돌했다.

하퍼는 맨프레드에게 코앞까지 다가가 "샐러리캡 얘기하려면 우리 라커룸에서 꺼지라"고 외쳤다. 그는 "만약 구단주들이 샐러리캡을 밀어붙이고 고집한다면, 우리는 162경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FA 데드라인과 샐러리캡은 결국 같은 목표를 향한다. 선수들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고 구단주들의 지출을 억제하는 것이다. 맨프레드는 이를 '경쟁 균형'이라 포장하지만, 실상은 선수 이익을 줄이려는 시도다.

2017년 협상에서 리그는 FA 데드라인을 제안했다. 선수노조는 거부했다. 2019년 협상에서 또 제안했다. 또 거부당했다. 2022년 협상에서 세 번째로 제안했다. 세 번째 거부였다.

이쯤 되면 답은 나온 것 아닌가. 그런데도 맨프레드는 올해 네 번째 도전을 예고했다. 왜 같은 카드를 반복해서 꺼내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구단주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맨프레드 스스로 인정한다. "내가 욕을 먹으면 30명의 구단주가 욕을 안 먹는다. 그게 내 일이다." 커미셔너는 자기가 야구를 대표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론 억만장자 구단주들의 방패막이일 뿐이다.
선수가 아닌 구단주들 편에만 서는 커미셔너, 맨프레드(사진=나노바나나 생성 이미지)

1995년 이후 첫 시즌 중단 가능성

MLB 현 노사협약은 올해 12월 1일 만료된다. 협상은 올봄 시작될 예정이다. 맨프레드는 2027년 162경기 일정을 온전히 유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지만, 그의 말을 믿는 이는 많지 않다.

2021년 직장폐쇄 당시 커미셔너는 "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치를 정당화했다. 하지만 직장폐쇄 이후 6주간 리그는 어떤 제안도 내놓지 않았다. 협상은 질질 끌렸고 스프링 트레이닝은 축소됐다.

이번엔 다를 수 있다.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자멸적 오판이 될 것"이라 경고했고 하퍼는 "162경기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필리스 외야수 닉 카스테야노스는 "커미셔너가 노사협약 만료 2년 전부터 '직장폐쇄'라는 단어를 던지고 있다"며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이혼 가능성이 있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1994년 파업은 232일 동안 이어졌다. 948경기가 증발했고 월드시리즈는 취소됐다. 야구는 추락했고 팬들은 등을 돌렸다. 맨프레드는 당시 구단 측 변호사였다. 그런 그가 지금 또다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FA 데드라인이라는 독이 든 떡밥을 꺼내 들고, 샐러리캡을 향해 나아가며, 직장폐쇄 카드를 흔들고 있다. 과연 2027년 시즌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까. 아니면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시즌이 중단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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