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을 정리해고했다”…노동개혁이 절실한 이유!

12월 초 직원을 해고했다. 작년부터 벌써 3번째다. 한국기업의 중국진출 컨설팅을 주 사업으로 하는 나로써는 불가피한 일이다. 재중 한국인수 통계를 보면 원인이 명확하게 나온다. 사드사태 전인 2015년 37만명에서 코로나19 끝물이었던 2023년 22만명까지 무려 42%가 줄었다. 또한 한국의 글로벌신규투자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3년 39.4%에서 2023년에는 2.9%로 급감했다. PW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아직 중국에 남아있는 한국기업들도 50% 이상이 규모를 축소하거나 철수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이유는 글로벌 정치환경 우려, 경영악화, 원가상승 등이다. 고객이 줄어드니 나로써는 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정리한 직원은 회사 창립멤버였다. 그래서 마음이 더 무겁다. 회사는 직원과 고용관계지만, 나와 그 직원은 사회적 관계로 창업초기부터 부침을 같이 했다.
회사에 입사한지 10년을 훌쩍 넘겨서 직급도 높고 급여도 많다. 소위 몸이 무거운 직원부터 정리하는 것이 경영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몇 달을 고민하다 해고통지를 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바로 청구서가 날아들었다. 중국 노동계약법에 따르면, 회사가 고용관계를 해지하는 경우 퇴직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퇴직급여를 중국에서는 경제보상금이라고 한다. 한국처럼 퇴직급여를 적립했다가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한번에 지급하는 일종의 위로금이다. 그래서 이름도 경제보상금이다. 직원이 자발적으로 이직하지 않는 한 근속연수에 전 12개월 월평균소득을 곱해서 지급해야 한다. 수당과 상여금도 포함된다.
창업멤버라 근속년수가 길어 금액이 꽤 된다. 회사 경영상황이 좋지 않아 구조조정을 하는데 한번에 목돈이 나가야한다. 지급능력이 걱정이다. 회사의 현금을 모두 경제보상금으로 지급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싫어서 내보내는 것도 아니고, 회사의 미래까지 고려하면서 결정한 일이다. 오지 않는 한국기업에 기대어 회사운영을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최근 새로운 업무를 기획하고 있고 희망도 보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을 수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위안해본다.
한국에서는 근로기준법,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을 노동3법이라고 하는데, 중국은 노동법과 노동계약법이 주요 노동관련 법률이다. 사회주의 국가체제의 근간인 노동관계를 시장주의의 핵심인 계약관계로 명명하다니 꽤나 흥미로운 작명이다. 노동계약법은 회사와 노동자간에 고용계약을 체결하도록 의무화했다. 노동계약법이 시행된 2007년에는 고용계약 체결없이 일하는 현상이 만연했다. 노동자는 소득세와 사회보험금을 내지 않기 위해 회사의 요구에 따랐다. 계약체결 없는 고용관계를 일소하여 노동자권익을 보호하고자 노동계약법으로 고용계약체결을 의무화했다. 계약체결 없이 노동자를 고용하거나 계약기간 중 정당한 이유없는 해고는 계약위반으로 보고 월 급여의 2배를 배상금(고용계약위반이니 일종의 위약금이다)으로 지급하도록 했다.
여기에 더해 같은 회사에서 고용계약을 2회 이상 재계약하거나, 10년 이상 고용관계를 지속하는 경우, 노동자는 회사에 무고정기한계약으로 전환할 것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는 이를 거절할 수 없다. 한국의 전세계약 연장청구권과 비슷하다. 세입자가 계약만료 전 연장을 요구하면 전세권자는 이에 응해야 한다. 얼핏 한국의 무기계약직과 같은 개념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은 2년 이상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간계약을 정규직계약으로 전환하기 위해 나온 제도이고 승진과 복지대우가 정규직과 다른 반면 중국의 무고정기한계약은 계약기한없는 정규직 고용관계를 말한다.
정규직인데 고용계약의 기한이 사라지니, 직원의 자발적 이직이나 해고 혹은 권고사직밖에는 고용계약을 해지할 방법이 없다. 요즘처럼 경기가 안 좋고 고용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직원의 동의가 필요한 권고사직은 사실상 불가능할 터이니 해고 말고는 회사의 입장에서 직원을 정리할 수 없다.
직원의 과실이 없는 경우, 경영상황에 따른 구조조정은 정당한 해고사유로 인정되지 않을 확률이 높다. 경제보상금 외에 배상금 추가지급이 디폴트값이 되었다. 결국, 내가 직원에게 지급해야할 총액은 경제보상금(근속년수*전 12개월 월평균소득)과 그에 상응하는 배상금이다. 중국은 확실히 노동자계급을 위한 사회주의 국가이다.
중국 급여수준이 낮으니 얼마 안되지 않냐고? 2024년도 상하이시 월평균급여는 1만2434위안이다. 최근 환율 200을 곱하면 약 250만원, 한국 월평균임금인 397만원의 약 60% 수준이긴 하지만 여기다 각종 수당과 상여금을 더해야 한다. 그리고 근속년수를 곱한다. 10년이면 2500만원, 거기다 다시 배상금이 그만큼 추가된다. 평균임금으로 계산해도 10년 근무한 직원1명에게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 참고로 이 직원의 월급여는 평균보다 훨씬 높다. 그나마 노동계약법은 회사측의 과중한 부담을 고려해서, 직원의 월급여가 해당 지역 월평균급여의 3배를 넘는 경우, 경제보상금 계산에서 근속년수를 최대 12개월로 제한하고 있다. 그리고 회사와 직원이 합의하면 경제보상금을 조정할 수도 있다. 결국 회사의 경제사정을 감안하여 서로 양보하고 합의했다.
이상은 내가 중국에서 직원을 정리해고한 금전적 대가이다. 아마 한국도 정규직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직원의 입장에서는 특별한 과실없이 십 수년간 열심히 다녔던 회사에서 회사 사정으로 일방적인 해고통지를 했으니 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있어야 당연할 것이다. 장기 근속자인 경우 40~50대이고 새 직장을 찾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겠다. 다 이해한다.
그래도 부담스럽다. 특히 무고정기한계약을 제도화하여 회사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고 해고에 배상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회사의 일방적인 횡포로 고용계약을 체결하지 않던 시절의 유물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다 지난 과거의 일이다. 지금은 고용계약없이 채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과도한 경제적 부담이 회사에게 이전되는 효과를 가지고 온다. 인력채용을 망설이게 한다.
세상에는 약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필요하며, 더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런데 그 제도가 역으로 차별을 낳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얘기했던 전세연장청구권이 그렇다. 세입자에게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마련한 제도인데, 전세권자에게는 족쇄가 되고 세입자가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있다. 적어도 4년은 보장해야 하니, 어린이나 노인이 있는 세입자를 기피한다. 돈 없는 세입자를 위한 전세자금 대출은 갭투자와 부동산가격 상승의 레버리지가 되어 버렸다.
군대가점을 없애 남녀평등을 구현했다고 했는데, 청년의 병역의무는 존중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정규직 전환도 그렇다. 어려운 공채시험을 통과해 입사한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들어와 일정 기간이 지나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 간에 불만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니, 일부 자영업자들은 직원채용이 부담스러워 1인 사업자로 전락했다. 정년연장을 하고 일자리를 나누자고 하니 신입직원 채용의 문은 더 좁아지고 있다.
십 수년간 회사를 운영한 나도 직원을 신규채용하는 것이 부쩍 부담스럽다. 숙련된 직원들, 충성도 높은 직원들로 소수 정예를 만들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다. 특히 직원들은 기계가 아닌지라 구조조정은 인간적 감정소비도 많다. 영세업체가 이 정도면 직원들이 많은 중소, 중견, 대기업들은 더 할 것이다. 인건비가 경직성 강한 비용이니, 가급적 채용은 줄이고 AI와 로봇 등으로 대체하고 싶을 것이다. 단순반복적이고 근무시간이 탄력적인 고용형태는 외주로 돌린다. 라이더 등 플랫폼노동자들은 대부분 고용관계가 아니라 1인 사업자로 용역관계이다. 소수정예만 정규직으로 채용하니 비정규직이 양산된다.
이렇게 사회는 정규직, 비정규직과 플랫폼노동자, 장기근속 숙련직원과 교육투자와 성장시간이 필요한 신입, 전세권자와 세입자, 여성과 남성, 노인과 청년으로 분리된다. 세력화되고 목소리 큰 집단들이 수혜를 받는다. 이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사실 모두 사회적 약자들인데 말이다.
물론 과장을 섞어 거칠게 단순화했다. 약자보호제도가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겉으로는 공정한 것 같지만, 실제 적용은 반대의 결과를 낳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도움이 필요한 자들에게 지나친 배려를 하는 것이 갈등의 원인이라고 문제제기를 한다. 능력있는 계층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약자를 구하는 것 자체가 하향평준화를 만들 뿐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인간사회가 어차피 불평등하므로 제한된 사회자원을 불평등해결에 쓸 것이 아니라 능력자에게 사회자원을 집중하여 이들을 통해 사회를 발전시킴으로써 전체 파이를 늘리는 것이 올바른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종종 이러한 주장은 능력주의와 시장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시장에서 교환을 통해 효율적인 자원분배를 하면 강자와 약자의 불공정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는 것이다. 국가가 나서서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자원분배의 왜곡만 낳고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이다. 약자를 위한다는 것은 허울좋은 동정일 뿐 오히려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고 본다.
일견 타당한 문제제기이다. 하지만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부터 질문이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시장의 기본전제는 동등한 주체들 간의 거래이다. 그래야 자유경쟁이 이루어져, 값싸고 좋은 상품이 환영받고 수요공급곡선에 따라 적정한 가격에서 교환될 수 있다. 시장의 기능은 가격발견을 통한 효율적인 자원배분이다. 노동, 부동산 심지어 화폐까지 세상의 모든 것이 시장의 거래대상인 상품이 되었다.
만약 시장자체가 왜곡되어 있다면 누가 바로 잡을 수 있을까? 그게 국가권능이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폭력적인 국가권능의 사용을 국민이 선거를 통하여 정치권력에 위임했다. 왜곡을 바로 잡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손해를 보기 때문에 폭력적이다. 다른 말로는 기득권 침해 혹은 해소이다. 국가폭력이 신중하고 올바르게 사용되도록 민주적 통제가 필요한 이유이다.
약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공정을 실현하는 데 미흡하고 경제적 자유만 침해한다고 접근하면 문제가 해결될까? 그들 주장처럼 사회적 약자와 강자는 본연적으로 존재하는데, 약자를 내버려두면 사회공동체는 유지될까 실로 의문이다. 부족한 것은 보완해야지, 부정해서는 안된다. 여기서 정치가 순기능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우리 사회의 정치는 반대로 작동하고 있다. 갈등해소가 아닌 증폭으로 말이다. 진영논리와 갈라치기이다. 우리 진영이니 무조건 방어하고 따라야 한다는 것이 진영논리이고, 대안과 해결의지없이 피해자와 가해자를 두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얻고자 갈등을 확대하는 것이 갈라치기이다. 다양한 이해관계를 예술적으로 조율하고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정치기능이라고 한다면 지금 한국사회는 정치과잉이 아니라 오히려 반정치이다. 유튜브 알고리즘처럼 실재하는 다양한 이해관계는 외면하고 내가 듣기 좋은 주장으로 통일하는 것이 전체주의이자 독재일 것이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회사와 직원간의 관계는 동등하지 않다.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과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노동자가 당장 오늘 노동력을 팔지 않으면 생존을 위협받던 100년 전 자본주의 상황도 아니다. 노동계약법이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의 편에서 해고의 요건을 엄격하게 따지고 이왕이면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고용계약은 경제관계이자 사회관계이다. 어느 한쪽으로 확연히 기울어도 안된다. 어느 정도 운동장의 기울기가 비슷해지면 불공정시대의 유물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노동자보호는 사회복지를 통한 구제, 재취업을 위한 기회부여와 교육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지 않을까한다. 그리고 정규직보다 플랫폼노동자와 같이 더 취약한 계층의 보호에 힘을 써야 한다. 현 제도로는 노동자를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회사가 오롯이 비용으로 떠안게 한다. 회사가 채용을 꺼려하거나 경영이 어려워지면 실업이라는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가뜩이나 AI가 고용시장의 위협인 시대이다.
어떤 지인은 경제보상금과 배상금 때문에 일이 줄었음에도 직원을 정리하지 못한다고 한다. 장기근속으로 회사에 짐이 가중된다면 어떤 회사가 안정적인 장기고용관계를 유지하려고 할까? 회사가 비정규직 채용을 선호하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해고의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비용을 어느 한 주체에 모두 떠넘기지 말고 분담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지속가능한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생각이다.
어쩌면 칼 폴라니의 주장처럼 노동, 부동산, 화폐가 시장에 상품으로 나오면서 시장경제가 사회를 잡아먹기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본질적으로 교환될 수 없는 인간의 노동이 상품이 되고 가능하지 않은 시장의 자기조정능력을 신뢰하면서 사회의 비극이 탄생한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현재 사회개혁의 핵심이 노동개혁일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국가, 기업과 노동자가 합의하여 노동문제를 조정할 수 있는 기제가 필요하다.

제주 출신으로 제주대(행정학과)를 졸업, 중국복단대학교 법학원에서 석사(민상법), 화동정법대학교에서 박사학위(경제법)를 땄다.
2009년부터 대광경영자문차이나(삼화회계법인 중국지사) 대표를 맡아, 중국기업의 한국증시 상장과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설계 및 법무 컨설팅, 중국기업의 한국 투자설계 및 법무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