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은 어떻게 한라봉·천혜향·레드향·가을향이 되었나

박수진 기자 2026. 1. 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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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감귤밭. 현정석 제공

지난해 12월 1일 제주도 서귀포감귤박물관 안의 너른 귤밭에 들어서자 귤나무마다 주홍빛 귤이 포도처럼 주렁주렁 달려 있었습니다. 낱개로 된 감귤만 본 기자에게는 익숙지 않은 풍경이었습니다. 귤나무는 1그루당 평균 600개 정도의 귤 열매가 달린다고 합니다.

감귤이라고도 부르는 귤은 중국과 인도에서 전래돼 삼국시대엔 이미 제주에서 재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삼국시대 초 문헌에 제주도에서 특산물로 귤을 보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귤을 재배하려면 겨울철 기온이 영하로 잘 내려가지 않는 따뜻한 곳이어야 합니다. 

귤나무는 영하 1℃에서 3시간이 지나면 열매가 손상되고 영하 3.5℃가 12시간 이상 지속되면 가지가 얼어붙습니다.

제주도 남부 해안 지역인 서귀포시는 겨울철인 12~2월에도 최저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어 귤 재배지로 알맞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제주도 전체 귤 재배지 중 서귀포가 약 64%를 차지합니다.

서귀포감귤박물관은 서귀포 감귤을 알리기 위해 11월 초부터 12월까지 감귤 따기 체험을 진행합니다. 기자도 가위와 장갑을 건네받고 직접 감귤을 따 봤습니다. 한 손으로 귤을 쥐고 가위를 쥔 손으로 가지 끝에 달린 귤을 잘라낸 다음 꼭지를 다듬었습니다. 

코에는 은은한 귤 향기가 감돌고 손에는 잘 영근 귤의 무게감이 전해졌습니다. 부산에서 방문했다는 구나윤 어린이는 “시장에서 보던 귤이 나무에 달린 것도 신기하고 직접 따 보니 재미있었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제주도에서 가로수로 쓰이는 하귤나무. 현정석 제공

이날 수확한 귤은 온주밀감이라는 품종입니다. 겨울철 널리 먹는 귤은 온주밀감을 밭에서 길러 10~12월에 수확한 것입니다. 귤나무는 봄에 흰 꽃을 피우고 꽃이 진 자리에 작은 초록빛 열매를 맺습니다. 여름을 지내며 열매는 굵어지고 주홍빛으로 물듭니다.

현정석 서귀포감귤박물관 농촌지도사는 “수확기엔 열매를 맺느라 고생한 귤나무가 영양분을 회복하도록 ‘감사 비료’를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서귀포에서는 길가의 가로수에서도 샛노란 귤이 달린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름에 나는 귤인 '하귤'입니다. 하귤은 일반 귤보다 크기가 크고 한 번 열매가 열리면 최대 2년 동안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하귤은 갈아서 주스로 먹기도 합니다. 다만 가로수에서 난 하귤을 채취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 한라봉의 조상은 귤과 오렌지

우리가 흔히 먹는 귤인 온주밀감은 분류상 귤속 식물의 한 갈래에 속하며, 그 아래에 다양한 품종이 있습니다. 이 품종을 통틀어 온주밀감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한라봉. 현정석 제공

귤속 식물에는 온주밀감 외에 오렌지도 있습니다. 1949년 일본에서 온주밀감과 오렌지를 교배해 새로운 귤속 식물인 청견을 만들었습니다. 청견은 향과 맛이 좋아 새 품종을 개발할 때 ‘엄마 나무’ 역할을 했습니다. 

엄마 나무의 꽃에 아빠 나무의 꽃가루를 옮기면 씨앗들이 생깁니다. 씨앗마다 두 나무의 특성이 다르게 섞입니다. 품종 개발자나 농부는 씨앗을 심어 기릅니다. 자란 나무 중 원하는 특성이 나타난 열매를 맺은 나무를 고르고 그 나무의 가장 좋은 가지를 탱자나무 줄기에 붙여 새 품종을 키웁니다.

이렇게 온주밀감류와 오렌지류를 교배해 만든 새로운 귤속 식물을 만감류라고 합니다. 만감류는 대부분 온주밀감보다 더 늦게 수확합니다. 크기나 맛, 향 등도 온주밀감과 다릅니다.

한라봉은 청견과 감귤 품종 중 하나인 폰칸을 교배한 만감류입니다. 꼭지가 툭 튀어나왔고 과육이 많아 식감이 시원합니다. 천혜향은 청견과 서로 다른 감귤 품종 두 개를 교배한 것으로 향이 강합니다. 남향과 천초라는 만감류끼리 교배해 만든 황금향도 있습니다.

만감류 족보.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 제주에서 만든 만감류를 맛보다

“제주도가 개발한 새로운 품종입니다. 맛이 어떤가요?”

부창훈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농업기술센터 특화작목육성팀장이 나무에서 열매를 뚝 따서 건넸습니다. 제주도 농업기술원이 개발한 만감류 ‘가을향’과 ‘달코미’였습니다. 가을향은 황금향과 레드향을 교배한 것으로 가을에 먹을 수 있는 만감류란 뜻에서 붙은 이름입니다. 

새콤달콤한 맛이 균형 있게 느껴졌습니다. 황금향과 만감류의 일종인 한라향을 교배한 ‘달코미’는 신맛이 거의 없고 부드러운 단맛이 났습니다.

만감류 중 우리에게 익숙한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은 일본에서 개발한 품종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개발한 만감류 신품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껍질이 잘 벗겨지고 과즙이 풍부한 ‘윈터프린스’, 탁구공처럼 작은 ‘미니향’ 등을, 제주도 농업기술원에서는 ‘가을향’, ‘달코미’, ‘우리향’ 등을 선보였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도 돌연변이로 우수한 열매가 달린 가지가 생겨 품종 개발에 쓰이기도 합니다. 한라봉의 돌연변이에서 나온 ‘써니트’가 그 예입니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 온실에서 다양한 만감류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부창훈 팀장은 “나무를 키워 첫 열매를 보기까지 4~5년이 걸리는 데다 단맛과 신맛의 조화, 먹기 좋게 껍질이 잘 벗겨지는지 등을 고려해야 하므로 신품종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듭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리나라가 개발한 품종에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관련기사

어린이과학동아 1월 1일, 제주에서 찾았다…자연의 귤은 어떤 모습일까.

[박수진 기자 soo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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