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늘이 힘들고, 망가졌는가…그 균열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면

유영현 2026. 1. 1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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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권하는 의사 유영현의 1+1 이야기] 45. 균열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은 '자유의 나라' 미국을 상징하는 종이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도 배웠다.

1994년 여름, 펜실베이니아 의대 연수를 위하여 필라델피아에 도착한 다음 날, 자유의 종을 만나러 나섰다. 많은 관광객이 종을 둘러싸고 있었다. 역사 해설사는 종의 역사와 미국의 역사를 엮어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해설사는 종이 균열된 역사도 설명하였다. 자유의 종은 타종할 수 없는 종이다. 해설사가 관광객들에 물었다. "다음에는 또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해설사의 질문에 관광객들은 너나없이 큰 소리로 "Cracked! (금이 갔어요!)"라 답하였다. 이후 'crack'(균열)이란 단어만 나오면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이 생각났다.

최근 나는 균열이란 단어를 연속으로 접하게 되었다. '크랙차'(crack tea)라는 별스러운 차가 인터넷에서 꽤 널리 퍼져, 그 이름을 나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주일 예배에서는 설교자가 레너드 코헨의 노래 가사 속 "crack"을 언급하였다. 알베르 까뮈를 닮았고 'Famous blue raincoat'를 부른 음유시인 노래가 예배 설교에 등장하다니…. 그는 'Anthem'(송가, 頌歌)에서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다"고 노래했었다.

크랙 코카인과 크랙렁(crack lung)

올해 첫 칼럼의 주제는 균열이다. 서구 현대인에 균열이란 단어는 '크랙 코카인'으로 자주 다가온다. '크랙'으로 불리니 마약 이름 자체가 '균열'이다. 크랙은 미국 도시의 그늘에서 태어난 결정 덩어리다.

크랙 코카인은 일반적인 가루 코카인보다 훨씬 저렴하고, 단 몇 초 만에 폐로 흡수되어 폭발적인 쾌감을 일으킨다. 쾌감이 알려지자, 대량 중독을 불러왔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 균열(위키피디아), SNS에 올라온 크랙티(JerrrkTime), 레너드 코헨(The New Yorker), 크랙렁 방사선 사진(Eurorad), 크랙 코카인 실물(위키피디아). 사진=유영현 제공

이 마약은 무시무시하고 파괴적이다. 값이 싸고, 강렬하고, 빠르게 작용한다는 특성 때문에 1980년대 미국의 빈곤 지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퍼졌다. 도시 빈곤, 인종 문제, 정신건강 문제, 공동체 해체라는 사회적 균열 속에서 사람들은 현실의 고통을 잠시라도 벗어나기 위해 크랙이라는 위험한 도구에 손을 뻗었다.

지금도 미국과 유럽에서는 크랙 사용이 다시 증가하고, 이를 둘러싼 범죄와 사회적 고립, 공중보건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약물은 개인을 파멸시킨다. 개인을 위험으로 몰아넣는 사회적 구조 자체가 이미 균열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는 반복된다. 크랙의 유행은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자 사회의 실패가 남긴 그림자다.

크랙을 흡입한 사람들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병을 'crack lung'(크랙렁)이라 부른다. 직역하면 '균열폐'지만 폐가 균열하는 질병이 아니다. 크랙 사용으로 생긴 급성 폐 손상이다.

크랙을 가열해 들이마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연기, 불순물, 유독가스는 폐포를 단번에 손상하고 모세혈관을 찢어 버린다. 몇 시간 후부터, 또는 하루 이틀 만에 극심한 호흡곤란, 고열, 흉통, 청색증, 피 섞인 가래가 나타난다.

영상 검사에서는 양측성 폐부종이나 폐출혈을 의심할 만한 음영이 보인다. 때로는 '급성호흡곤란증후군'으로 악화하여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고, 기흉이 발생하거나 대량 폐출혈이 생겨 사망하는 사례도 따른다.

치료를 위해 스테로이드, 감염을 막기 위한 항생제, 때에 따라 기계 환기(換氣)까지 동원한다. 다행히 회복하는 때도 있지만, 한번 크랙렁을 경험한 폐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크랙렁은 약물이 육체에 남기는 균열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레너드 코헨은 균열에서 무엇을 보았던가

균열에서 전혀 다른 의미를 본 이가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이다. 이 캐나다 출신의 음유시인 가수는 'Anthem'(송가)에서, "균열은 빛이 들어오는 통로"라고 노래했다.(https://www.youtube.com/watch?v=ncPi6-THtlY)

코헨은 삶의 실패, 사랑의 붕괴, 인간의 약함, 시도되지 않은 용서, 완벽하지 않은 신앙을 평생 노래한 뮤지션이다. 그의 음악은 늘 낮고 나지막한 목소리와 단순한 화성 위에 놓인 철학적 가사로 이루어져 있다. 'Suzanne', 'Bird on a Wire', 'Chelsea Hotel #2', 'Famous Blue Raincoat', 'Hallelujah'에 이르기까지 그의 노래는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쉽게 금이 가는지, 그러나 그 금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송가'에서 모든 것에는 균열이 있으니 완벽한 것은 잊으라고 노래한다. 그는 상처 난 자리로 빛이 들어오고, 실패의 자리에서 새로운 의미가 태어난다고 노래한다. 코헨의 세계에서 균열은 존재의 조건이다. 금이 가서 완전하지 못하니 오히려 인간은 더 깊어질 수 있다.

미국 '자유의 종'이 끝내 타종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은 것은

미국 필라델피아 '자유의 종'도 균열로 인해 더 많은 것을 상징하게 되었다. 자유의 종은 본래 펜실베이니아 의회 의사당을 위해 제작된 종이었다. 처음엔 미국 독립의 상징으로, 이후에는 노예제 폐지 운동에서 자유의 이상을 상징하게 되었다.

하지만 도착하자마자 시험 타종에서 종이 균열 되었고 몇 차례 재(再)주조를 거쳐 다시 울렸지만, 균열은 되풀이되었다. 이 종은 균열로 인해 완전한 소리를 내지 못했다.

그런데, 이 종을 더 특별하게 만든 것은 울리지 못하는 결함이었다. 종의 균열은 실패가 아니라 자유에 대한 특별한 은유가 되었다.

자유는 언제나 완전한 상태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갈등과 타협과 실패 속에서 만들어진다. 한 국가의 이상도, 한 인간의 신념도 금이 간 채 성립한다. 자유의 종은 완전하지 않은 자유, 그러나 그렇게 균열을 품은 자유야말로 진짜 자유라는 것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이 종은 금이 가있고, 그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의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지금 '크랙티'가 빠르게 유행하는 이유는

최근에는 마시는 차 세계에도 '크랙'이라는 단어가 전해진다. SNS에서 'crack tea'(크랙티)라는 음료가 널리 퍼지기 시작하였다. 이는 '크랙 코카인'과는 상관이 없는 말장난이다. 진하게 우린 홍차에 설탕을 듬뿍 넣고 레몬이나 복숭아 시럽을 더해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를 사람들이 농담처럼 "중독될 만큼 맛있다"고 표현한 것이다.

이 차는 미국 남부의 '스위트 티'(sweet tea) 전통에서 시작되었다. 남부 스위트 티의 기원은 단순한 음료 문화가 아니라 기후, 노동, 공동체 구조와 관련이 있다.

무더운 여름과 길고 고된 노동이 일상이었던 남부 지역 사람들에게 달고 시원한 차는 하루의 리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 그 단맛은 에너지 보충이자 공동체적 연대의 상징이기도 했다.

SNS에서 크랙티가 유행하는 데는 이 오래된 문화가 현대식 감정 구조와 다시 만나면서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된 때문으로 보인다. 크랙티 영상은 단지 음료 레시피 소개가 아니라 현대인이 감정적 위안을 찾는 길을 보여준다.

투명한 유리 디스펜서에 홍차 티백을 여러 개 넣고, 얼음을 가득 채우고, 레몬 조각을 떨어뜨리며 1주일 분량 차를 준비하는 영상은 작은 의식(儀式)처럼 보인다. 가정에서 유리 디스펜서를 꺼내 차를 만들고 냉장고에 넣어두는 사람들은 사실 일종의 '감정적 의식'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달콤한 음료는 분명 건강에는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의식에는 자신을 안정시키고 하루를 조직하는 심리적 기능이 있다. 스트레스가 만연한 시대에 이 달콤하고 차가운 음료는 도파민을 즉각 공급하여 힘을 준다. 그리고 차 특유의 향기는 정서적 안정감을 준다. 카페인과 테아닌의 조합은 적당한 각성과 부드러운 진정을 동시에 만든다.

사람들은 "중독될 만큼 맛있는" 이 차를 무작정 찾게 되었다. 크랙티는 현대인 감정의 균열을 메꾸는 도구가 된다. 그렇게 현대인의 정서적 허기는 달콤한 크랙티로 메꿔진다.

사람은 모두 금이 간 존재다. 균열은 언제나 인간의 조건이다.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삶의 방향을 바꾼다.

균열을 통해 삶이 무너질 수도 있지만, 균열을 통해 빛이 들어올 수도 있다. 금이 간 존재이기 때문에 '자유의 종' 앞에서 멈춰 서고, 낮은 목소리로 금이 난 인생을 읊조리는 노래를 사랑하고, 달콤한 차 한 잔에 마음을 내어준다.

완전하지 않기에 살아 있는 의미가 있고, 균열이 있기에 그를 통해 빛이 들어온다. 균열은 단순하지만 오래된 진실을 알려주는 단어이다.

유영현 티클리닉 디렉터(오디오칼럼 1+1이야기 https://www.youtube.com/@yhyoo0906)

유영현 디렉터 (yhyoo@d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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