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아파트 공급 물량, 허수가 숨어 있다

2026. 1. 10. 01: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동산 인사이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최근 1~2년 인공지능(AI)의 눈부신 발전으로 진짜 정보뿐만 아니라 가짜 정보도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드러난 정보의 단면보다는, 숨겨진 내면의 의미를 이해해야 가짜 정보에 함몰되지 않고 시장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한 나라의 경제성장률은 ‘명목 GDP’와 ‘실질 GDP’의 차이를 구분해 사용한다. ‘명목’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숫자를, ‘실질’은 보다 본질적(숨겨진) 숫자를 말한다. 부동산 시장에도 데이터를 ‘쫌’ 아는 사람은 숨겨진 실질 통계에 더 집중하므로, 이번 기회에 부동산 핵심 지표를 중심으로 ‘찐’ 통계에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막 새해가 시작됐으니, 우선 지난해 연간 시세 동향을 살펴보자. 부동산R114의 AI 시세에 따르면 2025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6.03% 상승했다. 전국 기준으로는 2021년(19.6%)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이러한 흐름을 이끈 지역은 단연 서울로 1년 동안 12.52% 상승했다. 월평균 1% 이상 오른 셈이다. 17개 시·도 각각의 매매가격 변동률 현황을 살펴보면 8개 지역에서 상승했고, 9개 지역은 하락했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이렇게만 수치를 보면 상승 지역과 하락지역이 엇비슷하니 전반적으로 서울의 온기가 퍼졌다고 평가할 수 있겠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앞서 살펴본 시세는 명목에 해당하므로 2025년의 물가상승률(2.1%)을 감안해 다시 해석해 보자. 이 경우 하락지역은 13곳으로 많이 늘어난다. 서울은 상승률이 10% 수준으로 둔화하고, 일부 지역은 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된다. 이들 지역의 경우 정말 해당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오른 것인지에 대한 유의미성을 곱씹어 봐야 한다.

이르면 1월 중 정부가 새로운 주택 공급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해 9·7 주택 공급 대책이 나온 지 4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만큼 정부 중요도가 높아진 데이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공급 데이터도 정부가 135만 가구이니, 270만 가구이니 하는 명목상 제시된 숫자에 집중하기보다 실질적인 숫자를 살펴봐야 한다. 부동산에서 참고할 수 있는 공급 데이터에는 인허가·분양·착공·준공·입주·미분양·멸실 등이 있지만 정부가 마련한 공급 데이터는 분양(혹은 착공)이나 준공(입주)이다.

그런데 분양·준공의 이면에는 재개발·재건축과 같은 정비사업에 따른 주택 멸실 물량이 숨겨져 있다. 예컨대 서울은 아파트 준공 물량의 80~90%가 정비사업 물량이므로 1만 가구의 아파트가 준공됐다고 해도 실질 공급량은 5000~6000가구 수준에 그친다. 어림잡아 30~40% 물량은 재개발·재건축조합원이 원래 주택(헌집→새집)에 들어가는 것이므로, 가짜 공급으로 볼 수 있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도 토지 확보 과정에서 사라지는 주택, 즉 ‘멸실’ 이슈가 발생한다. 매년 20만 가구 수준의 아파트 분양이 이뤄지고 있지만, 국토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매년 약 8만5000가구가 멸실된다. 부동산R114 조사에 따르면 2026년 서울·수도권 일대 아파트 공급량은 과거 평균보다 10만 가구가량 줄어들 예정이다. 여기에 멸실 주택까지 감안하면 감소 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공급 못지않게 중요한 지표가 수요 통계다. 수요의 기본 단위는 개인이므로 보통 인구수를 의미한다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주요 지역의 수요 기반을 이야기할 때 인구 감소 이슈를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눈에 드러난 단순한 숫자에 함몰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시의 주민등록상 인구는 약 930만 명으로, 2010년 103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15년째 감소세다. 하지만 그사이 주택 가격은 2~3배 올랐고, 주택보급률은 15년째 94% 수준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여기에 무주택 실수요 중심의 아파트 청약경쟁률은 2025년 154대 1로(약 30만 명 청약 접수) 역대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 15년 사이 주택이 매년 3만 가구 이상 지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45~50만 가구가 추가 공급됐다는 이야기다. 주택은 늘고 인구는 100만 명 가까이 줄었으면 집값은 안정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이는 인구는 줄었지만 ‘가구’는 늘어났기 때문이다. 즉, 주택의 소유 단위는 가구가 기본 개념이지 개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가구 수는 2010년 350만 가구에서 2024년 말 현재 415만 가구로 65만 가구가 증가했다.

이처럼 실제 공급량과 수요량 수준을 이해했다면 가격을 결정하는 경제학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지점에서 ‘수요 초과’ 상황인지, ‘공급 초과’ 상황인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서울의 경우 최근 3년 사이 매년 연평균 5만3000가구씩 가구 수가 늘었지만, 주택은 매년 3만3000가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집이라는 공간은 거주를 위한 필수재이므로 수요가 매년 증가하면 당장 전·월세 등 임대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임차를 위한 주거비가 늘어나면 자금력 있는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는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