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아시아의 2035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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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 전 『아시아 2025』 기고에서
‘과거의부터의 해방’ 비전 제시
현실은 내 희망과 다르게 흘러
10년후 미래 모습도 걱정 앞서
」

한국 전쟁은 전투의 현장이 한반도에 국한되었지만 또 하나의 세계 전쟁이었다. 동서 간의 냉전은 이미 진행 중이었다. 이 전쟁을 계기로 세계는 마침내 정치와 경제 그리고 군사적으로 두 개의 세계로 나뉘게 되었다. 영·미를 비롯해 서방 측은 다시 군비를 강화하며 징병제를 실시했고 서독의 재무장이 현안으로 부상했다. 말하자면 대전이 끝난 지 불과 5년 만에 세계는 또다시 새로운 인류 차원의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그래도 한때 세계의 패권자 지위와 역할을 누리던 영국의 지도자가 이런 시기에 이런 정도의 이야기나 한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더구나 일본과 중국이 연합해 일종의 블록을 형성한다는 것은 그 당시 상황에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나는 내 글을 현실성이 크지 않더라도 조금 이상주의적인 비전을 갖고 써볼 생각이었다. 나는 2025년의 시점에서 지난 10년간을 뒤돌아보는 것으로 글 골격을 잡았다. 제목은 거창하게 ‘과거로부터의 해방: 미래를 보기 위한 회고(Freedom from the Past: Looking Back to Look Ahead)’였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당시 중국은 이미 경제와 군사 대국으로 부상하고 있었고 이것은 기존의 패권국인 미국과의 갈등을 시사하고 있었다. 동아시아 내에는 고질적인 과거사를 둘러싼 갈등과 일본이 중심이 된 영토 분쟁들도 그대로 있었다. 지난 10년간 동아시아는 난제들이 이상적으로 해결된 것은 아닐지라도 더 좋은 미래를 향하여 나라들과 특히 사람들 사이에서 교류와 협력이 활발하도록 관리된 상황이 되었다. 과거사 문제는 지난 전쟁의 승자와 패자의 구분이 특정한 나라나 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주의나 신념의 문제로 정리되었다. 즉, 잘못된 군사주의, 침략주의에 대한 민주, 자유, 평화의 승리로 모든 나라가 함께 승전을 기념하는 것이었다. 구시대의 저주인 ‘부국강병(富國強兵)’의 이념을 대체한 것은 ‘부민선린(富民善隣)’의 노선이었다. 경제는 국가 간의 협력과 민간 주도의 개방, 창의성, 학문의 자유의 실현으로 계속 향상하였다. 특히 한·중·일 세 나라는 국가보다 사람들의 공동체로서 매사에 교류가 심화돼 있다. 사람들은 결국 경제적인 번영이나 부패의 척결, 혹은 강대국의 건설이 국가 중심의 야심 찬 계획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억압과 강제 그리고 왜곡이 없이 대중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에서 나온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지 북한은 아직 국제사회에 동참을 꺼리고 있지만 조금씩이라도 교류와 협력은 이어가고 있다.’
이 글이 쓴지 만 10년이 지났다. 세상은 내가 희망적으로 상정한 것과는 매우 다르게 흘러왔다. 아시아도 새로운 미래가 아닌 과거의 반복에 갇힌 것 같다. 이제는 2035년을 걱정하는 생각이 앞선다. 그렇지만 현실이 어려운 상황일수록 이상주의적인 비전을 잃지 않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국도 그저 힘만으로 세계의 지도적인 위치로 부상한 것이 아니다. 국제 연맹, 대서양 현장, 네 가지의 자유, 국제연합 등…. 어려운 시기 새로운 세계 질서를 모색한 것은 이제 잊혀지고 있는 것인가.
라종일 동국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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