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입성 中 ‘AI 호랑이’, 상장 첫날 80% 폭등

중국의 이른바 ‘AI 호랑이’로 불리는 인공지능(AI) 스타트업들이 잇따라 기업공개(IPO)에 성공하며 홍콩 증시에 입성했다. 국가 보조금과 비공개 투자에 의존했고, 폐쇄적 구조였던 중국 AI 산업이 본격적인 매출·실적 중심의 기업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AI 호랑이’ 연달아 상장
중국 거대언어모델(LLM) 개발사 지푸AI(Zhipu AI)는 지난 8일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해 약 5억5800만달러(약 8100억원)를 조달했다. 공모가는 주당 116.2홍콩달러였다. 9일 기준 이보다 30%가량 오른 151.2홍콩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중국 주요 AI 기업 가운데 첫 본격 IPO 사례다. 지푸AI는 IPO 수익금의 70%가량을 범용 대규모 AI 모델 연구 개발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지푸AI는 칭화대 출신 연구진이 2019년 설립한 AI 스타트업이다. 범용 거대언어모델(LLM)과 기업용 AI 설루션을 동시에 개발하고, GLM 모델로 잘 알려져 있다. 알리바바 그룹 홀딩스, 텐센트 홀딩스, 그리고 여러 지방 정부 기금의 지원을 받으며 중국 AI 생태계 대표 주자로 평가받는다. 작년 6월 오픈AI(Open AI)가 중국 AI 경쟁 구도를 언급하며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낸 기업으로 지푸를 지목한 바 있고, 국내 ‘국가대표 AI’ 후보인 업스테이지의 공개 검증으로 일단락된 모델(GLM-4.5-Air) 유사성 논란으로도 최근 이름이 오르내렸다. 현재 지푸AI는 영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동 등에 사무소를 두고 있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공동 혁신 센터를 구축하는 등 글로벌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같은 날 또 다른 ‘AI 호랑이’로 꼽히는 미니맥스(MiniMAX)도 IPO 공모를 마무리하며 약 6억1900만달러(약9000억원)를 조달했다. 9일 주가는 공모가인 165홍콩달러보다 80% 넘게 오른 301홍콩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주요 투자자로는 알리바바, 아부다비 투자청, 미미래에셋증권 등이 이름을 올렸다. 미니맥스는 2022년 초 설립된 중국 토종 생성형 AI 기업이다.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비디오 등을 처리할 수 있는 AI 모델을 개발한다. 동영상 생성 AI인 하이루오AI(Hailou AI), 캐릭터 챗봇인 토키(Talkie) 등을 서비스한다.
◇심화되는 경쟁
블룸버그통신은 9일 “미니맥스 상장 첫날 주가 흐름은 중국 AI 분야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기가 하드웨어 제조 업체에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중국 AI 기업들은 자금 조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홍콩 증시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11개 기업 중 절반가량이 AI 기업이다.
특히 이번 상장은 미국의 대중(對中) 기술 제재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작년 1월 미 상무부는 50개 이상 중국 기술 업체를 수출 통제 기업, 이른바 블랙리스트에 올렸는데 지푸AI도 그중 한 곳이었다. 중국군 관련 기관과 연계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첨단 반도체와 글로벌 인재 확보 등에 치명적인 제약이 생겼지만,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모델 고도화를 지속해 온 것이다. 류더빙 지푸AI 공동 창업자 겸 회장은 상장 후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중국 시장은 경쟁이 매우 치열해 가격이 자연스럽게 미국 수준까지 낮아질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면서 해외 이용자들이 우리의 가치를 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이 한국 AI 기업들에는 위협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중국 AI 기업들도 아직 미국이 점령하지 못한 중동과 동남아 지역을 타깃해 성장 동력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 진출할 수 없는 지푸AI는 동남아 지역을 핵심 성장 동력 중 하나로 삼으며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활용하고 있다. 일대일로 사업이 물리적 인프라 구축을 넘어 ‘디지털 실크로드’로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푸AI는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현지화한 ‘소버린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한 시스템을 홍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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