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2026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선정…이유가 넥타이 때문이라고?

강석봉 기자 2026. 1. 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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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러스트가 크로아티아를 ‘2026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 중 하나로 꼽았다. 이유는 멋진 자연 경관 때문이 아니다. 12만 년 전 네안데르탈인의 집, 유럽 최고 달력 보유, 넥타이의 기원, 송로버섯 명산지인 ‘몰라서 몰랐던 크로아티아’의 매력을 살펴본다.

유럽에서 가장 깨끗하다고 인정받은 크로아티아의 해변.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원더러스트 선정, ‘2026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그런데 이유가 이거맞아?

크로아티아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여행 전문지의 2026년 필수 여행지로 선정됐다. 크로아티아 관광청은 원더러스트(Wanderlust)가 발표한 ‘2026년 꼭 가봐야 할 여행지(The Good to Go List 2026)’에 크로아티아가 이름을 올렸다고 밝혔다.

원더러스트는 1993년 창간된 여행 전문 잡지다. 단순히 유명한 관광지가 아니라, 진짜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고 책임감 있는 여행이 가능하며 흥미로운 이야기를 가진 곳만 엄선해 매년 발표한다. 올해는 일본, 호주, 요르단, 아르헨티나, 포르투갈 등과 함께 크로아티아가 26개 여행지 중 하나로 뽑혔다.

무려 1244개의 섬이 있는 크로아티아의 지도.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많은 사람들이 크로아티아 하면 에메랄드빛 아드리아해와 두브로브니크의 성벽을 떠올린다. 실제 크로아티아는 1,244개의 섬을 가진 섬 휴양지로 유럽에서 가장 깨끗한 해변을 보유한 나라다. 유럽연합과 유럽환경청이 2025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크로아티아 해변의 99.1%에 최우수 등급을 부여했다. 그러나 원더러스트가 크로아티아를 선정한 이유에는 바다와 해변은 언급되지 않았다.

크라피나 네안데르탈인 박물관 입구.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첫 번째 이유: 유럽 최대 네안데르탈인 유적지

크로아티아 북부에 크라피나(Krapina)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1899년부터 1905년까지 크로아티아의 고생물학자 드라구틴 고르야노비치-크람베르거가 후슈냐코보(Hušnjakovo) 언덕을 발굴한 결과, 약 12만 5천 년 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최소 80명의 뼈 900여 점, 돌 도구 1,200점, 동물 뼈 2,400점이 나왔다. 한 장소에서 이렇게 많은 네안데르탈인 화석이 나온 곳은 유럽에서 크라피나가 유일하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나기 전 유럽과 서아시아에 살았던 사람들로, 약 4만 년 전 멸종했다. 발견된 뼈 중 11개에서 생전에 다쳤다가 나은 흔적이 나타났다. 머리뼈가 심하게 부러졌는데도 살아남아 뼈가 붙은 경우도 있었다. 이런 부상을 입으면 혼자서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다. 즉 12만 년 전 크라피나의 네안데르탈인들은 다친 동료를 끝까지 돌봐줬다는 증거다.

2010년 문을 연 크라피나 네안데르탈인 박물관은 1,200제곱미터 규모로 18개 전시관을 갖췄다. 프랑스 조각가 엘리자베스 데네스가 만든 17개의 초정밀 네안데르탈인 모형이 동굴 입구에 모여 불을 피우고 생활하는 장면을 재현한 디오라마, 즉 축소 모형 전시가 세계 최대 규모다.

기원전 2600년경 달력기능을 한 도자기 그릇의 무늬.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두 번째 이유: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달력

크로아티아 동부 다뉴브 강변의 부체돌(Vučedol)은 기원전 3000년부터 2200년까지 청동기 시대 문명이 번성한 곳이다. 당시 약 2,000명에서 3,000명이 살았으며, 이는 그 시대 유럽에서 가장 큰 마을 중 하나였다. 부체돌 사람들은 구리를 녹여 도구를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고, 이 문화는 지금의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등 14개국에 걸친 넓은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1978년 3월 21일, 빈코브치(Vinkovci)에서 특이한 무늬가 새겨진 도자기 그릇이 나왔다. 자그레브대학교의 알렉산다르 두르만 박사가 20년간 연구한 결과, 이것이 기원전 2600년경에 만들어진 달력임을 밝혀냈다. 그릇 표면의 네 개 띠는 사계절을, 각 띠의 12개 구획에는 해가 진 뒤 하늘에 나타나는 별자리가 그려져 있다. 오리온자리(Orion), 플레이아데스 성단(Pleiades), 쌍둥이자리(Gemini) 등이다.

부체돌 사람들에게 한 해는 춘분에 시작됐다. 춘분 날 저녁, 겨울 내내 밤하늘에 뚜렷이 보이던 오리온자리의 허리띠 세 별이 지평선 아래로 사라지면 봄이 온 것이었다. 이 달력은 영국의 스톤헨지보다 수백 년 앞선다. 흥미롭게도 이 달력이 발견된 날이 1978년 3월 21일, 바로 춘분이었다. 현재 이 오리온 달력은 빈코브치 시립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크라바트를 맨 크로아티아 기병대.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세 번째 이유: 넥타이는 크로아티아에서 시작됐다

남성들이 정장을 입을 때 목에 매는 넥타이의 기원은 크로아티아다.

17세기 유럽에서 30년 전쟁이 벌어졌다. 프랑스군은 크로아티아 기병대를 용병으로 고용했다. 크로아티아 병사들은 군복의 일부로 목에 린넨이나 면으로 된 붉은색이나 흰색 스카프를 매고 다녔다.

전쟁이 끝나고 파리로 돌아온 프랑스 귀족들이 크로아티아 병사들의 목 장식에 관심을 보였다. “저 목에 두르는 천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크로아티아 병사들은 자신들의 민족을 묻는 줄 알고 “흐르바트(Hrvat)”라고 답했다. 크로아티아어로 크로아티아인이라는 뜻이다.

자그레브 시내의 한 넥타이 상점 입구와 전통 문양의 넥타이들.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프랑스인들은 이 발음을 크라바트(Cravate)로 받아들였다.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이 스타일을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왕이 착용하자 프랑스 전역에서 유행했고, 이후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시간이 지나며 모양이 변해 오늘날 우리가 아는 넥타이가 됐다. 영어로 넥타이를 뜻하는 단어 중 하나인 크라밧도 여기서 나왔다.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Zagreb) 구시가지에는 크라바티쿰(Cravaticum)이라는 작은 박물관이 있어 넥타이의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있다.

송로버섯 채취 현장.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네 번째 이유: 세계 최고급 송로버섯의 고향

크로아티아의 이스트라(Istria) 반도는 미식가들 사이에서 특별한 곳으로 통한다. 송로버섯이라고 불리는 트러플의 명산지이기 때문이다.

트러플은 땅속 깊이 나무뿌리 근처에서 자라는 버섯으로, 특유의 강한 향과 맛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식재료 중 하나다. 이스트라 반도는 이탈리아의 알바(Alba) 지역과 함께 세계 최고급 화이트 트러플 산지로 꼽힌다. 1999년 이스트라에서 무게 1.31킬로그램짜리 화이트 트러플이 발견돼 기네스북에 올랐다.

숲 속에서 수확한 트러플.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트러플은 땅속 깊이 자라기 때문에 특별히 훈련받은 개를 이용해 찾는다. 사냥꾼이 개들을 숲속에 풀어놓으면, 개들이 트러플 향을 맡고 그 자리를 파기 시작한다. 이때 사냥꾼이 재빨리 달려가 개를 제지하고 조심스럽게 트러플을 캐낸다. 너무 늦으면 개가 트러플을 먹어버리기 때문이다.

매년 9월부터 12월까지 모토분(Motovun)과 부제트(Buzet) 지역에서는 트러플 축제가 열린다. 관광객들은 전문 사냥꾼과 함께 트러플 사냥을 체험하고, 갓 캔 신선한 트러플로 만든 오믈렛, 파스타, 리소토를 맛볼 수 있다. 이탈리아가 트러플로 더 유명하지만, 크로아티아에서는 훨씬 저렴한 가격에 같은 품질의 트러플을 즐길 수 있다. 미슐랭 가이드에 소개된 레스토랑 지간테(Zigante)가 이스트라의 대표적인 트러플 전문 레스토랑이다.

송로버섯을 아낌없이 갈아 넣은 음식.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크로아티아관광청 마르코(Marko Jurčić) 한국 지사장은 “크로아티아가 단순한 여름 해변 휴양지를 넘어 역사와 문화, 미식을 두루 경험할 수 있는 사계절 여행지로 인정받게 돼 기쁘다”고 전했다.

넥타이를 멘 크로아티아관광청 마르코 지사장.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원더러스트의 이번 선정은 크로아티아가 해변 휴양지 그 이상임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12만 년 전 서로를 돌보며 살았던 네안데르탈인의 흔적, 5,000년 전 별을 보고 농사 시기를 정하던 청동기인들의 지혜, 유럽 패션을 바꾼 크로아티아 병사들의 스카프, 그리고 개들과 함께 떠나는 숲속 보물찾기까지. 크로아티아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여행지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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