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엔 찐 고구마?”...효과 없다면 꼭 ‘이것’ 살펴라

겨울철이면 유독 속이 더부룩하고 배변 활동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을 겪기 쉽다. 최근 변비가 매우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올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변비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만도 연간 66만 명을 넘어섰다(2019년 기준).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3명 중 1명이 만성 변비를 겪고 있다.
변비로 고생하는 이들이 가장 먼저 찾는 음식은 단연 고구마다. 종전에 국내의 한 건강의학 포털이 성인 112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40%가 변비 해결을 위해 고구마를 비롯한 식이섬유 음식을 섭취한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고구마를 충분히 섭취해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평소 먹는 식단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만성 변비의 해결책이 특정 영양소의 섭취량이 아닌 전체적인 식사 패턴에 있다는 사실을 대규모 연구로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Dietary Patterns and Incident Chronic Constipation in Three Prospective Cohorts of Middle- and Older-Aged Adults)는 국제 학술지 《위장병학(Gastroenterology)》 2025년 12월호에 실렸다.
연구팀은 성인 9만5917명을 대상으로 4년 주기의 식단 데이터를 추적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소 어떤 식단을 꾸리느냐에 따라 변비에 걸릴 위험이 크게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변비 예방 효과가 확인된 것은 대체 지중해식 식단(aMED)과 식물성 식단(PDI)이었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 견과류, 생선 등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하는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변비 위험이 16%,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식물성 식단을 유지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변비 위험이 20%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공육과 정제 곡물 위주의 서구식 식단을 유지한 그룹은 변비 위험이 22%, 장내 염증을 일으키는 식단(경험적 식이 염증 패턴, EDIP)을 유지한 그룹은 변비 위험이 24%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이 활용한 EDIP는 체내 염증 지표를 높이는 식품을 점수화한 식단 패턴이다. 관련 지표가 높을수록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미세 염증을 유발해 장 연동 운동을 방해하며, 만성 변비 위험을 최대 24% 높인다. 이 식단에는 가공육, 정제 곡물, 붉은 고기, 내장육, 탄산음료 같은 고열량 음료 등이 포함된다.
주목할 점은 이런 결과가 식이섬유의 총 섭취량과는 별개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즉, 고구마를 많이 먹어 섬유질 권장량을 채우더라도, 평소 식탁이 가공식품과 붉은 고기 중심의 염증성 식단이라면 변비 예방 효과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많은 이들이 변비를 단순히 섬유질이 부족해 생기는 현상으로 이해하지만, 장내 염증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가공육이나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미세한 염증을 일으킨다. 이런 염증은 장의 연동 운동 속도를 크게 낮추는 원인이 된다. 섬유질을 보충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하지만 장 기능을 방해하는 염증성 음식을 식단에서 제외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하버드대 연구팀은 식이섬유 수치보다 식단의 구조적 조화가 장 기능을 유지하는 핵심 메커니즘임을 입증했다. 고구마 등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만으로는 변비 증상을 누그러뜨리는 데 큰 기대를 걸 수 없다는 뜻이다.
서구의 지중해식 식단을 우리 식탁에 적용하면 장 운동을 돕는 한국형 지중해 식단이 된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권장한 식단 요소를 한국식 밥상으로 바꾸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정제 탄수화물을 줄인다. 서구식 식단의 위험 요인인 정제 곡물은 우리 밥상의 흰쌀밥과 비슷하다. 흰쌀밥을 현미, 귀리, 보리 등이 섞인 잡곡밥으로 바꾸는 것만으로도 변비 위험을 낮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둘째, 나물 반찬과 식물성 기름의 조화를 이룬다. 지중해식 식단의 올리브유 대신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활용할 수 있다. 제철 나물을 신선한 기름에 무쳐 먹는 습관은 장 점막을 보호하고 연동 운동을 돕는 데 좋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고구마도 곁들이는 음식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하버드대 연구팀이 제시한 원리에 따르면 고구마의 변비 예방 효과를 한층 더 높여줄 수 있는 음식은 바로 건강한 식물성 지방과 발효 음식이다. 고구마를 먹을 때 들기름을 곁들인 나물이나 동치미 같은 발효 채소를 함께 섭취하면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고구마의 식이섬유는 장내 유익균의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 역할을 하고, 발효 음식 속 유익균은 장내 환경을 개선한다. 반대로 고구마를 먹으면서 베이컨, 햄과 같은 가공육을 먹으면 장내에 염증을 일으켜 고구마의 변비 예방 효과를 방해한다.
국내에서 병원을 찾는 변비 환자만도 연간 60만 명이 넘는다. 이들 환자에게 꼭 필요한 것은 고구마 같은 특정 식품이 아니다. 식사 패턴을 확 바꿔야 한다. 특히 변비로 고생하는 나이 많은 사람들은 식물성 식품의 비중을 높이고 가공식품을 줄이는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다이어트로 식사를 불규칙하게 하고 자극적인 배달 음식을 즐기는 젊은 여성들도 마찬가지다.
장은 특정 음식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반복하는 식사 패턴에 반응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당장 흰쌀밥 대신 잡곡밥을, 소시지 대신 두부와 생선을 먹는 게 좋다. 찐 고구마 곁에는 나물 반찬을 배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장 운동을 돕는 '한국형 지중해 식단'으로 배변 활동의 어려움을 가급적 빨리 해결해 보자.
◇변비를 예방하는 장 건강 체크리스트
다음은 하버드대 연구팀이 밝힌 변비 위험 식단 패턴을 바탕으로 구성한 체크리스트다. 평소 자신의 식습관을 점검해보자. 3개 이상 해당한다면 장내 염증을 일으키고 변비 위험을 높이는 식단 패턴을 유지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1) 햄, 소시지, 베이컨 등 가공육을 일주일에 3회 이상 섭취한다.
(2) 흰쌀밥, 빵, 국수 등 정제된 탄수화물 위주로 식사한다.
(3) 매 끼니 신선한 채소나 나물 반찬을 잘 챙겨 먹지 않는다.
(4) 들기름, 참기름, 견과류 등 식물성 지방을 거의 섭취하지 않는다.
(5) 직접 조리한 음식보다 배달 음식이나 초가공식품을 즐겨 먹는 편이다.
[자주 묻는 질문]
Q1. 고구마를 꾸준히 먹는데도 변비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고구마는 훌륭한 음식이지만, 평소 먹는 다른 음식이 장내 염증을 일으키고 있다면 고구마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습니다.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공육이나 흰빵 같은 서구식 식단을 유지하면 변비에 걸릴 위험이 24%나 높아집니다. 즉, 고구마를 추가하는 것보다 장 기능을 저하시키는 음식(햄, 소시지, 설탕이 많은 음료 등)을 먼저 줄여야 합니다.
Q2.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일상에서 실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2. 서구의 올리브유 대신 들기름이나 참기름을, 견과류 대신 다양한 나물과 잡곡을 활용하면 됩니다. 흰쌀밥을 현미나 귀리밥으로 바꾸고, 매 끼니 나물을 신선한 기름에 무쳐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여기에 단백질을 붉은 고기 대신 두부, 콩, 생선으로 채우면 장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Q3. 변비 예방을 위해 식탁에서 가장 먼저 빼야 할 음식은 무엇인가요?
A3. 하버드대 연구에서 변비 위험을 가장 크게 높인 음식은 가공육(베이컨, 소시지, 햄 등)과 정제 탄수화물(흰빵, 설탕이 많은 시리얼)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음식은 장내 환경을 악화시키고 연동 운동을 무디게 만듭니다. 변비가 심하면 배달 음식이나 가공식품의 섭취 횟수를 50% 이하로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길 권합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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