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좌파 붕괴 위해 계엄 준비"...특검의 승부수 공소장 변경, 핵심은 '노상원 수첩'

장수현 2026. 1. 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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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63쪽 분량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
수첩 '군 인사' 인용, 계엄 준비 "23년 10월"
"정치적 반대세력 붕괴 인식 아래 계엄 준비"
여인형 메모도 언급... "군사 상황 유인 취지"
윤석열 측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반발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지난달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사건 공판기일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윤석열 전 대통령 등의 내란 사건 결심 공판이 9일 열렸다. 결심을 고작 이틀 앞두고 공소장 변경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내란·외환 특별검사팀은 변경 공소장에서 '노상원 수첩'을 대거 인용, 노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정치적 반대세력 내지 좌파세력을 붕괴시킨다는 인식 아래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기 위해 군사 사태까지 유인하려 했다는 주장의 근거로도 해당 수첩을 적극 활용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부동의한 증거를 공소장에 직접 인용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고 반발했다.


"D-1~10(명분)" 메모... "군사 사태 유인 취지" 판단

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특검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에 총 263쪽에 달하는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하며 공소장 중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정치 상황과 비상계엄 준비' 부분을 보강했다. 당초 100쪽이었던 공소장은 129쪽으로 늘었다. 수첩을 근거로 윤 전 대통령 등이 비상계엄 선포를 계획한 시점은 2023년 10월로 앞당겨 적시했다.

특검팀은 "피고인은 김용현과, 김용현은 그와 친분 관계에 있던 노상원과 비상계엄을 논의했다"며 "노 전 사령관이 2023년 10월쯤 군 인사를 전후해 비상계엄을 논의하며, 비상계엄 시 진압군이 될 수 있는 9사단과 30사단에 대해 의논했다"고 적었다. 윤 전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대통령실을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며 군과 밀착되는 요건이 조성됐다는 게 특검팀 판단이다.

노 전 사령관 수첩에 적힌 인사는 그대로 이뤄졌다. 노 전 사령관은 수첩에 '여인형→소형기, 박안수→김홍준, 손식, 강은 차후, 역행사 대비 민주당 쪽 9사단 30사'로 기재돼 있다. 특검팀은 "실제 여인형은 국군방첩사령관, 소형기는 국군방첩사령부 참모장에 임명되는 등 메모에 언급된 인물들을 대상으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특검팀은 수첩 기재 내용을 토대로 비상계엄의 목적을 '정치적 반대세력 제거'로 규정했다. 공소장에는 "군 인사를 전후로 김용현과 비상계엄 논의를 진행하던 노상원은 비상계엄 관련해 수첩 첫 부분에 '시기 총선 전, 총선 후'를 시작으로 '차기 대선에 대비 모든 좌파세력 붕괴/행사 후, 국회, 정치개혁, 민심관리 1년 정도, 헌법개정(재선~3선), 국가안전관리법 제정/선거구 조정, 선거권 박탈/행사 후속 조치사항 3월 중 보고, 헌법·법 개정, 저변 세력 확대방안, 집권하는 방안, 후계자는?' 등의 내용을 기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수첩에) '좌파 놈들을 분쇄시키는 방안/민주당 송영길, 서영교, 윤건영, 윤미향, 유시민, 김민석'이라고 기재했다"며 이들이 "비상계엄 실행 전 준비 계획과 비상계엄 실행 후 조치사항을 정리하는 등 정치적 반대세력 내지 좌파세력을 붕괴시킨다는 인식 아래 비상계엄을 준비했다"고 적시됐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군사 상황 기획의 근거로 여 전 사령관의 휴대폰 메모도 제시했다. 수첩에 "명분/침투, 교전/교전 중", "D-1~10(명분)"이라는 표현이 적혀 있고, 여 전 사령관이 2024년 11월 5일 휴대폰에 작성한 "적은 매우 수세적임, 끝으로 치닫고 있음, 기다리면 기회가 올 것임, 적의 여건을 조성하고" 등의 문구에 주목한 것이다. 군사 상황을 유인하려는 계획을 사전에 정리한 정황이라는 것이 특검팀 시각이다.

앞서 노 전 사령관은 법정에서 "수첩은 단순 아이디어 메모를 기재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9일 공판에 출석해 "(TV를 보다) 야인시대 김두한이 나오길래 '김두한 시대 주먹을 이용해 좌파 놈들을 분쇄하는 방안이 없을까' 이렇게 썼던 걸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메모 작성 시점은 2024년 4월 총선 이전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특검팀은 그러나 "TV 드라마를 봤다거나 계엄 이후 술에 취해 작성한 것이라는 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윤측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변론 종결 부당"

윤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피고인 측이 부동의한 증거를 직접 인용하거나 증거 조사가 필요한 내용이 공소사실 본문 등에 기재된 것은 위법이라는 주장이다. 근거는 형사소송규칙 제118조로 '(공소장에) 법원에 예단이 생기게 할 수 있는 서류 기타 물건을 첨부하거나 그 내용을 인용해선 안 된다'(공소장 일본주의)고 규정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수첩 부분에) 방어권을 행사한 적 없어 이 상태로 변론 종결은 부당하다"며 "노상원 피고인에 대해 증인신문은 최소한 다시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이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상황에서 계엄 준비 과정, 실행 방법을 특정하기 위해 수첩을 증거로 제출하고 공소장에 담은 건 적법하다"고 반박했다. 이미 재판부가 수첩을 증거로 채택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 전후로) 검사 주장 내용의 동일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한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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