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석의 매크로리뷰 <26> 환율 1400원 뉴노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 정책 불확실성이 증폭시킨 ‘K-리스크 프리미엄’

정원석 조선비즈 기자 2026. 1. 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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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 3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환전소 앞 전광판에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12월 30일까지 2025년 평균 환율은 1421.96원으로 1998년(1394.9원)기록을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 사진 뉴스1

중앙은행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와 국채 10년물 금리 간 장단기 스프레드(격차)는 경기 전망과 신용 리스크, 경제정책에 대한 시장의 인식과 평가를 보여주는 지표다. 만기가 짧을수록 명목 금리가 낮아지는 특성상 단기금리인 기준금리보다 중장기금리인 국채 금리가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장단기금리 스프레드가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 정책 불확실성, 자산시장 불안 등으로 인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증폭된 결과로 해석된다. 반대로 장기금리와 단기금리 역전으로 스프레드가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것은 경기 침체의 전조로 읽힌다.

2021년 국제결제은행(BIS) 연구 결과에 따르면, 금리 스프레드로 드러나는 국채의 리스크 프리미엄은 환율 변동성을 증폭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시아 시장에서는 국채 시장 불안이 환율 리스크로 전이되는 경향이 강했다. 2025년 한국의 외환·국채 시장은 이 같은 금리 스프레드의 환율 결정 이론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정치 불안과 정책 대응에 대한 시장 인식 변화는 장단기금리 구조를 흔들며 환율 변동성을 증폭시켰다. 한국 국채 10년물과 기준금리 간 스프레드는 시기별로 상이한 의미를 띠며 원·달러 환율 흐름을 설명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

정책 신뢰 회복이 만든 금리·환율 정상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여파가 이어진 2025년 1~2월, 국채 금리는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앉았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에서 급등세를 지속했다. 기준금리와 국채 10년물 금리 간 스프레드는 -25~-15bp(1bp= 0.01%포인트)로, 경기 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마이너스 금리 스프레드’ 국면이 나타났다. 불법 비상계엄에 따른 대통령 탄핵 정국이 정부의 경기 대응력을 제약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회복보다 침체에 베팅하는 시장 분위기가 강해졌다. 그럼에도 환율 급등을 우려한 한국은행(한은)이 2025년 1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원·달러 환율은 1월 13일 1470원까지 치솟았다.

경기 침체 공포가 자아낸 마이너스 금리 스프레드와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은이 2월 2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연 3.00%에서 2.75%로 인하한 이후 진정되기 시작했다. 정부가 대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한 것도 정책 대응 공백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는 데 한몫했다. 금리 스프레드는 한은이 5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 추가 인하한 후 플러스(+)로 돌아섰고, 대통령 선거를 통해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6월 4일 후에는 적정 수준인 30~40bp 안팎을 유지했다. 장단기금리 차가 정상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6월 말 연중 최저치인 1350원까지 내려갔다. 2025년 1분기 –0.2%(이하 전기 대비)까지 떨어졌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 0.7%로 반등한 것도 금리와 환율 정상화에 힘을 보탰다. 정치 불안이 완화하고 경기회복이 본격화한 것이 한국물 자산의 위험 프리미엄을 축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효성 블룸버그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확장적 통화·재정 정책이 경기회복의 가시 성과로 이어진 결과”라고 했다.

리스크 프리미엄이 뒤흔든 금리·환율

그러나 2025년 10월 이후 금리와 환율 흐름이 다시 불안해졌다. 경기회복 기대 속에 정상화됐던 장단기금리 스프레드가 확대됐고, 원·달러 환율은 1400원대로 훌쩍 뛰었다. 장기금리 상승은 경기회복의 신호이지만, 이 시기에는 부동산 등 자산 시장 불안이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훼손하며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웠다. 6억원 이상 주택 담보대출을 금지한 6·27 대출 규제에도 불구하고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이 커지자,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주요 지역으로 토지거래허가제를 확대하는 강수를 뒀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는 잡히지 않았고, 이에 따른 정책 신뢰도 하락은 장기금리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추가로 반영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를 강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값 잡기’에 정책 역량이 집중되면서 2024년 10월 시작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사실상 연 2.50%에서 멈췄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이에 따라 국채 10년물 금리는 3.5% 안팎으로 치솟았다. 예산증가율(8.0%)이 전임 정부에 두배인 새정부 예산안(728조원가량)으로 2026년 국채 발행액이 230조원까지 증가하고 국가 채무가 140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우려로 이미 금리 상승 압력이 팽배해진 상황에서, 통화정책 긴축 전환 가능성이 거론되자 장기금리가 ‘발작’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 것이다. 채권시장의 금리 발작은 원화 약세를 증폭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외환시장에서는 대미 투자 펀드에 2000억달러를 10년 분할로 현금 출자하기로 한 한미 관세 협상 결과로 외화 유출 우려가 커졌고, 원·달러 환율은 10월 이후 다시 1400원 중반으로 올라섰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초 40bp 수준이었던 장단기금리 스프레드는 12월 초 90bp 안팎까지 확대됐고, 원·달러 환율도 1470원대로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이 시기 장단기금리 스프레드와 원·달러 환율 간 상관계수는 0.9를 웃돌았다. 장기금리 상승이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정책 불확실성과 재정 부담에 따른 금리 상승이 한국물 자산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확대했다는 진단이다.

시장 개입 효과 일시적… 정책 기조 수정해야

장기금리와 원·달러 환율 급등이 금융시장 리스크로 떠오르자, 정부 당국은 고강도 시장 개입에 나섰다. 한은은 12월 9일 국고채 5년물 이상 장기채 1조5000억원을 단순 매입했다. 장기금리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국고채 단순 매입은 2022년 9월 레고랜드 사태 대응 조치(3조원 규모) 이후 3년 3개월 만이다. 기획재정부도 12월 24일 서학개미 등 해외 투자자가 미국 주식을 팔고 국내 증시에 장기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면제하는 등의 세제 혜택안을 발표하면서, 외환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는 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국민연금의 환 헤지 등을 통해 2025년 12월 24일부터 30일까지 70조원 이상 규모의 달러가 풀린 것으로 외환시장에서는 추정한다. 이런 대응으로 11월 23일 1483원까지 치솟았던 원· 달러 환율은 12월 30일 1439원으로 2025년 거래를 마감했다. 당국 개입으로 단기간에 환율을 40원 이상 끌어내리는 효과는 있었지만, 시장에서는 새해에도 환율이 달러당 1400원대에서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달러· 국채 수급 조정뿐만 아니라 과도한 부동산 규제 등 시장 수용성과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수정해 한국물 자산의 리스크 프리미엄을 낮추려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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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

투자자가 자산을 보유하는 대가로 요구하는 불확실성의 가격이다. 재정 건전성, 정책 신뢰, 정치·자산 시장 불안이 커질수록 프리미엄은 확대되고, 이는 금리 상승·환율 약세 등 자산 가격 변동으로 반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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