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농민들은 왜 값비싼 샴페인을 강에 던졌나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1911년 흉작·필록세라로 포도생산 급감/대형 네고시앙, 상파뉴 밖 포도로 ‘가짜 샴페인’ 생산/농민들 대거 봉기·샴페인 빼앗아 마른 강에 버려/품질 지키려 농민들 직접 샴페인 생산 시작/마른 밸리 터줏대감 샴페인 하우스 아퉁, 410년 포도 재배 역사 와인에 담아



1911년초 상파뉴 포도 재배 농가들의 분노는 극에 달합니다. 역대급 흉작과 필록세라로 포도 생산이 급감하자 대형 샴페인 하우스 등 네고시앙들이 상파뉴 밖에서 값싼 저품질을 포도를 몰래 대량 구매해 가짜 샴페인을 만들어 유통했기 때문입니다. 네고시앙들이 주로 루아르, 랑그독에서 포도나 벌크 와인을 사들인 뒤 상파뉴에서 블렌딩, 병입해 판매한 겁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AOC(Appellation d'Origine Controlee·원산지통제명칭)가 제정되기 훨씬 이전이라 가능했던 일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여기에 부르고뉴 포도도 포함됐다는 점입니다. 그만큼 부르고뉴 와인보다 샴페인의 명성이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샴페인 봉기를 계기로 농민들은 대형 하우스에 의존하지 않고 직접 자신들의 브랜드로 샴페인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대표적인 생산자가 아퉁입니다. 아퉁 5대손 레미(Rémy)를 만났습니다. 아퉁 샴페인은 루비인터내셔널에서 수입합니다.
아퉁이 샴페인을 직접 만든 것도 100년 가까이 됐지만 포도 재배 역사는 410년이 넘습니다. 아퉁의 역사는 1610년 프랑스 왕 루이 13세 시대에 프랑수아 아통(François Haton)이 상파뉴 에페르네에서 서쪽으로 7km떨어진 발레 드 라 마른의 대표 산지 다메리(Damery)에서 포도밭을 일구며 역사가 시작됩니다. 가문이 보관한 문서가 이를 뒷받침합니다. 100여년 뒤인 1735년 7월 31일 작성된 토지 매매 공증 문서에 따르면 아퉁 가문 소유한 다메리 토지의 일부인 13베르주(verges·약 550~650㎡)를 46리브르에 피에르 베르니에(Pierre Bernier)에 판매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따라서 이미 그 이전부터 다메리에 넓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짐작됩니다.





아퉁은 현재 60ha의 포도밭을 관리하며 이중 45ha를 직접 소유하고 있습니다. 구매하는 포도 때문에 네고시앙 마니퓔랑(Négociant-Manipulant)으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스타일은 레꼴탕 마니퓔랑(Récoltant-Manipulant) 샴페인처럼 뻔하지 않고 개성이 넘칩니다. 포도밭은 주로 발레 드 라 마른(Vallée de la Marne)의 여섯 개 마을에 있으며 다메리(Damery), 오빌레(Hautvillers, 프리미에 크뤼), 퀴미에르(Cumières, 프리미에 크뤼), 부르소(Boursault), 플뢰리 라 리비에르(Fleury-la-Rivière), 보시엔(Vauciennes), 퀴셰리(Cuchery)입니다.


피노 뮈니에 60%, 피노 누아 40%. 최소 2년 이상 병숙성. 감귤 등 시트러스의 상큼한 과일향, 레드커런트, 복숭아, 살구, 사과, 서양배, 오렌지 제스트, 오렌지 꽃향, 가벼운 말린 과일, 말린 꽃, 브리오슈가 느껴집니다. 굴, 새우, 연어 카나페, 해산물 플래터, 가벼운 흰살 생선, 구운 닭 요리, 봄 채소, 부드러운 브리·고트·트러플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피노 뮈니에 35%, 피노 누아 35%, 샤르도네 30%. 병숙성 기본 3년. 잘 익은 감귤, 흰 복숭아, 사과, 배, 오렌지 블로섬의 섬세한 향이 먼저 펼쳐지고 이어 헤이즐넛, 브리오슈, 토스트, 달콤한 향신료, 은은한 꿀 뉘앙스가 더해집니다. 입 안에서 더 둥글고 크리미한 질감이 느껴지고 산도는 부드럽고 밸런스가 좋습니다. 과일미와 효모 풍미의 균형이 뛰어납니다. 길고 정제된 여운에서는 미네랄 터치가 기분 좋게 다가옵니다. 가리비 버터구이, 크림소스 새우·랍스터, 구운 닭가슴살, 크림 소스 버섯 리조또, 트러플 오일 파스타, 3년 이상 숙성한 콩테 치즈와 잘 어울립니다.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 최소 4년 이상 병 숙성. 레몬, 자몽, 흰 복숭아로 시작해 빵껍질, 브리오슈, 아몬드, 헤이즐넛, 오렌지 필 같은 풍미가 은은하게 뒤따릅니다. 입안에서는 균형 잡힌 바디감과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지며 모과·살구 젤리 같은 농익은 과일 풍미도 섬세하게 드러납니다. 굴, 새우, 조개, 버섯 리조또, 브리 치즈, 쿠스쿠스, 흰살 생선과 잘 어울립니다.

샤르도네 100%. 병숙성 최소 7년. 레몬, 자몽, 감귤, 배, 사과 등 과일향에 라임 블라썸과 아카시아 같은 섬세하고 우아한 꽃향이 더해집니다. 은은한 허브, 페퍼, 민트 노트도 살짝 포착됩니다. 입에서는 생동감 있는 산도와 특유의 미네랄 터치가 돋보입니다. 굴, 해산물 타르타르, 랍스터, 가리비, 레몬 버터 소스 흰살 생선, 연어·농어 세비체 가벼운 닭 요리와 잘 어울립니다.

피노 뮈니에 35%, 피노 누아 35%, 샤르도네 30%. 병숙성 최소 3년이상. 레드커런트, 딸기 등 베리류의 풍미가 먼저 나타나고 시간이 지나면서 살구·자몽 제스트 같은 향이 더해지며 복합미가 나타납니다. 입에서는 붉은 과일향에 스파이스와 향신료 노트가 어우러집니다. 가벼운 샐러드, 흰살 생선요리, 딸기·베리 타르트 등 과일 디저트와 잘 어울립니다.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부르고뉴와인 마스터 프로그램,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2018년부터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심사위원,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펙사 코리아 한국소믈리에대회 심사위원도 역임했습니다. 독일 ProWein, 이탈리아 Vinitaly 등 다양한 와인 엑스포를 취재하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미국,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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