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제 전문가 이혜훈 가족 ‘무이자 돈거래’ 반복… 증여세 회피 논란
배우자는 며느리에 무이자로 1억7000만 원 꿔줘
"증여세 안 내고 사실상 증여… 세법 고수들 꼼수"

100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 일가가 가족 간에 억대의 돈을 무이자로 빌리고 빌려주기를 여러 차례 해온 사실이 논란이다. 직계 가족이라도 10년간 5,000만 원 이상을 주고받을 경우 증여세가 부과되지만, 이 후보자 가족은 '차용증'을 쓰는 방식으로 세금 부과를 피해 한 번에 많게는 2억 원을 주고받았다. 가족 간 채무 거래가 불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증여와 다를 바 없는 거래다. 이 후보자 세 아들이 사회 초년생임에도 46억 원이 넘는 고액 자산을 형성할 수 있었던 데는 '사인 간 채무'를 증여세 회피 수단으로 활용한, 고액 자산가 '엄마·아빠의 무이자 대출 찬스' 꼼수가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증여세 안 내고 친족에게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최대치"
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 후보자는 2024년 6월 시어머니 이모씨에게 2억 원을 무이자로 빌렸다. 직전 치러진 제22대 총선 출마 당시 이 후보자는 본인 명의 재산으로만 22억7,752만 원을 신고한 자산가다. 배우자 김영세 연세대학교 교수 재산까지 합치면 119억8,742만 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시어머니 이씨에게서 금전을 차용할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전문가들은 전형적인 증여세 회피 방식이라고 지적한다. 이자를 받지 않기로 한 만큼 사실상 증여의 형태를 띠는 데다, 이 후보자의 채무가 2억 원인 점도 증여세를 회피할 수 있는 최대 한도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다. 현행 세법상 가족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린 경우, 이자를 내지 않아 얻게 되는 연간 이익이 1,000만 원을 초과할 경우에만 초과분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한다. 신용등급에 따라 다르지만 시중은행 가계대출 금리가 최소 4~5%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이익 1,000만 원을 넘지 않고 친족에게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최대 금액은 2억 원 수준이다.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자녀들에게 2억 원을 증여하려면 10년마다 5,000만 원씩 40년이 걸리는데, 무이자 사인 간 채무 방식을 활용하면 일시에 해결할 수 있다. 현행 제도의 사각지대를 활용한 '꼼수' 증여인 셈이다. 한 세무사는 "세법에 정통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방법"이라며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 수준에서 한도를 꽉 채워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족 간 잇단 채권·채무 2024년 총선 때는 신고조차 않아
이 같은 꼼수는 이 후보자 자녀들과의 채무 거래에도 활용됐다. 이 후보자 배우자 김 교수는 2024년 1월 첫째 며느리 김모씨에게 무이자로 1억7,000만 원을 빌려줬다. 같은 해 3월까지 갚지 못할 경우에만 시중은행 대출 금리의 절반 수준인 연 2.4% 금리로 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는데 며느리 김씨는 2026년 1월 현재 일부만 상환해 이자를 납부하고 있다. 해당 자금은 장남의 전세금으로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후보자 장남 부부는 김 교수에게 돈을 빌린 다음 날 서울 용산의 아파트 전세권을 접수했다.
2023년 7월에는 김 교수가 이 후보자 가족회사 격인 KSM의 대표인 작은아버지인 김 모씨에게 5,000만 원을 빌렸다. 금리는 2%로 했지만, 원금 상환 시 이자를 일괄 지급하는 조건에 채무 만기는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연장될 수 있게 했다. 만기 때까지 사실상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계약이다.
김 교수가 며느리에게 빌려준 돈과 작은아버지에게 빌린 돈은 2024년 총선 출마 후보자재산신고 때는 등록하지 않았다. 김 교수는 당시 사인 간 채권 2,300만 원을 신고했는데 2025년 12월 만기로 가족 간 채무거래와는 만기 시점이 다르다.
이 후보자 가족은 고액 자산가임이 무색하게 현역 의원 시절 공직자재산등록 때도 2006년을 시작으로 사인 간 채권·채무 거래를 빈번하게 신고했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5억5,000만 원까지 돈이 오갔다. 2020년 8월 마지막 국회의원 재산등록 때는 사인 간 채권 1억1,640만 원과 사인 간 채무 1억6,000만 원을 각각 신고했다. 이 후보자 측은 사인 간 채무와 관련해 "추후 인사청문회에서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신현주 기자 spic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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