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귤 1만6000톤 쏟아진다... 제주 감귤, 바나나 전철 밟나

김영헌 2026. 1. 9.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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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도 나고 불안하죠. 하지만 미국산 만다린과 한판 붙어도 제주 감귤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25년 전 제주로 귀농한 이동은(67)씨는 올해부터 무관세 적용을 받는 미국산 감귤류 만다린 공세에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특히 3, 4월 만다린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물량 공세와 함께 가격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주 감귤과 만감류 판매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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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무관세 1만6000톤 수입
제주산 만감류와 경쟁 불가피
시장 잠식 우려에 농가들 불안
“조기 출하 막으면 승산 있어”
7일 제주 제주시 조천읍 한 비닐하우스에서 이동은씨가 자신이 재배한 레드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김영헌 기자

“겁도 나고 불안하죠. 하지만 미국산 만다린과 한판 붙어도 제주 감귤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봅니다.”

25년 전 제주로 귀농한 이동은(67)씨는 올해부터 무관세 적용을 받는 미국산 감귤류 만다린 공세에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이씨는 제주시 조천읍에서 20여 년째 레드향과 천혜향, 황금향 등 만감류를 재배하고 있다. 그는 "올해 만다린 무관세 수입으로 귀농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면서도 "맛이나 품질은 제주 감귤을 따라올 수 없다"고 말했다.


올해 만다린 수입량 지난해보다 2배 이상

2024년 3월 22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국산 만다린. 뉴스1

8일 제주도에 따르면 2012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미국산 만다린 수입 관세율은 최대 144%에서 단계적으로 인하돼 올해부터 무관세로 전환됐다. 관세율 인하로 가격이 낮아지면서 만다린 수입 물량도 매년 크게 증가했다. 2017년 연간 0.1톤에 불과했던 만다린의 국내 수입량은 2022년 529톤, 2023년 586톤, 2024년 2,875톤, 지난해는 8월까지 7,619톤 등 폭증했다. 무관세가 적용된 올해 만다린 국내 수입량은 1만6,000톤으로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산 만다린은 제주산 감귤과 비슷하지만 껍질이 얇고 과육이 탱글탱글하다. 제주산보다 상큼하고 향이 강하다. 만다린의 수입 시기는 제주 만감류 출하 시기와 겹친다. 만다린은 1~6월 주로 수입하는데 이 중 70% 이상의 물량이 3, 4월에 집중된다. 한라봉과 천혜향 등 제주산 만감류는 겨울철(10~12월)에 수확하는 노지 감귤에 이어 1월부터 6월까지 출하한다. 제주 감귤 농가의 약 20%가 만감류를 재배한다. 만다린과 레드향의 ㎏당 가격은 각각 9,500~1만1,000원, 1만~1만3,000원으로 레드향이 조금 더 비싸다.

제주도만감류연합회는 "수입 감귤류의 주요 반입 시기가 제주 만감류의 핵심 출하·소비 시기와 겹치면서 산지 가격과 유통 질서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농가들이 가격 불안 심리에 조기 출하하면 산지 거래 질서에 큰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산 만다린 국내 수입량. 그래픽=송정근 기자

비상 걸린 제주 농가 "조기 출하 막아야"

감귤을 수확하는 제주 농민들. 제주도 제공

제주 만감류 농가들은 1990년대 바나나 농가 몰락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주 지역 바나나 재배면적은 1989년 443㏊에 달했지만, 1991년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이후 값싼 외국산 바나나 수입이 폭증하면서 제주 바나나는 자취를 감췄다. 특히 3, 4월 만다린이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물량 공세와 함께 가격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주 감귤과 만감류 판매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만다린 공세에 가격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농가들이 만감류를 조기 출하할 우려도 크다. 하지만 만감류를 조기 출하하면 맛이 떨어져 소비자로부터 외면당하기 쉽다. 이씨는 "만다린 무관세 전환은 FTA 체결 당시부터 예고됐기 때문에 농가들이 고품질 감귤 생산을 위해 많이 노력해 맛과 품질에 있어서는 만다린과 비교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하지만 제대로 경쟁하려면 덜 익은 상품을 조기 출하하는 것을 막고 충분히 익은 상품들이 제때 출하할 수 있는 유통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산 만다린 수입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도는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시장 주도권 선점 △고품질 중심의 생산 체계 전환 △데이터 기반 수급·가격 관리 강화 등 3대 전략을 발표했다. 김동규 도 감귤유통과장은 "품질 기준 미달 만감류의 조기 출하를 방지하기 위해 민관 합동 수급관리협의체를 구성해 출하 시기를 논의하는 등 농가를 지원하고 소비자 신뢰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제주= 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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