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조사위 “콘크리트 둔덕 없었다면, 무안공항 참사 없었을 것”
179명의 사망자를 낸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 ‘콘크리트 둔덕’이 없었다면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정부 연구 용역 결과가 나왔다. 무안공항에 있는 콘크리트 둔덕은 참사 직후부터 사고 규모를 키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정부는 “둔덕은 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8일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국토교통부 산하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에서 받은 ‘충돌 시뮬레이션 보고서’에는 이런 내용이 담겼다. 이 보고서는 사조위가 지난해 한국전산구조공학회에 로컬라이저(방위각 시설)가 설치된 콘크리트 둔덕이 사고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연구 용역을 의뢰한 결과다. 연구진은 수퍼컴퓨터로 사고 기체와 활주로, 각종 구조물에 대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충돌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고가 발생한 2024년 12월 29일 항공기는 시속 374㎞로 활주로에 착륙해 시속 280㎞로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된 둔덕과 부딪혔다. 충돌 시 항공기 앞부분이 둔덕 상판에 충돌했고, 0.2초 후 엔진 부분이 충돌했다. 이 순간 폭발이 나 항공기가 크게 손상됐다는 게 연구진의 조사 결과다. 보고서는 “충돌 시점에 항공기가 완전히 정지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속도와 폭발력에 따른 충격이 컸던 것”이라고 했다.
사고 당시 무안공항에는 활주로 끝에서 264m 떨어진 지점에 콘크리트 둔덕이 있고, 그 뒤에 담장이 있었다. 연구진이 콘크리트 둔덕이 없을 경우를 가정해 시뮬레이션을 진행한 결과, 항공기는 활주로에 내린 후 담장과 충돌해서 둔덕이 있던 지점에서 630m 떨어진 곳에서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항공기는 담장을 뚫고 지나가지만, 이런 충격은 중상자가 생길 정도로 크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둔덕 충돌과 이에 따른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항공기는 시속 162㎞로 앞으로 나가다가 멈췄을 것이고, 이 경우 사망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화재와 폭발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단서를 달았다. 둔덕이 없더라도 항공기가 담장 등에 충돌해 화재와 폭발이 발생할 가능성이 남아 있는데, 이 부분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또 2020년 국토부가 로컬라이저 개량 공사를 하면서 둔덕 위에 덧댄 콘크리트 상판은 사고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국토부는 길이 40m, 폭 4.4m, 높이 0.3m의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했다. 보고서는 “상판이 없는 개선 전 둔덕 구조가 승객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했다. 항공기가 상판에 충돌하면서 속도가 줄어서 엔진 부분이 받은 충격이 오히려 적었다는 것이다.
이날 국토부는 ‘콘크리트 둔덕’에 대해 “규정에 부합하지 않고, 2020년 개량 사업 때 개선해야 했다”는 의견서를 국회에 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는 사고 직후엔 “법 위반이 없었다”고 했다가, 여론이 악화하자 “규정의 물리적 해석만 좇았다”고 한발 물러선 적이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날 둔덕이 규정을 위반했다고 처음 인정한 것이다. 이를 놓고 국토부 관계자들이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점과 이날 공개된 시뮬레이션 충돌 연구 결과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항공 분야 소송 전문인 하종선 변호사는 “기소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사후 개선 노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국정조사에서 위증을 하면 처벌받는다는 것도 고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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