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과연 그린란드와 푸에르토리코 맞바꿀까[이규화의 지리각각]

이규화 2026. 1. 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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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에 걸친 미국의 끈질긴 그린란드 집착
푸에르토리코도 쉽게 버릴 수 없는 영토
‘영토 스와프’ 시나리오의 실익, 부담 커
결국 트럼프의 최종 선택지는 ‘싼값 매입’


덴마크 코펜하겐의 티볼리성에 게양된 그린란드 자치령기. EPA 연합뉴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를 전격 체포해 미국으로 압송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은 그린란드로 향하고 있었다. 지난 4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사저에서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안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국가 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수세기에 걸쳐 미국이 손에 넣으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이 땅을 이번엔 실패하지 않겠단 의지가 트럼프에겐 강하다. 백악관은 군사력 사용을 포함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압박 속에서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오래된 카드 하나가 다시 거론되고 있다. 바로 그린란드를 덴마크로부터 넘겨받는 대가로 카리브해의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를 덴마크에 넘기는 방안이다. 실현될 가망은 적으나 셈법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왜 그토록 그린란드에 집착하는가’라는 특집방송을 한 BBC에 따르면 그의 ‘야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미국은 1867년 알래스카를 매입한 직후 그린란드에도 눈을 돌렸고, 덴마크에 매입 의사를 밝혔으나 거절당했다.

1946년에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다시 매입 의사를 밝히면서 오늘날 가치로 약 12억달러(약 1조7400억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덴마크에 제안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자 미국은 곧바로 그린란드에 진출해 군사기지와 통신시설을 구축했고, 전후 소련과 대립하던 냉전시대에 ‘피투픽 우주기지’(Pituffik Space Base)를 세우고 이를 통해 북극권 감시와 미 본토 방어의 핵심 거점으로 삼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워싱턴DC와 뉴욕, 시카고 등 미국 동부 대도시를 향해 핵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최단 경로가 북극과 그린란드를 통과한다는 점에서, 그린란드는 미국 미사일 방어체계의 요충지라고 지적한다.

여기에 희토류, 우라늄, 철, 석유·천연가스 등 막대한 자원과 지구온난화에 따른 북극항로 개방이라는 경제적 가치까지 더해지면서 그린란드는 지정학·지경학적으로 ‘놓칠 수 없는 땅’이 됐다.

반면 푸에르토리코는 면적 9104㎢(제주도의 약 5배)에 불과한 작은 섬(그린란드는 216만㎢)이긴 해도 나름의 가치를 갖고 있다. 인구도 320만명(그린란드는 5만7000명)에 달한다. 2025년 기준 지역총소득(GDRP)은 약 1250억달러로 세계 60위권에 해당하며 1인당 GDP는 약 3만7000달러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제약 산업의 핵심 생산기지로, 미국 내로 반입되는 의약품 상당수가 이곳에서 생산된다. 푸에르토리코는 미국 공급망 안보 차원에서도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또한 카리브해와 대서양을 잇는 군사·물류 요충지라는 전략적 가치, 미국 시민권을 가진 숙련 노동력, 관광·금융 서비스산업의 기반까지 감안하면 푸에르토리코는 ‘부담스러운 자치령’이면서도 동시에 미국이 포기하기 어려운 자산이다. 700억달러대 부채와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워싱턴이 이를 쉽게 내려놓지 못하는 이유다.

미국 언론들은 과거 미국이 그린란드를 얻는 대가로 푸에르토리코를 덴마크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한 전력이 있다는 점을 환기한다. 트럼프 행정부도 이 방식을 완전 배제하진 않고 있다.

영토 스와프가 역사적으로 전례가 없는 선택은 아니다. 1950년대 서독과 네덜란드 간 국경 조정이 좋은 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네덜란드는 독일 영토 일부를 점령했으나, 냉전이 본격화되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부 결속을 위해 영토를 반환하는 대신 통일 전 서독으로부터 금전적 보상과 국경 조정을 이뤘다.

이는 안보환경 변화가 동맹국 간 영토 재조정을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오늘날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국과 덴마크 간 그린란드 해법으로 관심을 모은다. 다만, 네덜란드와 서독은 일방적 강압이 아닌 서로 우호적 입장에서 거래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이번 경우와 다르다.

거래가 성사될 경우 미국은 북극권의 전략적 요충과 희토류 자원을 확보하는 대신, 카리브해의 고부가가치 제조 기지를 포기하게 된다. 단순 면적이나 군사적 상징성만 놓고 보면 그린란드가 압도적이지만, 경제적 실익과 공급망 안정성까지 고려하면 손익계산은 복잡해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린란드는 안보 자산이지만, 푸에르토리코는 이미 미국 경제 시스템 안에 깊숙이 편입된 생산 거점”이라며 “영토 스와프는 정치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여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에르토리코를 포기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온 트럼프의 정치적 성향과 거래 수완을 감안하면, 영토 스와프는 협상용으로 ‘띄우기’일 뿐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군사적 해법까지 불사하며 동맹에게 몰상식한 발언을 서슴지 않는 의도는 향후 협상 테이블에서 대가를 낮추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치고 빠지기식 양면 작전인 셈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군사적 병합이 대통령의 카드에서 완전 배제된 것은 아니라면서 매입을 선호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덴마크로 하여금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을 초래해 미국이 무슨 일을 할지 모른다는 점을 주입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거래가 성사된다 해도 과정은 결코 평화롭지 않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의 전격 체포 작전에서 보듯,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사용 가능성을 최대한 끌어올려 상대를 협상 테이블로 몰아붙이는 방식을 즐겨 써왔다. 덴마크가 끝까지 버티려 하면 군사적 압박과 외교적 고립, 금전적 유혹을 병행해 ‘팔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그린란드를 둘러싼 이 거친 거래의 정치학은 단지 영토 야욕을 넘어, 트럼프식 힘의 외교가 동맹과 국제질서에 어떤 균열을 남길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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