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심당·야구 홈런 쳤지만 숙박은 아웃"…'8000만 대전 인파' 체류형 관광 늘려야
방문객 8300만 돌파에도 숙박 매출 9.2% 급감… '먹고 보고 떠나는' 기형적 구조 고착
170㎞ '거리 임계점' 장벽에 갇힌 대전, 소비자산업평가 우수 숙소는 '단 한 곳도 없어'
충남·북, '해앙관광·대형 리조트' 공세…대전, '야간 인프라 혁신'으로 승부수 띄워야

지난해 관광객이 늘어난 충청권 내에서도 지역별 희비는 교차했다. 대전은 한화생명볼파크와 성심당에 인파가 몰리며 외견상 북적였음에도 불구하고 지역 경제가 체감하는 실질적인 효과는 다소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8일 한국관광데이터랩 분석 결과 지난해 1-11월 기준 대전을 방문한 외지인 수는 8332만 427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 증가하며 외형적인 성장을 거뒀다. 같은 기간 대전의 관광 소비 합계는 전년 대비 0.1% 증가했다.
관광 산업 핵심인 숙박업 매출은 오히려 9.2%(약 43억 원) 감소하며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여가서비스업(-6.5%)과 여행업(-5.6%) 소비 역시 동반 하락했다. 제과음료업 소비 비율은 23.7% 폭증했다. 특정 콘텐츠에만 소비가 쏠리는 '파급효과의 불균형(Spillover Inequity)' 현상이 대전 관광의 고질병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체류 취약성은 숙박 지표에서 드러난다. 대전 방문객의 평균 체류 시간은 전년 대비 2.2% 소폭 늘었지만, 1박 숙박 방문자는 0.7% 감소했다. 장기 숙박 방문자만 미미하게 늘었을 뿐, 대다수 관광객에게 대전은 여전히 '잠시 들렀다 떠나는 정거장'에 머물고 있다.
근본 원인은 대전이 서울역 기준 약 170㎞ 거리에 위치해 당일 관람 후 귀가가 용이한 '거리 임계점' 내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야놀자리서치가 지난해 발간한 '프로야구를 활용한 지역관광 활성화 방안보고서'에도 수도권에서 300㎞ 이상 떨어진 부산(숙박률 86.8%)이나 광주(73.2%)와 달리 대전의 숙박 비중은 50% 수준에 그쳐 편리한 교통이 오히려 숙박객을 유출하는 '빨대 효과'를 낳고 있다고 분석한다.
숙박 질도 문제다. 지난해 발표된 '2025 KCIA 한국소비자산업평가-숙박업' 결과에서 대전은 강원·세종·충청권을 통틀어 최종 우수 업체를 단 한 곳도 배출하지 못하는 '품질 쇼크'를 겪었다.
인근 세종(3곳), 충남(19곳), 충북(11곳)이 다수의 우수 업체를 선정받은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주관사인 KCA한국소비자평가는 시설 만족도, 청결, 서비스 등 실제 투숙객 경험을 반영한 6개 항목을 검토했으나 대전에서는 최종 기준을 통과한 업체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는 대전 방문객들이 지역에서 느끼는 쾌적한 숙소가 없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인구 규모가 비슷한 광주의 일반호텔이 55개인 데 반해 대전은 23개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인프라 격차도 체류형 관광 전환의 큰 걸림돌이다.

반면 충남과 충북은 청주국제공항과 KTX 오송역, 공주·부여를 연결하는 '초광역 관광교통 순환노선'을 개통해 두 지역을 하나의 관광축으로 묶기 시작했다. 이외에도 충남 예산군은 호반그룹과 손잡고 덕산온천에 마이스(MICE)와 웰니스가 결합된 고품격 숙박시설 건립을 추진 중이며, 당진시는 도비도·난지도 일대에 1조 6800억 원을 투입해 대규모 해양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한다. 인근 지역들이 '체류형 명품 관광지'로 도약하는 동안 대전은 여전히 성심당 시루와 야구 굿즈 등 '박리다매형' 소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전시와 대전관광공사는 올해 '야간관광 특화도시'로서 365일 작동하는 체류형 관광 생태계 구축에 사활을 걸었다.
대표적으로 △달 모양의 보트를 타고 갑천의 야경을 즐기는 '딜라잇 문보트' △여름방학 이색 체험 '사이언스 나이트 캠프' △꿈씨를 활용한 지역 특화 숙박 상품 '꿈스테이' 등 숙박에 대한 매력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콘텐츠 확충이 실질적인 경제 효과로 이어지려면 전반적인 관광 테마 혁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석민 대전연구원 실장은 "대전 관광의 현재 관심은 성심당이나 꿈돌이 굿즈 같은 특정 테마에만 쏠려 있어 제대로 된 연계 코스를 설계하지 못하면 (관광객은) 거품처럼 빠질 수 있다"며 "도심에서 유료로 즐길 수 있는 고부가가치 핵심 거점 시설이 부족하고, 장태산이나 한밭수목원 등 자연 자원은 훌륭하지만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무료 시설 위주라는 점이 한계"라고 분석했다. 이어 "민간 투자를 적극 유치해 점의 크기를 키우거나, 기존 자원을 번들(Bundle)로 묶어 숙박이 가능한 패키지 상품으로 고도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도 "대전은 교통이 워낙 좋다 보니 체류하기보다 거쳐 지나가는 거점 형태의 관광이 고착화됐다"며 "이 구조를 바꾸려면 숙박 시설 자체가 하나의 관광 자원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대전은 일부 상급 호텔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설들의 품질이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비즈니스급 호텔 확충과 서비스 질 향상 및 야간 콘텐츠를 개선하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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