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반도체' 거점, 컨트롤타워로 골든타임 잡아라

이윤주 2026. 1. 8.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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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조류 1번지 전남, 돈이 되는 바다 만든다
2.'K김 열풍' 기회인가, 위기인가

전남 수산물 생산 80% 핵심자원

'K김 열풍' 타고 비약적인 성장

쏟아지는 수요 불법양식 확산

가공·보관 역부족 폐기 반복 악순환

'수출 효자' 불구 현장 고충 심각

산업 전반 총괄 컨트롤타워 시급

전남도, 국립김산업진흥원 설립 속도

고부가가치화 글로벌 경쟁력 강화

해조류는 전남의 핵심 수산자원이다. 전남 수산물 생산량의 80%를 차지하는 주력 품목으로, 생산액도 어류에 이어 두번째를 기록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김은 지난해 전남 수산물 가운데 가장 높은 생산액을 기록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오랜기간 생산액 1위를 고수해 온 전복을 두 배 이상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우리나라 해조류는 전남으로 통한다

전남은 '해조류 1번지'다. 우리나라 해조류의 대부분이 전남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전남도 '2024년 전남 수산물 생산현황'에 따르면 미역 생산량은 55만1천617t으로 전국 생산량 57만5천679t의 95.8%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마는 52만8천916t을 생산해 전국(54만2천409t) 생산량 중 97.5%에 달했으며, 김은 42만7천203t의 생산량을 기록해 전국(55만1천534t) 가운데 77.5%의 비율을 보였다. 이들 외에도 톳(1만7천347t) 99.7%, 청각(5천498t) 99.9%, 파래(5천779t) 96.8% 등으로 나타나 전남이 주요 해산물의 주산지임을 알 수 있다.

이 가운데 김, 미역, 다시마 등 3대 품목은 생산액의 비중도 높았다. 품목별 생산액을 살펴보면 김은 9천590억원으로 전국(1조2천37억원)의 79.7%로 집계됐으며, 미역은 1천112억원으로 전국 생산액(908억원)의 81.7%를 차지했다. 다시마 역시 전국 생산액(1천109억원) 대비 93.1%인 1천32억원의 생산액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김' 열풍의 주인공인 김의 성장은 비약적이다. 생산량은 ▲2021년 41만6천655t ▲2022년 42만5천685t ▲2023년 41만9천479t ▲2024년 42만7천203t 등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반면, 생산액은 ▲2021년 3천814억원 ▲2022년 3천763억원 ▲2023년 5천176억원 ▲2024년 9천590억원 등 급격한 상승세를 보였다. 2023년을 기점으로 김 가격이 두배로 껑충 오른 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같은 추세에 힘입어 김은 오랜기간 전남 수산물 생산액 1위를 견고하게 지켜온 전복(4천864억원)을 두 배 이상 압도적인 차이로 제치고 마침내 지난해 정상에 올라섰다.

◆'슈퍼푸드' 부상 세계적인 'K김' 열풍

전 세계적으로 해조류는 2만여종 이상이 보고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753종의 해조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량 양식 품종은 미역, 김, 다시마, 톳, 파래 등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이 가운데 김과 미역이 전체 해조류 양식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김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중 가장 많이 수출되는 식품으로 전 세계 김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김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중국도 주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김이 세계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은 생산량과 가격, 품질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다. 일본은 김의 품질에 집중하고 있는 대신, 가격이 비싸고 중국은 대량 생산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품질이나 위생이 아쉽다는 평가다.

반면 우리나라 김은 맛과 품질, 적절한 가격과 생산량을 모두 유지하고 있어서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기준 김 수출액은 10억 달러(1조5천억원)를 달성했다. 지난 2010년 처음 1억 달러를 넘어선 김 수출액은 2017년 5억 달러에 이어 2023년 7억9천300만달러로 '1조원 수출' 시대를 열었다. 이어 지난해 9억9천700만달러로 늘어난 뒤 올해가 다 가기도 전에 일찌감치 1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2023년 수립한 '제1차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에 따르면 김 수출액 10억 달러 목표 시점은 2027년이었다. 당초 목표에 비해 무려 2년 이상 빠르게 달성한 것이다.

전 세계 김 시장에서 우리나라 점유율은 70.6%(2022년 기준)으로 12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김 수출이 크게 늘어난데는 김을 외면했던 서구권의 인식 변화가 가장 크다. 과거 서양에서는 해조류를 '바다의 잡초'(Seaweed)로 인식해 식재료로 사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김은 '검은 종이'로 여겼다. 하지만 해초류가 고단백·저칼로리의 '슈퍼푸드'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글로벌 식재료로 주목받고 있다. 처음 김밥용 김에서 시작해 김부각, 와사비·치즈 김 등이 국가별 구미에 맞게 간식·스낵으로도 개발·수출되고 있다.

'전남 김 가공품 수출현황'을 살펴보면 ▲2019년 47만1천t(1억4천500만 달러) ▲2020년 39만4천t(1억6천700만 달러) ▲2021년 41만7천t(2억400만 달러) ▲2022년 42만6천t(1억9천200만 달러) ▲2023년 34만5천t(2억4천800만 달러) 등으로 수출량은 큰 차이가 없거나 줄어든 반면 수출액은 오히려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도 전남산 김 수출액은 3억3천744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4% 증가했다.

특히 마른김의 경우 철저한 쿼터제로 물량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일본 대신 냉동김밥 열풍을 일으켰던 러시아와 스낵류가 주를 이루는 태국 등으로 시장을 선회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 산지까지 해외 바이어들의 발길이 이어지며 김은 해마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수요가 크게 늘면서 지역 마른김 제조업계도 가공규모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진도에서 마른김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박모씨는 "마른김 수요가 계속 늘면서 올해 가공설비를 기존 5천속에서 8~9천속 규모로 크게 늘렸다"며 "3년전 김 가격이 크게 오른 후 계속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양식업자나 마른김 업계, 조미김 업계 모두 김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생산량을 예측할 수 없어 문제지만 작황이 좋지 않아도, 풍작을 이뤄도 저장을 할 수 없어 1년 내내 김이 부족할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올 들어 구운김과 김 스낵 등의 원료가 되는 마른김 수출량이 사상 처음으로 조미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1~9월) 마른김 수출량은 1만4천874t으로 1만4천459t을 기록한 조미김을 넘어섰다. 같은 기간 전체 김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0%, 조미김은 3% 늘어났지만 마른김은 17.7%나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품귀 빚는 '김' 왜 바다에 버려지나

'K김' 열풍 속에 올해 초 기이한 상황이 벌어졌다. '없어서 못 판다'는 김을 바다에 수천t 폐기하는 사태가 빚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전남산 물김 폐기량은 5천715t으로 지난해 54t에 비해 105배 급증한 수치를 기록했다. 시군별로는 진도 2천673t, 고흥 1천525t, 해남 1천33t순이었다.

김 대량 폐기의 원인으로 무분별한 양식 면허 확대와 불법 양식 확산이 지목됐다. 2015년 5만405㏊였던 김 양식면적은 2020년 5만9천144㏊, 2023년 5만9천674㏊로 늘었다. 최근 5년간 무면허양식 단속 결과 전체 236건 중 김이 184건으로 77.9%를 차지했다. 단속건수 역시 2021년 21건, 2022년 41건, 2023년 58건, 2024년 50건, 2025(11월 기준) 61건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물김 생산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가공 역량도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현재 전남의 경우 247개의 마른김 가공공장이 운영중이며 이들에게서 전국 마른김의 80%가 생산되고 있다. 해남이 68곳으로 가장 많고, 고흥 61곳, 완도 40곳, 진도 20곳, 신안 16곳, 장흥 11곳, 목포 9곳, 함평 3곳, 무안 2곳 등으로 물김 생산량에 비례해 분포하고 있었다.

하지만 산지에서는 김의 특성상 폐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기온에 민감한 김의 특성상 현재로서는 장기간 저장이 어려운 실정이다.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저장탱크에서 하루 이상 품질을 유지하지 못해서다.

이 때문에 마른김 가공업체들은 본격적인 김 수확이 시작되는 10월부터 매일 산지를 오가며 물김을 수매해 마른김을 생산한다. 가장 먼저 수확하는 것은 10~11월에 주로 생산되는 곱창김이다. 이어 12월부터 이듬해 4~5월까지 일반김을 이용해 마른김을 만든다.

수확철이 지나며 김 생산이 중단되기 때문에 설 명절을 제외하고는 쉼없이 기계를 돌린다.

그럼에도 대체로 3월을 전후에 물김이 폐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평균 한달 정도인 김 생장속도가 3월에는 3분의 1로 줄어 3배 가까이 생산량이 급증, 감당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경매장에서 품질이 좋은 상품을 중심으로 수매가 이뤄지고 낮은 등급을 받은 물김은 폐기 처리되는 것이 연례행사다. 김 작황이 극도로 좋지 않았던 2024년과 풍작을 이룬 올해 초 극명한 대조를 이뤘을뿐 2022년과 2023년에도 각각 1천590t과 1천415t의 물김이 폐기처리됐다. 물김을 폐기할 경우 지원금은 어민 자조금에서 1망(120㎏) 당 4만원을 비롯해 종자값과 패각 등이 지원된다.

지역마다 천차만별이 김양식 환경도 영향이 있다. 실제 김 업계에는 오래전부터 '김박사는 없다'는 말로 예측불허의 김양식을 표현하고 있다.

전남도 김 양식법이 지역별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해남·완도·진도는 김발을 물에 띄우는 부유식이 주를 이루며, 신안·목포·무안은 지주식으로 김을 생산한다. 전남 최대 김 생산지인 고흥은 해수면 아래에서 김양식을 하는 무노출 방식이며, 장흥은 염산을 사용하지 않는 '무산김' 생산으로 이름나 있다. 각각 생산시기나 방식, 품종 모두 다른데다 최근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해마다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증가하고 있다.

◆인력난·기후변화 '컨트롤타워' 시급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는 수출 효자 품목임에도 김 산업 현장에는 고충이 적지 않다.

먼저 인력 문제가 있다. 무겁게 젖은 물김을 수확하기 위해서는 삽으로 일일이 포대에 담아 수십 자루씩 배에서 내려야 해 노동 부담이 크다. 하지만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데다 고령화도 심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후변화도 변수다. 해수온이 올라가면서 생산량이 불안정해지고, 병해 발생 위험도 커지고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전략이나, 체계 구축은 미흡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김 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단순 건조 위주의 해조류 가공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수출 확대를 위한 체계적인 산업 기반 확충이 절실하다.

이에 전남도는 국가 전략 산업으로 부상한 김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다각도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지난 2023년 해양수산부 '제1차 김 산업 진흥 기본계획'을 기반으로 '국립 김 산업 진흥원' 설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고수온 대비 신품종 개발, 생산기술 고도화, 수출 마케팅 전략 등 전 주기를 지원할 '전담기구' 설립이 국가 경쟁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판단한 이유다.

이와 관련 '국립 김 산업 진흥원 설립 마스터플랜' 사업 추진을 위해 정부에 요청한 용역비가 내년 예산안에 반영됨에 따라 타당성 조사를 거쳐 공모가 추진되면 유치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 '김 7억불 수출 달성'을 목표로 'K-GIM 국제 수출단지' 조성과 국제 마른김 거래소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 수출단지의 경우 마른김 업체들의 품질 관리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김 양식장과 인접한 지역에 집적화를 추진한다. 김 주산지의 위치를 고려해 전남 서부와 동부 양 지역에 각각 단지를 구축할 계획이다.

목포 대양산단 수산식품 수출단지에 구축중인 국제 마른김 거래소는 내년 말 본격 운영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일일 마른김 거래소'를 지난 4월 진도에서 시범운영한 데 이어 이달 말께 고흥에서 한차례 더 진행할 계획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 김 수출 7억달러 달성'을 위한 5개년 계획을 확정하고 본격적인 추진에 나설 것"이라며 "세계 시장에서 한국 김 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전남이 선두에서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storyboard@mdilbo.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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