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대출, 은행 대안에서 '신용시장 한 축'으로 성장
韓기관, 안정적 자금 공급→전략적 투자자
성숙 단계 접어들며 '구조적 리스크' 부각
운용사 역량, 사모대출 '성과격차 핵심' 부상
[이데일리 마켓in 김성수 기자]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사모대출이 은행을 보완하는 대체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기업 신용시장의 주요 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8일 대체투자 데이터 분석 기관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지난 2017년 이후 연평균 약 14% 증가해 지난 2023년 말 기준 1조5000억달러에 이르렀다. 오는 2029년에는 약 2조64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자본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들은 중견·중소기업 대출과 레버리지 거래에 보수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사모대출은 변동금리와 담보 중심 구조를 바탕으로, 금리 변동성과 시장 불확실성 속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 수요를 끌어왔다.
또한 사모대출은 개별 기업의 상황에 맞춘 구조 설계와 신속한 자금 집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사모대출은 단기적 유행을 넘어 기업 신용시장의 상시적 자금 공급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략적 투자자로 나서는 한국 기관들
사모대출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 기관투자자들 위상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안정적인 자금 공급자에 머물렀던 한국 기관들은 최근 전략적 투자자로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연기금·공제회·보험사들이 연금과 보험금 등 정기적으로 현금을 유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는 만큼, 안정적 이자 수입을 제공하는 사모대출에 대한 구조적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KIC)를 비롯한 대형 기관들은 글로벌 기준에서도 주요 출자자(LP)로 평가받고 있다. 이들 기관은 사모대출을 포함한 대체투자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국민연금은 사모대출 투자 전담 조직을 신설했고, 사학연금과 행정공제회도 관련 투자 비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투자 비중 확대와 더불어 전략, 지역도 다변화되는 추세다. 선순위 직접대출이 여전히 주류지만, 메자닌·특수상황·부실채권 등 다양한 전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투자 지역도 북미 중심에서 점차 분산되면서, 특정 지역에 국한하지 않는 글로벌 전략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커지는 사모대출 시장…벌어지는 성과 격차
사모대출 시장의 외형이 확대되며 영향력이 커진 만큼,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일부 고금리 사모대출을 활용한 기업들의 파산 사례를 계기로, 사모대출의 구조적 위험성에 대한 지적과 함께 금융당국의 경계 역시 강화되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러한 리스크가 사모대출 시장 전반에 동일하게 나타나기보다는, 운용사별 역량에 따라 상당 부분 관리 가능한 영역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사모대출 투자 성과는 △딜 선별 △담보 및 약정 중심의 구조 설계 △부실 발생 시의 사후 관리 역량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로 인해 동일한 사모대출 자산군 내에서도 운용사 간 손실율과 회수 성과의 격차가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운용사별 역량 차이는 손실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에 따르면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에서 직접대출의 연환산 실현 손실률(이미 확정된 손실만을 기준으로 한 연간 손실률)은 평균 1.41%로 집계됐다.
반면 일부 운용사들은 이 수치를 크게 밑도는 손실률을 기록해 눈에 띄는 성과를 내고 있다.
글로벌 사모신용 플랫폼 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알센트라(BSP-Alcentra)의 김정민 매니징 디렉터 겸 APAC 세일즈 대표는 “연환산 실현 손실률은 평균 0.03% 수준으로, 시장 전반과 주요 운용사들 대비 상당히 낮다”며 “코로나19 이후 사모대출 시장에 자금이 급격히 유입된 시기에도 서둘러 투자하기보다 명확한 원칙과 기준 하에 딜을 선별하고 투자 집행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사모대출 성과, 관건은 운용사 역량
사모대출이 기관투자자 포트폴리오 전반의 성과와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기관투자자들의 운용사 선택 기준도 한층 정교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운용 규모나 단기 수익률보다는 △사모신용에 대한 전문성 △여러 경기 사이클을 거치며 손실을 통제해 온 트랙 레코드 △엄격한 딜 선별 기준과 운용 원칙이 주요 평가 요소로 꼽힌다.
여기에 △각 기관의 투자 목적과 제약 조건을 고려해 전략을 유연하게 설계할 수 있는 역량 △이를 뒷받침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와 운용 인프라 역시 장기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김정민 매니징 디렉터 겸 APAC 세일즈 대표는 “사모대출 시장이 성숙 단계로 접어들면서 운용사의 운용 역량에 따른 성과 차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사모 크레딧 전문성과 검증된 트랙 레코드, 일관된 투자 원칙, 글로벌 감각과 인프라를 갖춘 운용사와의 파트너십이 향후 한국 기관투자자들의 사모대출 성과를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베네핏스트리트파트너스-알센트라(BSP-Alcentra)는 프랭클린템플턴 산하의 글로벌 사모신용 플랫폼이다. 약 910억달러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회사는 직접 대출을 비롯해 스페셜 시츄에이션,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구조화 신용, 부동산, 인프라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맞춤형 신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유럽·아시아 전역에 걸친 글로벌 조직과 프랭클린템플턴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장기적인 파트너십 구축과 안정적인 성과 창출을 추구한다. 또한 대형 글로벌 운용사의 규모와 자원, 대체신용 전문 플랫폼의 집중력과 전문성을 결합한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김성수 (sungso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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