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하루 3마리”…모슬포항 ‘방어 실종’에 제주 어민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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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서른."
방어 성어기(11월~이듬해 2월)를 맞았지만, 정작 주산지인 제주 모슬포에선 '방어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방어의 90% 이상을 유통하는 모슬포수협이 지난 11~12월 어민에게서 위탁받아 판매한 특방어(8㎏ 이상)는 5200마리로, 1년 전(1만2천마리)의 43%에 그쳤다.
큰 배로 먼바다에서 조업할 수 있는 근해어업 허가를 받은 육지의 대형·소형선망 선단이 제주 해역에 와서 방어잡이를 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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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서른.”
지난 6일 오후 4시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하모리 모슬포항. 12시간 조업을 마치고 돌아온 7.93톤급 모슬포 선적 양진호의 어창에서 펄떡이는 방어를 들어 올릴 때마다 숫자를 세던 선원의 목소리가 금세 잦아들었다. 이 배의 정상용 선장은 “올겨울이 시작됐을 때는 하루 150마리를 잡은 날도 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3마리만 잡혔다”며 “겨울 조업을 망친 어민, 고기 없어 장사 못하는 상인, 비싸게 사 먹어야 하는 소비자까지 다 피해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어 성어기(11월~이듬해 2월)를 맞았지만, 정작 주산지인 제주 모슬포에선 ‘방어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제주 방어의 90% 이상을 유통하는 모슬포수협이 지난 11~12월 어민에게서 위탁받아 판매한 특방어(8㎏ 이상)는 5200마리로, 1년 전(1만2천마리)의 43%에 그쳤다. 공급 부족으로 가격은 치솟았다. 같은 기간 특방어 한 마리의 평균 경매가는 11만원에서 20만8천원으로, 1년 만에 갑절이 뛰었다.

어민들은 본선·등선·운반선으로 구성된 선단이 물고기 떼를 포위한 뒤 대형 그물로 한번에 수천~수만 마리도 잡는 육지의 선망어업을 ‘방어 품귀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지난 성어기인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부산 선적인 대형선망어업(본선이 50톤 이상) 선단도 제주 해역에서 종종 보였지만, 올 성어기인 지난 12월부터는 경남 지역 선적인 소형선망(본선이 30톤 미만) 선단이 주로 목격되고 있다. 정 선장은 “기후변화로 바다가 따뜻해졌다고 해도 겨울철만 되면 방어는 먹이인 자리돔이 많은 추자도나 마라도 해역으로 무조건 내려온다”며 “우리는 낚시로 방어를 한 마리씩 잡는데, 통영·사천에서 온 소형선망은 그물로 싹싹 긁어서 운반선에 실은 뒤 자기 지역으로 계속 실어나르기 때문에 방어 씨가 마르고 있다”고 분노했다.

큰 배로 먼바다에서 조업할 수 있는 근해어업 허가를 받은 육지의 대형·소형선망 선단이 제주 해역에 와서 방어잡이를 하는 건 불법이 아니다. 수산업법 시행령은 제주 본섬 주위 7400m 이내 해역에서만 선망어업을 금지하고 있다. ‘겨울 방어철’뿐만 아니라 ‘가을 갈치철’(7~10월) 등에도 제주 해역으로 내려와 ‘본섬 7400m 밖’ 해역에서 조업하는 다른 지역 선단을 막을 방법은 없다. 제주해경이나 관공선 삼다호를 가진 제주도가 선을 넘는지 지켜보는 정도다. 그동안 어민들은 조업금지구역 기준을 ‘본섬’에서 ‘마라도·추자도 등 부속섬’으로 넓혀달라고 정부에 요구해왔지만,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어민과 수자원을 보호해야 하는 제주도는 지난 11월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 소속 어업조정위원회에 대형선망수협 등을 상대로 조업구역을 조정해달라는 취지의 안건을 올린 상태다. 이 문제는 오는 3~4월 열리는 어업조정위원회 회의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도 관계자는 “대형·소형선망어업은 불법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조정이 필요하다”며 “제주 어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은 뒤 회의에서 최대한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형선망수협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제주 해역에 어쩌다 한번씩 제주에 가서 방어를 잡기도 했지만 올해는 (주력 어종인) 고등어 가격이 높아서 동해에서 고등어 조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방어를 잡는 선단이 대형선망 선단인지 소형선망 선단인지 구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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