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대표 “이스라엘, 서안서 ‘아파르트헤이트’ 자행”···팔레스타인 탄압 비판

유엔 최고인권대표가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행하는 차별적 정책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분리·차별정책)와 유사하다고 비판했다. 유엔최고인권대표가 명시적으로 이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엔인권사무소(UNHR)는 7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이 점령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자행하고 있는 차별적 정책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최고인권대표는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의 권리가 체계적으로 억압받고 있다”며 “이는 과거 우리가 목격했던 (남아공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와 유사한, 심각한 형태의 인종차별 및 분리 정책”이라고 밝혔다.
튀르크 대표는 “물을 구하거나 학교에 가거나 병원에 가거나 가족이나 친구를 방문하거나 올리브를 수확하는 등 서안지구에 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의 모든 측면은 이스라엘의 차별적인 법률, 정책 및 관행에 의해 통제되고 제한받고 있다”며 “인종·종교·민족에 근거한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체계적 차별을 지속시키는 모든 법과 정책, 관행을 폐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48~1994년 지속된 남아공의 악명 높은 인종 분리·차별 정책으로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이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종식됐다. 그동안 유엔을 위해 일하는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아파르트헤이트를 자행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지만,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 용어를 명시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한 2023년 10월7일부터 지난해 9월30일까지의 상황을 다룬 42페이지 분량의 보고서는 이스라엘 당국이 서안지구의 이스라엘 정착민과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서로 다른 법과 정책을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열등한 집단으로 취급하고 종속시키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고 봤다.
이같은 정책이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3조가 금지하는 인종 격리 및 아파르트헤이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스라엘 보안군(ISF)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상대로 과도한 무력을 체계적으로 사용하면서 2023년 10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서안지구에서 약 966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살해했다. 팔레스타인인 살해 행위는 대부분 처벌받지 않고 광범위한 면죄부를 부여받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 이스라엘은 800개 이상의 검문소와 장애물을 설치해 팔레스타인 영토를 조각내고 팔레스타인인들의 노동·보건·교육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지만 이스라엘 정착민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이동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임의적인 행정 구금이 급증했으며, 구금된 이들은 구타·성폭력 등 학대를 당하고 구금 중 사망한 사례도 다수 보고됐다.
또 이스라엘의 불법 정착촌 건설 급증도 지적했다. 해당기간 141개의 새로운 정착촌이 건설됐는데 광범위한 영토가 ‘국유지’로 선포되면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땅에서 쫓겨났고, 수자원 역시 정착민들에게 우선 배정돼 팔레스타인인 마을은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스라엘은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서안지구와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이후 160개의 정착촌을 건설했고 70만명의 유대인 정착민이 거주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 점령과 정착촌 건설을 불법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서안지구 E1 지역에 3401호의 대규모 정착촌을 건설하는 프로젝트의 입찰 공고를 게시했다. E1은 동예루살렘과 서안지구 정착촌 마알레 아두밈 사이에 위치한 곳으로, E1 지역에 대규모 정착촌이 건설될 경우 팔레스타인은 미래의 독립국 수도로 삼는 동예루살렘에서 영향력을 잃는 데다 영토가 분리되게 된다. 극우 베잘렐 스모트리히 이스라엘 재무장관은 E1 지역 정착촌 건설이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가능성을 없애버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https://www.khan.co.kr/article/202512212245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509120944001
https://www.khan.co.kr/article/202511131639001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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