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연극이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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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뽐낸 놀라운 기술력은 일반인공지능(AGI)이나 슈퍼인공지능(ASI)도 머지않을 거란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AI 휴머노이드를 선보인 기업들은 과학에서 쓰는 개념인 자유도 개수까지 밝히며 로봇이 사람과 얼마나 비슷해졌는지를 한껏 자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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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대 홍보 걷어내기 세션 의미
“미래 AI 진전 조건은 신뢰성”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새해를 여는 연례 행사가 된 세계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CES)는 올해도 어김없었다.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뽐낸 놀라운 기술력은 일반인공지능(AGI)이나 슈퍼인공지능(ASI)도 머지않을 거란 기대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글로벌 팝스타 못지않은 환호를 몰고 다닌 테크업계 거물들의 화려한 언변까지 더해져 세계 시장이 들썩였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관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패션, 2차 깐부 회동 등이 화제에 오르며 떠들썩할 때, 콘퍼런스 한편에선 ‘과대 홍보 걷어내기’ 세션이 열렸다. '에이전트 AI를 정의하고, 혼란을 해소하고, 과장 광고를 실질적인 영향으로 바꾸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AI의 실제 영향에 비해 광고·홍보가 과장된 것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는 의미다.
AI 휴머노이드를 선보인 기업들은 과학에서 쓰는 개념인 자유도 개수까지 밝히며 로봇이 사람과 얼마나 비슷해졌는지를 한껏 자랑했다. 2년 안에 제조 현장에 투입하겠다거나, 집안일에서 인간을 해방시키겠다는 기업들 장담이 허투루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기술들이 현실 공간으로 들어와도 무대 위에 있을 때처럼 매력적이기만 할까.
휴머노이드가 공장에서 일하는 모습은 받아들이기 어렵지 않다. 일을 덜어주는 데다 설사 사고가 나도 사람 책임만은 아닐 테고, 근무 시간 후엔 헤어지니 일자리만 뺏지 않는다면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로봇이 집에 있는 장면은 낯설다. 가사노동에서 벗어나고 싶은 바람과, ‘잘 모르는 존재’를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에 들여놓을 결심 중에 어느 쪽으로 소비자들 마음이 기울지 모르겠다. 로봇이 전시장 밖에서 환영받으려면 ‘불쾌한 골짜기’를 건너야 하고, AI 시스템은 ‘빅 브라더’ 우려를 넘어야 한다.
AI가 블랙홀처럼 자본을 빨아들이고 있지만, 실질 성과는 기대보다 많지 않다. AI 덕을 크게 볼 걸로 예상된 신소재나 신약 개발 분야에선 ‘병목 현상’ 진단이 나온다. AI가 수많은 신물질의 구조와 기능을 대신 구상하고 시뮬레이션까지 해줬지만, 그걸 실제 만들어 테스트해야 하는 건 여전히 현실의 문제라는 것이다. 수능도 잘 본다는 요즘 대형언어모델(LLM)이 아직 ‘믿음’과 ‘지식’을 헷갈리고, 의료용으로 쓰려 했더니 임신부에게 금기약을 추천했다는 연구도 최근 보고됐다.
CES는 잘 짜인 한 편의 연극 같다. 무대 위에선 AGI 세상을 약속하는 멋들어진 퍼포먼스를 펼쳐 보이면서, 무대 뒤에선 AI에 대한 기대가 사그라지지 않도록 또 다른 시나리오를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AI를 둘러싼 이런 경쟁이 “절박한 도박” 같다거나 “원자폭탄 개발 경쟁과 비슷하다”는 극단적 시각도 있다. 경영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는 AI 인프라 투자 확대를 정당화하려면 2030년까지 연간 AI 매출이 2조 달러에 달해야 한다고 추산했다.
우리나라는 3년 연속 CES 혁신상 최다 수상 기록을 썼다. 그 많은 기술 중 일부라도 수익을 내고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의미가 있다. AI 플랫폼 허깅 페이스의 수석 윤리 과학자 마거릿 미첼은 테크 전문지 ‘MIT 테크놀로지 리뷰’에 지난달 기고한 글에서 “유익한 인공지능의 미래는 화려한 시연이 아니라 기술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조용하고 꾸준한 진전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썼다.
세계 최대 AI 전시회란 연극이 끝나간다. 뜨겁던 관객의 찬사가 사라진 이후가, 수상과 전시의 포장을 걷어낸 진짜 기술이 등장할 타이밍이다.
임소형 산업1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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