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허 찌른 중국…일본에 희토류 보복
[앵커]
다카이치 일본 총리를 향해 '타이완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의 철회를 요구하며 일본을 압박해 온 중국이 추가 보복 카드를 꺼냈습니다.
바로 '희토류 수출규제'입니다.
월드이슈에서 박원기 기자와 함께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잠잠한가 싶더니 중국이 다시 일본에 보복 조치를 단행했군요?
[기자]
네 중국이 그제와 어제, 이틀 연속 일본을 몰아붙였습니다.
시작은 '이중용도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였습니다.
[마오닝/중국 외교부 대변인/어제 : "중국은 국가 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고 비확산과 같은 국제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전적으로 정당하고 합리적이며 합법적인 규정에 따라 조치했습니다."]
이중용도 물자란 민간뿐 아니라 군사용으로도 쓸 수 있는 물품인데요.
센서와 반도체, 배터리 원료, 화학물질이 광범위하게 포함된 거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일본에 군사용으로 수출 못 하게 한다는 건데, 이때만 해도 여기에 희토류가 확실히 포함되는지 여부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발표 다음 날 중국 관영매체엔 군사용뿐 아니라 일본 민간산업까지 중국산 희토류 수출이 통제될 수 있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게다가 중국 상무부는 일본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화학물질 '디클로로실란'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도 착수했는데요.
지난 5일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과 관계 개선하겠다고 밝힌 뒤 하루 이틀 사이에, 일본의 급소를 가격하는 중국의 조치가 잇따라 나온 셈입니다.
[앵커]
일본이 허를 찔린 것 같은데, 어떤 반응 보였습니까?
[기자]
그동안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본 정부는 당혹스러워하는 기색입니다.
중국 정부에 유감을 나타내며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습니다.
[기하라 미노루/일본 관방장관/어제 : "일본만을 겨냥한 이번 조치는 국제적인 관행과 크게 달라 절대 용납할 수 없으며 매우 유감입니다."]
그러면서 수출규제 범위가 정확히 어디까지이고 중국이 실제 심사에서 어떻게 나올 것인지 정확한 정보 파악에 주력하는 모습입니다.
일본의 중국 희토류 의존도는 2020년 58%까지 낮아졌다가 수요가 증가하면서 2024년 72%로 다시 높아졌습니다.
특히 전기차 모터에 필수인 중희토류는 사실상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습니다.
토요타 혼다 등 유수의 자동차 회사가 즐비한 일본에선 희토류 공급이 불안정해지면 생산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마저 커지고 있습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1년간 본격 규제할 경우 일본의 경제 손실이 약 2조 6천억 엔, 24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습니다.
일각에선 일본이 2019년 한국에 했던 것처럼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중국에 보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앵커]
자원을 무기로 한 중국의 이 같은 조치가 처음은 아니죠?
[기자]
네 중국은 미국이 고율 관세로 압박하던 지난해에도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로 맞섰습니다.
미국 내 일부 자동차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피해가 생기자 미·중 정상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만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했고 희토류 통제도 풀렸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지난해 10월 : "우리는 이미 여러 문제에 합의를 이뤘습니다. 이제 더 많은 것들을 합의할 거라 생각합니다."]
타국과 갈등이 생기면 자신만 갖고 있는 자원으로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전술을 쓴 건데요.
다카이치 총리의 두 달 전 타이완 관련 발언에 격분한 중국은 처음엔 일본 여행 자제령이나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로 일본을 압박하며 발언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희토류 통제 카드까지 꺼내게 됐습니다.
중국과 일본은 지난 2010년에도 센카쿠열도, 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싼 영유권 다툼을 벌였는데요.
당시 중국은 통관을 지연하는 방식으로 일본으로 가는 희토류의 수출을 막아버렸습니다.
이번엔 희토류뿐 아니라 이중용도 물자 전반을 수출 금지하겠다는 거라, 16년 전보다 더 강경하고 노골적인 보복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이번 조치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나요?
[기자]
네 이번 조치는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 발언을 문제 삼아 일본에 내린 것이긴 합니다.
하지만 한국과 전혀 무관하다, 한국엔 영향이 없다, 이렇게 보기도 어렵습니다.
이번 조치엔 중국산 희토류를 일본에 수출하는 제3국까지 처벌·제재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즉 2차 제재 방침도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치는 또 하필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한 기간에 발표돼,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을 우호적으로 대하면서 일본은 강하게 때리는 모습을 보이며 한일 협력이나 한미일 공조에 균열을 내려는, 이른바 '갈라치기' 시도라는 건데요.
정확한 속내는 알기 어렵지만, 중국이 자신에게 가장 민감한 현안인 타이완 문제를 건드리면 가만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
한일 외교당국은 이달 중순 이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고조되는 중일 갈등 속에 우리로선 어느 한쪽 편만 드는 건 어려운 일이어서 여느 때보다 섬세하고 정교한 외교 역량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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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기 기자 (rememb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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