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억 손실 내고도 임원에 '성과급 잔치'…'농협 총체적 부실' 드러나

장재진 2026. 1. 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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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정감사 때 지적된 문제를 계기로 정부가 실시한 농협중앙회 감사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농협 대수술'에 나설 방침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감사를 계기로 농협이 농협다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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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농협중앙회·재단 특별감사 결과
범죄 혐의 직원 고발 안 하고 '쉬쉬'
별 사유 없이 간부들엔 억대 성과급
중앙회장의 거액 연봉·수당도 지적
임직원 배임 등에 대해선 수사 의뢰
김종구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농식품부 제공

지난해 국정감사 때 지적된 문제들을 계기로 정부가 실시한 농협중앙회 감사에서 총체적인 부실이 드러났다. 임직원 비위 의혹부터 과도한 성과급 잔치까지 개선해야 할 문제가 한두 개가 아니었다. 뇌물 혐의로 수사를 받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공금 낭비 행태까지 드러났다. 정부는 개혁 추진단을 구성해 '농협 대수술'에 나설 방침이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12월 19일까지 농협중앙회와 농협재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사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외부 전문가 6명이 포함된 감사 담당자 26명이 기관의 운영 전반을 들여다봤더니, 부적절한 행태가 65건이나 확인됐다. 수사를 의뢰할 만큼 심각한 비위 행위도 2건 적발됐다.

농협중앙회에서는 임직원 비위에 대한 제 식구 감싸기 정황이 드러났다. 위력에 의한 성범죄나 법인카드의 사적 사용 등 배임 행위는 인사위원회가 고발 여부를 심의해야 하는데, 범죄 혐의가 있는 징계 사건 6건이 인사위의 심의 없이 지나갔다. 성 비위 사건을 다루는 인사위도 남성으로만 구성돼 편향적인 것으로 지적됐다. 조합감사위원회 역시 조합장에게 징계를 내릴 때 중징계에 해당하는 성희롱, 배임 사건 6건을 경징계로 처분하는 등 온정주의에 급급했다.

이사회 운영도 부적절했다. 중앙회 이사회는 임원 선임을 위한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할 때 농업인 단체나 학계로부터 추천받는데, 실제로는 일부 단체나 학계를 중심으로 추천되고 있어 폐쇄성이 드러났다. 2024년에는 이사회가 지급 사유에 대한 검토도 없이 간부 등 11명에게 1억5,700만 원을 '특별성과보수'로 지급하기도 했다.

정부가 농협에 대한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한 8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건물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

농협재단의 경우 신규 채용 관리가 주먹구구식이었다. 사무총장(전문계약직)을 뽑을 때 구체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사장(농협중앙회장)이 단독으로 지명한 뒤 임명한 사실이 밝혀졌다. 채용자의 경력증명서 등 각종 증빙서류를 제대로 받지도 않았다.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된 문제도 있었다. 중앙회는 임직원의 개인 형사사건에 대한 변호사비로 공금 3억2,000만 원을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농협재단 임직원의 배임 의혹도 제기됐다. 농식품부는 5일 각 사안에 대해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번 감사에선 강호동 회장의 부적절한 경영활동까지 공개됐다. 강 회장은 최근 해외 출장 시 1박당 200만 원이 넘는 5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머무른 것으로 조사됐다. 규정상 숙박비 상한은 1박당 250달러(약 36만 원)다. 초과 지출된 금액은 4,000만 원에 달했다.

정부는 중앙회장의 처우 역시 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중앙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을 겸임하면서 3억 원이 넘는 연봉을 받고 있다. 중앙회에서도 연간 3억9,000만 원 상당의 실비와 수당을 받는다. 퇴직 땐 공로금(약 3억2,300만 원)까지 지급받는다.

방만한 경영은 추가 감사에서 조치할 예정이다. 농협경제지주는 2024년 810억여 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는데도 이듬해 1월 상근 임원에게 특별성과보수를 지급하는 등 무책임한 경영을 이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농협의 고질적 문제인 선거 비리까지 지적하고 나섰다. 외부 감사위원으로 참여한 하승수 변호사는 언론 브리핑에서 "농협중앙회와 단위조합에서 발생하는 각종 문제의 근본 원인은 선거 제도에 있다는 것이 외부감사 위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현재 농협 선거에는 '돈을 불법적으로 써도 공소시효 6개월만 지나면 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지적했다. 금권선거 근절 없이 농협 개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감사를 계기로 농협이 농협다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개선책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농협에 대한 관리·감독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농업계와 외부 전문가 등을 포함한 '농협 개혁 추진단'을 이달 중 구성해 제도 개선을 모색한다.

세종=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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