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떠나려 하자 '탕탕'…美 여성, 이민 단속 중 총격 사망

권경성 2026. 1. 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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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로이드 질식사’ 도시 미니애폴리스
“방어 사격” 연방정부에 시장 “헛소리”
ICE 증원 예고 직후… 반대 시위 촉매
7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에 의해 30대 여성이 숨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사건 현장의 주변을 경찰관들이 통제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도로 한가운데 옆으로 멈춰 서 있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향해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이 다가갔다. 차에 탄 여성이 요원들을 질책한 뒤였다. 요원들은 욕설을 하며 차 문을 열려 시도했다. 그러자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고, 바로 앞에 서 있던 요원이 총을 꺼내 차 안으로 최소 두 발을 발사했다. 통제력을 잃은 차는 근처 인도에 주차된 차량 두 대를 들이받은 뒤 멈췄다. 한 목격자는 총격을 가한 요원을 향해 “범죄자”라고 소리쳤다.

7일(현지시간) 온라인에서 공유된 목격자들의 촬영 영상에 담긴 상황이다. 이날 미국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의 총격에 37세 백인 여성이 숨졌다. 미국 국토안보부와 미니애폴리스 수사당국 발표에 따르면 ICE 요원들은 단속 작전을 수행하던 중이었다. 사망한 여성은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는 르네 니콜 굿이라고 지역 신문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이 전했다.


표적 아닌 30대 백인 여성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 여성이 머리에 총을 맞았으며 현장에서 응급 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 판정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여성이 법 집행 요원의 조사나 활동의 표적이었다는 증거는 없다”며 해당 여성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ICE 요원들이 나타난 현장의 길을 막고 있다가 총격이 가해지기 전 도주하기(drive off)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사건 발생 이후 낸 성명에서 “ICE가 표적 작전을 실시하던 중 폭도들이 요원들을 막기 시작했고 이들 과격 폭도 중 한 명이 자신의 차량을 무기화해 요원들을 차로 치어 살해하려 했다”며 “이에 한 ICE 요원이 자신과 동료의 생명, 공공 안전을 우려해 방어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국토안보부는 사망 여성의 행위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방금 사건 영상을 시청했다며 “(해당 요원이) 자기 방어를 위해 그녀를 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 법 집행관들을 급진 좌파 폭력·증오 운동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미니애폴리스시와 미네소타주 당국의 의견은 연방정부와 다르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이날 회견에서 국토안보부 설명에 대해 “헛소리(bullshit)”라고 비판한 뒤 “ICE 요원들이 무모하게 무력을 사용해 인명 피해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미니애폴리스에서 꺼져라. 우리는 당신들이 여기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ICE를 거칠게 비난하기도 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도 엑스(X) 글에서 요원의 총격이 정당방위였다는 국토안보부 설명에 대해 “영상을 봤다”며 “이 선전 기계(propaganda machine)를 믿지 말라”고 말했다.

숨진 여성의 어머니 도나 갱거는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에 “내 딸은 그런 일(ICE 요원에게 저항하는 시위)과는 전혀 무관했다”고 말했다.


민주당州 미네소타와의 전쟁

7일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에 의해 30대 여성이 숨진 미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사건 현장에서 사람들이 IㅇㄹCE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이번 사건은 이민 당국이 미네소타주를 상대로 초강경 이민 단속에 착수하자마자 터졌다. ICE의 토드 라이언스 국장 직무대행은 전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미네소타주에서 ICE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단속 작전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했다.

강경 이민 단속은 트럼프 대통령 뜻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몇 년간 미네소타에서 누수 규모가 최대 10억 달러(약 1조4,000억 원)에 이르는 연방정부 복지프로그램 지원금 부정 수급 사기 사건이 벌어졌는데, 여기에 소말리아계 이민자 공동체가 깊게 연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만 명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한때 번영했던 미네소타를 장악했다”며 고강도 이민자 단속 방침을 밝혔다. 이를 빌미로 트럼프 행정부는 전날 민주당 정치인이 주지사인 미네소타 등 5개 주 대상 저소득층 아동 지원 예산 지급을 보류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부통령 후보를 지낸 월즈 주지사가 최근 3선 도전 포기를 선언한 배경이다.

이번 사건은 이민 단속 반대 시위의 촉매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사건이 온라인상에서 파장을 일으킨 뒤 사건 현장에 수백 명의 분노한 시위대가 몰려들었고 저녁이 되자 희생된 여성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다고 미국 언론은 전했다. 이들은 ICE 요원들에게 맞서 저항하자고 촉구했다.

이민 당국은 요원 2,000명가량을 미니애폴리스 일대에 배치할 예정이다. 월즈 주지사는 시민들에게 평화 시위를 당부했고, 현재 미네소타주 주방위군에 비상 대기 명령을 내린 상태다.

공교롭게 미니애폴리스는 2020년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 탓에 질식사하는 사건이 발생한 도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흑인 목숨은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 시위가 벌어졌다. AP통신은 이번 총격 사건이 플로이드가 사망한 장소에서 불과 1마일(1.6㎞) 정도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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