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기 NSS 설계자 “베네수엘라 공격은 돈로 독트린 적용 예시…미국은 ‘힘 통한 안정’ 추구”

정유진 기자 2026. 1. 8. 12:0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디아 샤들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허드슨연구소

2017년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1기 미국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은 미국 주도의 일극 체제가 종식되고 ‘강대국 경쟁’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공개된 트럼프 2기 NSS는 북한·중국·러시아에 대한 체제 비판이 실종됐다는 점에서 미국 스스로 그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한 문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1기 NSS를 집필한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부보좌관 나디아 샤들로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그러한 해석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지난 7일(현지시간) 경향신문과의 화상·서면 인터뷰에서 “미국은 여전히 힘을 통한 안정을 추구하며 강대국 경쟁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공격도 “서반구에서 (중·러 등) 악의적 행위자를 몰아내기 위한 것”이라면서 앞으로도 트럼프 행정부가 필요할 경우 강력한 힘을 행사하는 ‘돈로 독트린’(먼로 독트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합성한 조어)을 확장해 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 트럼프 행정부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생포 작전이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국제법 위반 논란도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초국가적 마약밀매 조직에 대해 행동에 나설 것이라 선언했다. 이들 조직 중 일부는 국가의 묵인 혹은 명시적인 지원 아래 활동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국가에 대한 군사 행동을) 정당한 자기방어 행위로 보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적대국들에 작전상의 거점 역할을 해왔다. 중국에는 석유와 광물 자원을 공급하고 러시아와는 군사적으로 긴밀한 관계를 맺었다. 이란에는 제재 회피 수단을 제공하고 쿠바에선 정보 활동과 안보 지원을 받았다. 이러한 활동은 (미 본토를 위협하는) 베네수엘라의 마약테러와 결합했고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유형의 안보 상황에 대해 ‘트럼프 코롤러리’(먼로 독트린의 트럼프식 확장)를 적용하게 될 것이다.”

-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은 돈로 독트린의 미래를 보여주는 전주곡처럼 느껴진다. 트럼프 행정부가 돈로 독트린을 어디까지, 얼마나 공격적으로 확대할 것이라 보는가.

“트럼프 행정부는 서반구에 영향력을 투사하려는 중국의 시도에 맞서려는 준비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파나마 운하 인근 항만 시설에 대한 통제권을 되찾으려는 조치와 NSS에 담긴 언급들에서 확인된다. 다만 중국과 경쟁하기 위한 미국의 야심이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분명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반구에서 악의적 행위자의 존재를 전반적으로 약화하고, 이들이 미국을 약화하려는 목적의 행동을 취하지 못하도록 억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상공에 포착된 미군 헬리콥터. 로이터연합뉴스

- 트럼프 행정부가 사실상 강대국 간 서로 영향권을 인정하는 세력권 분할을 추구하고 있다는 분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강대국 정치에서는 인접 지역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는 것이 하나의 규범이다. 이는 더 먼 지역으로 힘을 투사할 수 있는 행동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지역 내 위협을 차단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특정 지역이 다른 국가에 의해 지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NSS도 세력 균형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지역 차원에서도 다른 국가가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는 인도·태평양, 유럽 모두 해당한다. 이를 위해선 동맹과 파트너들이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면 아시아는 중국의 압박, 유럽은 러시아의 압박에 더 잘 견딜 수 있게 될 것이다. 한국이 국방비를 늘리고 있는 것은 다른 동맹과 파트너들에도 모범이 될 것이라고 본다.”

- NSS에서 서반구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인도·태평양이 미 외교안보정책의 후순위로 밀려났다.

“서반구가 먼저 언급됐으니 아시아는 후순위로 밀린 것이라는 서사가 형성되고 있는데 그 해석은 설득력이 약하다. 무역과 전략, 우선순위에 관한 내용 대부분은 여전히 중국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힘의 균형’에 관한 핵심 이니셔티브도 사실상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전 정부가 국경 문제에서 실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이렇게 극적인 변화로 인식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 공급망에 관한 관심이 커지고 장거리 공급망의 취약성이 부각되면서 서반구 내 경제적 기회에 주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 중·러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정의했던 집권 1기 때와 달리 이번엔 두 나라 체제 비판이 사라지고 중국은 협력해야 할 무역 파트너로 그려졌다. ‘강대국 경쟁 시대’의 종식을 선언한 것이란 평이 나오는데.

“그렇게 보지 않는다. 강대국 경쟁은 본질적으로 현실주의, 즉 힘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이번 NSS는 힘을 통해 안정을 추구하는 ‘강한 미국’을 전제로 하고 있다. 미국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종합해보면 중국의 지속적이고 제한 없는 영향력 확대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 다만 이번 NSS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화 가능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를 상호이해 증진과 안정성 강화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번 NSS는 새로운 갈등을 촉발하지 않으려는 백악관의 의지를 반영한 것일 뿐 강대국 경쟁을 부정하거나 종식하려는 신호로 보이진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힘이 약화하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분명히 전달됐다고 생각한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