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화되는 ‘월세 시대’...작년 서울서 월세로 바뀐 전세 계약 ‘역대 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가 월세로 전환된 숫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주인들이 월세를 선호하는 데다, 전세 대출 한도가 줄어들면서 세입자들도 보증금을 올려주기 힘들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세의 월세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등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임대차 계약이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갱신된 것은 총 523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고치다. 지난해 체결된 전체 전·월세 갱신 계약(9만9451건) 중 5.3%를 차지하는 수치로, 직전 최고치인 2022년(4.8%)의 기록을 3년 만에 갈아치웠다.
지역별로는 이른바 ‘강남 4구’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 현상이 두드러졌다. 송파구가 534건으로 가장 많았고, 강남구(510건), 강동구(439건), 서초구(362건)가 그 뒤를 이었다. 주거 수요가 높고 전셋값이 이미 높게 형성된 지역일수록, 집주인들이 보증금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돌리려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전세가 월세로 빠르게 대체되는 배경에는 복합적인 경제 상황이 깔려 있다. 우선 금리 하락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집주인들이 목돈인 전셋값을 은행에 예치하기보다 매달 꼬박꼬박 현금이 들어오는 월세 수익을 선호하게 됐다. 여기에 늘어난 보유세 부담, 대출 이자 등을 월세로 충당하려는 ‘생계형 월세화’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집주인이 월세를 받으려 해도 수요가 없으면 월세 가격은 오르기 어렵겠지만, 최근엔 월세 가격이 전셋값보다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월세 가격은 8.5%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셋값 상승률(3.8%)의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2024년에도 월세(7.4%)가 전세(6.1%) 상승 폭을 추월했는데, 지난해는 그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월세 시대’가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전세 상승분을 월세가 흡수하는 구조가 이어지면서 임차인들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며 “공급 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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