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더 깊어지는 숲…영양 자작나무숲의 시간
치유의숲 조성 본격화…자연·회복·지역 상생 주목

겨울이 오면 숲은 스스로를 낮춘다. 잎을 떨군 나무들은 더 이상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소리마저 최소한으로 줄인다. 그 고요 속에서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안으로 향한다.
경북 영양군 수비면 죽파리 산39-1에 자리한 영양 자작나무숲은 그런 겨울 숲의 본질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공간이다. 눈이 쌓인 숲길을 걷다 보면 '본다'기보다 '머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영양 자작나무숲은 2019년 11월 일부 구간이 개방되며 세상과 만났다. 전체 면적 142ha 가운데 현재 개방된 구간은 30.6ha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긴 밀도와 상징성은 결코 작지 않다. 숲은 개방 직후부터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2020년 '국유림 명품숲', 2021년 '국민의 숲'으로 잇따라 지정되며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인위적인 조형물 대신 자작나무 군락 자체가 주인공이 되는 숲이라는 점이 차별화 요소였다.
숫자는 이 숲의 변화를 분명히 보여준다. 올해에만 7만5000명이 넘는 방문객이 다녀갔다. 영양군 전체 인구의 다섯 배에 달하는 규모다. 자작나무숲을 배경으로 열린 산악마라톤대회와 각종 자연친화 행사는 숲을 '조용한 산책로'에서 '전국적인 자연 명소'로 끌어올렸다. 관광객의 발길은 지역 상권과 숙박시설로 이어지며, 숲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점차 커지고 있다.

겨울의 영양 자작나무숲은 사계절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잎을 모두 내려놓은 자작나무의 하얀 수피와 그 위에 더해진 설경은 마치 흑백사진 속 풍경을 연상시킨다. 화려한 색채는 없지만, 대신 깊은 여백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소리, 눈을 밟을 때 나는 사각거림은 일상의 소음을 밀어내고 감각을 현재로 불러온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다. 해가 짧은 겨울에는 이 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입장료와 주차료는 모두 무료이며, 차량 접근성도 좋아 당일치기 여행지로 적합하다. 숲길은 비교적 완만하게 조성돼 있어 노약자나 가족 단위 방문객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눈이 내린 날에도 길 관리가 비교적 잘 이뤄져, 설경을 감상하며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영양 자작나무숲은 이제 '아름다운 숲'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새로운 역할을 준비하고 있다. 총사업비 75억 원 규모의 '국립 영양자작누리 치유의숲' 조성 사업이 확정되면서다. 2026년까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2027년부터는 산림청 국가직접사업으로 본격적인 조성이 추진될 예정이다. 올해 3월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자연을 통한 회복과 국민 정신·신체 건강 증진이라는 사회적 요구가 이 사업의 배경이 됐다.
계획에는 치유센터와 치유숲길, 전망대, 명상데크, 노천 족욕장과 풍욕장, 각종 편의시설, 진입로 정비 등이 포함돼 있다. 단순한 휴식 공간이 아니라, 숲의 생태적 특성을 활용한 전문 치유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공간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에 더해 경북도는 내년부터 150억 원의 지방비를 투입해 트리하우스 체험공간, 산림레포츠 시설, 명품 산촌 조성 등 체류형 웰니스 관광 인프라도 함께 확충할 계획이다.

주목할 점은 개발 방식이다. 자작나무 군락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는 친환경 공법을 적용하고,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운영 모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지역 특산물과 연계한 체험 상품 개발도 병행해, 숲의 가치가 지역사회로 환원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외형적 확장보다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겨울의 자작나무숲에서 시간은 평소보다 느리게 흐른다. 눈 위에 남겨진 발자국은 경쟁도, 서두름도 없는 고요한 흔적이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겨울 햇살은 화려하지 않지만, 몸과 마음을 동시에 덥혀준다. 숲은 말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사람은 스스로를 돌아본다.
하얀 자작나무가 줄지어 선 길을 따라 걷는 이 시간은 내면의 균형을 다시 세우는 데 충분하다. 바쁘고 소란한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조용한 위로가 필요할 때, 영양 자작나무숲은 늘 같은 자리에서 같은 모습으로 사람을 기다리고 있다. 겨울에 더욱 빛나는 이 숲이 앞으로는 치유와 회복의 상징으로, 그리고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숲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