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절벽’ 1년… 아프리카 빈곤국의 삶, 벼랑끝까지 갔다[Global Focus]
美 지원 삭감에… 식량·의약품 동나 ‘생존 위기’
美 원조 담당기구 사실상 폐지
콩고·수단·소말리아 등 직격탄
HIV·말라리아·결핵 치료 안돼
질병 사망 400만명 증가 전망
빌게이츠 재단 환원에도 역부족
중국·사우디·UAE 지원도 한계
阿 ‘독자적 경제성장’ 대책 시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 제3세계 국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원조를 대폭 삭감한 지 1년이 다가오면서 일부 아프리카 국가가 ‘생존 위기’에 처했다. 원조가 끊기며 식량과 의약품, 생필품 등을 해외 원조에 대부분 의존하던 일부 저소득 국가 국민들의 일상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게이츠 재단 등 각종 비영리 자선재단이 서방의 원조 축소로 생긴 ‘구멍’을 메꾸기 위해 나서고 있으나 이마저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아프리카 정치인들이 원조에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3세계 원조 줄이는 미국과 유럽… ‘생존 위기’에 처한 아프리카= 외신들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 원조 감축으로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2월 미국의 원조 담당 정부 내 기구인 국제개발처(USAID)의 해외 원조 계약을 대부분 폐지하고 원조 예산을 600억 달러(약 88조 원) 삭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USAID는 이후 대규모 인력 감축 등을 통해 사실상 철폐 절차를 밟았다. 이 같은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독일,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해외 원조 예산을 하나둘 삭감했다. 주요 국가들의 원조 예산과 동향 등을 추적·분석하는 플랫폼인 ‘도너 트래커’(Donor Tracker)는 가장 많은 해외 원조를 지급한 17개 국가의 2026년 지원금 예산이 2024년 대비 최대 25%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같은 서방 국가들의 원조 삭감으로 일부 아프리카 국가 국민들은 사실상 생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도이체벨레(DW)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말라리아, 결핵 등 서방에서 지원하는 의약품에 의존해야 하는 질병을 가진 환자들이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거주하는 아프리카 국가로 들어오는 치료제의 양이 줄었을 뿐 아니라, 치료제가 마련되더라도 시골 마을 깊숙한 곳에 사는 일부 주민들에게 배달하는 인력과 장비가 모두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 의사·간호사 등 의료진이 이들 마을로 이동할 차비조차 없어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Africa CDC)는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으로 인해 아프리카에서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향후 최대 400만 명 더 늘어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서방의 원조 삭감은 아프리카 국가 간 빈부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냐, 나이지리아 등 비교적 경제 규모가 큰 국가들의 경우 원조가 줄어도 영향이 적은 반면 최빈국들은 정부 수입이 대폭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 취임 직전인 2024회계연도 동안 가장 많은 USAID 원조를 받은 국가들은 콩고민주공화국(약 6억4000만 달러), 수단(약 4억8000만 달러), 소말리아(약 3억7000만 달러), 남수단(약 3억2000만 달러) 등 경제 소득이 높지 않은 국가였다.
◇게이츠 재단 등 자선재단이 메꿔보지만… 아직은 ‘역부족’= 이 같은 상황 속 각종 자선재단과 중국·중동 걸프 석유 부국 등 제3국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게이츠 재단을 설립한 빌 게이츠 이사장은 오는 2045년까지 전 재산의 99%를 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이 중 대부분을 아프리카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기브웰, 파운더스 플레지 등 각종 비영리 기부 플랫폼들 역시 트럼프 행정부의 USAID 예산 삭감 이후 저소득 국가에 대한 의료 지원 등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유럽의 빈자리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걸프 석유 부국들과 아프리카 대륙에서 미국과 영향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메꿀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러나 이러한 걸프국들과 중국의 지원만으로는 기존 USAID 등 서방 정부 기구들이 제공해오던 천문학적인 원조 금액을 비영리 재단이 따라잡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중국의 경우 일방적 지원을 하는 미국의 기존 원조 모델보다는 무역 합의와 인프라 건설 프로젝트 등을 통한 ‘계약적 접근법’을 선호한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중국의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한 일부 아시아·유럽 국가들은 중국과의 협력을 통해 경제 개발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존 기대와 달리 고금리 부채를 견디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린 상황이다.
◇“결국은 국민 생존 원조에 의지하는 아프리카 정치 바뀌어야”= 이에 자국민들의 생존을 위해서는 결국 아프리카 정치인들이 해외 원조에 의존하기보다 독자적인 경제성장이 가능한 정책을 펼치는 것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이코노미스트는 아프리카 국가의 일부 정치인들이 그간 “외부인들이 국가의 우선순위를 정할 정도로 의존해왔다”며 이들이 “수십 년간 아프리카 국가들이 경제성장을 하지 못하게 했던 공범”이라고 짚었다. 실제 그간 미국 등 서방의 천문학적인 원조를 받던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지나친 원조 의존과 고질적인 기득권 부패 등으로 인해 자국 내 기아·빈곤 문제 등을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 같은 비판에 최근 우간다와 말라위가 ‘미 예산 삭감으로 구멍 난 부분을 메우기 위해 나설 것’이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는 등 일부 국가에서 자립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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