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미니애폴리스서 30대 여성, 이민단속 ICE 요원 총격에 사망
‘테러 행위’ vs ‘헛소리’…연방·지방정부 이견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 작전 중 30대 여성이 ICE 요원의 총격으로 숨졌다. 트럼프 집권 1기 당시 ‘조지 플로이드 사건’과 지리적으로 맞닿은 이곳에서 또다시 과도한 법 집행 여부가 쟁점인 사건이 발생하면서, 불법 이민 단속과 공권력을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 국토안보부(DHS)와 수사당국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미니애폴리스에서 ICE 요원들이 표적 단속 작전을 수행하던 중 37세 여성 1명이 요원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역 신문 미네소타 스타트리뷴은 숨진 여성이 미니애폴리스에 거주하던 르네 니콜 굿이라고 전했다. 굿은 사고 발생 장소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진 곳에 살고 있었으며, 6세 아이를 둔 어머니로 알려졌다.
브라이언 오하라 미니애폴리스 경찰국장은 기자회견에서 “해당 여성은 머리에 총상을 입었고,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은 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선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사건 당시 상황에 대해 “표적 작전 수행 중 폭도들이 요원들의 활동을 방해하기 시작했고, 이들 중 한 명이 차량을 무기화해 요원들을 들이받아 살해하려 했다”면서 “이에 한 ICE 요원이 자신과 동료의 생명, 그리고 공공 안전을 우려해 방어 사격을 가했다”고 설명했다. 국토안보부는 사망 여성의 행위를 ‘테러 행위’로 규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방금 사건 영상을 시청했다”며 “보기에 참혹한 장면이었다. 비명을 지르던 여성은 명백히 전문 선동가였고, 차량을 운전하던 여성은 매우 무질서하게 방해하고 저항하며 ICE 요원을 폭력적이고 고의적이며 잔인하게 차로 치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에 공유된 목격자 촬영 영상을 보면 요원들이 도로 한가운데 옆으로 멈춰 서 있던 SUV에 다가가 차 문 손잡이를 잡고 열려고 시도했고,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바로 앞에 서 있던 ICE 요원이 총을 꺼내 차 안으로 최소 두 발을 발사했다. 이후 통제력을 상실한 SUV는 인근 인도에 주차된 차량 두 대를 들이받은 뒤 멈춰 섰다. 다만 이 영상만으로는 총격 이전에 차량이 경찰관을 실제로 들이받았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
현장을 목격한 한 주민은 언론에 “그녀는 차를 몰고 가던 중이었고 그들이 그녀를 죽였다”고 말했다.
굿의 어머니 도나 갱어는 스타트리뷴 기자로부터 사건 경위를 일부 전해 들은 뒤 “그건 정말 어리석은 일”이라며 딸의 죽음에 분노를 드러냈고 “아마 (딸이) 극도로 공포에 떨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ICE 요원에 맞섰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내 딸은 그런 일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연방 당국과 미니애폴리스 시 당국의 설명도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기자회견에서 국토안보부의 설명을 두고 “헛소리”라며 “ICE 요원이 무모하게 무력을 사용해 인명 피해를 냈다”고 주장했다. 경찰국장 역시 “해당 여성이 법 집행 요원의 조사나 단속 대상이었다는 어떤 징후도 없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미 이민 당국이 미네소타주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자 단속 작전에 착수한 가운데 발생했다. 앞서 ICE는 전날 “미네소타주에서 ICE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단속 작전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으며, 미 언론들은 약 2000명의 요원이 미니애폴리스 일대에 배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민주당이 이끄는 미네소타주를 상대로 이민 단속 외에도 전방위적인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에는 미네소타주 등 5개 주에서 복지 프로그램 지원금 부정 수급이 심각하다며 저소득층 아동 지원 예산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다.
총격 사망 사건의 정확한 경위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연방 당국의 인도주의적 고려 없는 실적 위주의 고강도 이민 단속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니애폴리스는 2020년 5월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숨진 사건이 발생한 도시이기도 하다. 당시 플로이드는 위조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무릎에 목이 약 9분 30초간 눌려 사망했고, 이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흑인의 목숨은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가 확산했다. AP통신은 이번 총격 사건이 플로이드가 사망한 장소에서 불과 1마일(약 1.6㎞) 떨어진 곳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건 당일 저녁 여성이 숨진 교차로 한쪽 모퉁이에는 르네 굿을 추모하는 임시 추모 공간이 마련됐다. 한 피켓에는 “ICE는 술잔에나 넣지, 공동체에 들이지 말라!”라는 문구가 적혔다. 이날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진에는 수천 명의 시민이 모였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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