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주 덴마크와 그린란드 합병 논의… "외교 우선, 군사 수단도 옵션"
유럽 “자국 안보 위해 타국 주권 희생 불용”
여당 일부 반발 “동맹 짓밟으면 경쟁 패배”
트럼프 “우린 늘 나토 도울 것” 불만 무마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7일(현지시간) 내주 덴마크와 그린란드 합병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안보에 필요한 그린란드를 군사력을 동원해서라도 차지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하고 나서면서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이다.
“미국 안보 국익 위해 최선”
루비오 장관은 이날 베네수엘라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의 체포를 위한 최근 미군 작전에 대해 미국 연방 의원들에게 브리핑한 뒤 의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다음 주에 그들(덴마크)을 만날 예정”이라며 “그때 그들과 (그린란드 문제에 대해) 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그린란드를 구매하려 하느냐는 질문에 루비오 장관은 “그건 애초부터 늘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 때도 그렇게 말했으며 새 입장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국가 안보 차원에서 그린란드를 확보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군사적 수단 활용 방안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미국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을 식별했을 경우 모든 대통령은 군사적 수단으로 대응한다는 선택지(option)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외교관으로서 지금 내가 하려는 것처럼 우리는 항상 (군사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기를 선호한다”고 부연했다. 베네수엘라에서도 다른 방식을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군사적 방식을 활용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언론에 제공한 성명에서 덴마크와 관련해 “대통령과 그의 팀은 이 중요한 외교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선택지를 논의하고 있으며 당연히 미군 활용은 항상 군통수권자가 사용 가능한 선택지”라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도 군사 개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검토할 때 모든 선택지를 늘 염두에 두지만, 대통령의 최우선 선택지는 언제나 외교라는 점만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린란드 합병 추진 명분은 중국·러시아와의 충돌 가능성이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통제를 “북극 지역에서 러시아·중국의 침략을 억제하는 게미국의 국익에 가장 부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 마두로 체포 뒤 누차 군사력을 사용해서라도 그린란드를 확보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쳤다. 그린란드가 자국 국가 안보 전략상 요충지라는 게 이유였다.
“루이지애나 사고팔던 시대 지나”

유럽은 우려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일부 국가의 국가 안보가 다른 국가의 주권을 희생시켜 얻어질 수 없으며 과거에도 그런 적이 없다. 특히 오랜 기간 상호 지원 관계를 유지해 온 동맹국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전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이날 “덴마크와 그린란드에 관한 일이 덴마크나 그린란드 없이 결정될 수 없다”며 그린란드와 덴마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EU의 입장을 표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비판도 나왔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날 파리에서 독일·폴란드 외무장관과 회의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루이지애나를 사고팔 수 있던 시대를 지났다”며 “이런(미국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은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1803년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여 영토를 넓혔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영토 문제와 평화, 전쟁 문제는 미국 의회의 소관 사항”이라며 “그린란드 문제에 대한 미국 의회의 입장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그린란드 확보를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집권 공화당도 의심한다. 마이크 존슨(루이지애나) 연방 하원의장은 “그런 일(그린란드 무력 합병)은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지 않고 있으며 의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미치 매코널(켄터키) 연방 상원의원은 그린란드 무력 점령에 대해 “미국과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에 대한 자해 행위로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지구 최북단이 향후 수십 년간 러시아·중국 등 주요 적대국과의 전략 경쟁 구도를 결정지을 수 있지만 동맹국의 주권과 존중, 신뢰를 짓밟는다면 분명히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 무마를 시도했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미국과 유럽의 서방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해 “나토가 우리를 돕지 않더라도 우리는 항상 나토를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란드 확보 추진이 서방 안보 동맹 경시가 아니라고 해명하려는 의도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왔다.
그린란드 자치정부의 비비안 모츠펠트 외무장관은 자신도 미국·덴마크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할 것이라고 밝혔다. 덴마크 방송 DR과의 인터뷰에서 “그린란드 없이 그린란드에 대해 논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루비오 장관에게 회담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공개한 바 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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