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명 숙박 예상했는데 40명…혈세 10억 날린 APEC 크루즈
개최지 경주와 가까운 포항 정박
1000명 이상 예상했지만 40여 명
크루즈 탑승객 대부분 상의 직원
지원 나선 경북도·포항시 '황당'
도비 3억에 시비 7억 낭비한 셈

경북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행사 때 1,000명 이상 숙박이 예상된 크루즈 숙소에 고작 40여 명만 이용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APEC 특수를 노리고 넉 달간 10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불꽃쇼와 선상 투자 설명회, 항만 사용료까지 부담한 경북도와 포항시는 시간과 혈세 모두 날린 셈이 됐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6월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주관한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경주와 가까운 포항에 2척의 크루즈를 띄우기로 했다. 이에따라 경북도와 포항시는 일본과 중국 등 해외 경제인 1,000여 명이 묵는다는 예상에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대규모 환영행사와 투자유치 등 행사 지원에 나섰다.
도와 시는 도비 3억2,800만 원, 시비 7억6,600만 원 등 총 10억9,400만 원을 들여 선상 투자 설명회와 포스코 등 산업시찰 등을 마련했다. 또 불꽃쇼와 공연, 스페이스 워크 등 주요 관광지 무료 투어를 준비하고 안전사고에 대비해 포항부시장을 중심으로 행사(의전)지원반, 행사추진반, 안전대책반, 환경정비반, 홍보지원반 등 5개 반, 18개 부서로 종합상황실까지 꾸렸다.
여기다 출입국 통제와 보안, 연계 교통 등에 문제가 없도록 ‘출입국·검역 구역(CIQ)’도 설치했다. 포항 영일만항이 국제터미널인데다 외항선인 크루즈 자체가 국경 통제구역에 해당돼 육지에서 배에 타거나 내려서 육지로 나갈 때 출입국 절차를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APEC 행사 시작을 앞둔 지난해 10월 28일 포항 영일만항에 입항한 크루즈 2척에는 탑승객이 거의 없었다. 포항시 투자기업지원과 공무원 5명이 선상에서 개최한 투자설명회에는 10명도 되지 않은 인원이 참석했고, 스페이스워크와 포스코 홍보관인 ‘PARK1538’, 연오랑세오녀테마파크 등 주요 관광지를 둘러보는 팸투어는 신청자가 없어 취소됐다. 포항시 북구 영일대해수욕장에서 개최한 국제불꽃쇼에는 1,000대의 드론 군집 비행과 1만5,000여 발의 불꽃이 터지며 APEC 개최를 축하했지만 정작 APEC 경제인을 위해 마련한 특별석은 텅 비어 있었다.
선상 투자설명회에 참석한 포항시 관계자는 “경제인들이 1,000명 이상 묵는다고 해 넉 달 이상 밤잠을 설치며 준비했는데 막상 배에 오르니 유령선과 같았다”며 “행사가 끝난 뒤에야 탑승객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너무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대한상의가 포항에 띄운 크루즈 2척 가운데 홍콩에서 빌린 피아노랜드호(6만9,840톤)는 850명이 묵을 수 있고 발코니가 딸린 고급형 객실에 레스토랑과 바, 공연장, 수영장을 갖췄다. 일본 나가사키에서 임대한 이스턴비너스호(2만6,594톤)는 5성급 호텔과 맞먹는 대규모 레스토랑과 라운지, 야외 풀장이 딸린 250개 객실 규모였다.

탑승객이 예상을 빗나간 것은 APEC 기간 중 중국 등 일부 국가의 참가 규모가 변동되고 정부가 사전 확보한 숙박 물량이 풀려 경제인들도 경주 인근지역 호텔로 향했기 때문이다. 크루즈 탑승객은 40여 명에 그쳤고, 이마저도 대부분 대한상의 직원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관계자는 “숙소 부족이 우려될 정도로 대한상의가 해외 경제인들을 많이 초청한 것으로 안다“며 "상의에서도 탑승객이 이렇게 적을 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산업통상부는 대한상의가 임대한 2척의 크루즈를 두고 예산 낭비 논란이 일자 자금 유용 및 과다 지출 의혹 감사에 착수했다. APEC CEO 서밋은 대한상의가 국가 행사인 APEC 정상회의 공식 부대행사로 주관했기 때문에 감사 대상에 해당된다. 이번 감사에서 위법성이 드러나면 수사기관에 고발 또는 수사 의뢰 절차를 밟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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